[APASL 2022] 2020년 MAFLD 명칭 변경 제안됐으나 찬반 의견 분분
홍콩 Wong 교수 "새로운 명칭·정의 수용할지 의견 모아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AFLD)의 명칭과 정의를 변경해야 할지를 두고 학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만, 대사증후군 등이 NAFLD의 독립적 위험인자이지만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인, 즉 비만하지 않은(lean 또는 non-obese) NAFLD 환자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2020년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등의 국제적 간 전문가들은 NAFLD를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질환(MAFLD)으로 변경하는 것을 제안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J Hepatol 2020;73:202~209). 그러나 제안된 용어의 타당성을 두고 학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홍콩 중문대학 Vincent Wong 교수는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제31차 아시아태평양간학회 학술대회(APASL 2022)에서 'NAFLD versus lean NAFLD or MAFLD'를 주제로 발표하며, 질환 명칭·정의 변경이 제안된 배경과 찬반 의견을 소개했다.

NAFLD는 '배제' 초점…MAFLD는 '대사이상' 중점

NAFLD 명칭은 1986년 처음 제안됐다. 이후 질병 원인과 기전 등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쌓이면서 NAFLD가 질환의 이질적 특성 및 다양한 질병 경과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NAFLD 명칭과 정의의 한계점에 따라 2년 전 간 전문가들은 MAFLD라는 새로운 명칭을 제안했다. 음주 및 다른 원인의 간질환을 배제하며 진단하는 NAFLD와 달리 MAFLD는 배제보단 병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사이상에 중점을 둔다. 기본적으로 지방증과 대사적 위험요인이 있다면 MAFLD로 진단할 수 있다.

즉 MAFLD는 독립된 질환으로 인식하면서 배제 기준이 아닌 긍정적 측면의 진단 기준(positive diagnostic criteria)에 의해 질환을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생각이다.

▲2020년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등 간 전문가들이 제시한 MAFLD 진단 기준.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2020년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등 간 전문가들이 제시한 MAFLD 진단 기준.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이에 따라 MAFLD에 대한 긍정적 측면의 진단 기준은 영상의학검사,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 간조직검사 등에서 간 내 지방침착 소견이 확인되고 △과체중 또는 비만 △2형 당뇨병 △마른/정상 체중이고 대사 위험 이상 소견 7가지 중 최소 2가지 존재 등에서 1가지에 해당하는 경우로 제안했다. 

MAFLD 명칭·정의 변경 '이르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가 이 같은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MAFLD 제안 후 2년 동안 또 다른 미국·유럽 간 전문가들은 NAFLD를 MAFLD로 변경하는 것이 이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MAFLD가 간질환 관련 위험요인을 반영하지만 여전히 차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명칭의 모호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질환의 광범위한 임상적 영향을 이해하지 않고 명칭을 변경한다면 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이해당사자들 간 논의 불충분 △대사건강 정의에 대한 합의 부족 △질환명 변경 시 오믹스(omics), 유전적 요인, 잠재적 인공지능(AI) 기술 등 발전에 따른 질환 표현형(phenotypes)에 대한 명확한 이해 필요 △질환명 변경에 따른 대중 및 의료 종사자들의 혼돈 유발 △새로운 정의가 약물 개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찬성 입장의 Wong 교수 "대사증후군-지방간 연관성 입증"

▲홍콩 중문대학 Vincent Wong 교수.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홍콩 중문대학 Vincent Wong 교수.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Wong 교수는 명칭 변경이 제안되면서 이해당사자들과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은 논쟁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어 그는 NAFLD에서 MAFLD로 명칭·정의를 변경하는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Wong 교수는 "대사건강에 대한 보편적 정의가 없을지라도, 대사증후군과 지방간의 연관성 및 임상 데이터는 잘 알려져 있다"며 "오믹스와 유전적 요인, AI 등 연구가 질병 이해에 크게 기여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새로운 근거가 만들어지더라도 우리가 질병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으며, 일차의료기관에서 복잡한 평가를 요구하는 많은 간질환 환자를 진료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용어가 환자의 혼돈을 유발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는 현지 언어에 따라 다르다"며 "예로, 본 병원에서는 환자와 논의할 때 NAFLD 대신 '지방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진료 시 환자 이해를 돕기 위해 '대사이상'은 더 쉬운 용어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의가 약물 개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모집·제외 기준이 연구마다 같지 않다며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新정의 적용한 유병률·심혈관질환 위험 평가 연구 진행

NAFLD와 MAFLD의 정의가 다르다는 점에서 학계에서는 새로운 정의가 유병률·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Wong 교수 연구팀은 홍콩 인구조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MAFLD와 NAFLD 유병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MAFLD 유병률은 25.9%(263명), NAFLD은 25.7%(261명)로 조사됐다. 이 중 247명이 두 가지 정의에 모두 해당됐다(Clin Gastroenterol Hepatol 2021;19(10):2161~2171).

연세의대 김현창 교수(예방의학과) 연구팀도 NAFLD와 MAFLD 정의 적용 시 지방간질환 유병률과 관련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평가한 연구를 지난해 발표했다.

국가 건강검진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추적관찰 10.1년(중앙값) 동안 지방간질환이 없는 성인과 비교한 심혈관계 사건 위험은 NAFLD 정의만 충족하는 군보다 MAFLD 정의만 부합 또는 두 가지 모두 해당하는 군에서 유의하게 더 높았다(Clin Gastroenterol Hepatol 2021;19(10):2138~2147).

이 같은 결과는 NAFLD에서 MAFLD로 명칭·정의를 변경하는 것이 대사적으로 복잡한 간질환을 식별하고 심혈관계 사건 위험이 높은 성인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Wong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만하지 않은 NAFLD 환자가 과체중 또는 비만한 환자보다 중증도가 낮을지라도 일부는 심각한 간질환을 앓을 수 있다"며 "NAFLD 대신 새롭게 제안된 MAFLD는 동반된 간질환을 인정하면서 대사이상이 있어야 진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질환명과 정의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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