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비만 인구 증가세 → NAFLD 유병률 상승 예상
허가 약제 전무..항산화제 등 차선책 미충족의료 동반
NAFLD 치료제 후보물질 연이은 실패...질환특성·임상지표 부재 원인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은 만성질환 분야에서 대두되는 주요 과제다. 유병률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최적의 치료옵션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동안 후보물질들의 도전은 꾸준히 이뤄졌다. 대부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을 목표로 한 시도였고, ‘승인’이라는 결승선을 끊지 못했다. 실패의 역사는 질환 특성 및 임상 지표의 부재 등으로 치료제 개발이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비관은 이르다. 항해를 이어가는 후보물질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대사질환 약제는 희망의 빛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희망을 자주 접하기 위해선 임상시험과 관련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의료적 접근법은 한 가지 대안으로 거론된다.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NAFLD가 드리운 그늘을 살펴보고, 후보물질들의 도전기를 통해 오답노트와 새로운 풀이법을 제시한다.

NAFLD, 비만 인구 증가에 따라 부담 가중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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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LD는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에 지방이 쌓인 상태를 말한다. 비알코올성단순지방간(NAFL)부터 NASH 그리고 간경변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NAFL은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지방증을 동반하며 간손상까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NASH는 보다 심각한 형태로 지방증과 함께 염증, 간 손상을 야기한다. 이에 따라 간 세포의 섬유화, 풍선화 등의 증상을 초래한다.

두 질환 모두 만성질환이기에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간경변증, 간부전 나아가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NAFLD는 비만, 2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과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예컨대, 2형 당뇨병 환자의 30~70%가 NAFLD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유병률은 과체중 인구에서 75%, 심각한 비만 환자에서 90%까지 올라간다.

이런 측면에서 NAFLD의 그림자는 점차 짙어질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비만 유병률은 지난 41년간(1975~2016년) 3배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전세계 과체중 성인 인구는 19억명 이상이었고, 이 가운데 비만 인구는 약 1억 9000명이었다.

현재 전세계 비만 인구는 3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유병률의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2030년에는 비만 인구가 10억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만 인구의 증가에 비례해 NAFLD 유병률 역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기준 NAFLD의 유병률은 30% 수준이다. 연간 발생률은 1000명당 약 45명으로 조사됐다.

전세계 유병률은 25%로 추정된다. 유병률이 가장 높은 대륙은 중동이며 이어 남미, 아시아, 북미, 유럽, 아프리카 순이다.

허가 약제 전무...차선책은 비타민E와 피오글리타존

NAFLD 치료 근간은 운동, 체중감량, 식이조절 등의 생활습관교정이다. 다만, 간 섬유화 등 예후 개선을 위해 선택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NAFLD 치료제로 규제기관의 승인까지 도달한 약물은 전무하다. 이에 따라 주요 학회는 항산화제 등을 차선책으로 제시한다.

미국간학회(AASLD)는 2018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약물치료 대상을 조직검사로 진단된 NASH 및 간 섬유화 환자로 규정했다. 고려할 약제로는 항산화제 ‘비타민E’, 당뇨병 약제 ‘피오글리타존’, 지질강하제 ‘스타틴’ 등을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타민E는 당뇨병과 간경변증을 동반하지 않은 NASH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다. 단, 유익성과 위해성에 대한 평가는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피오글리타존은 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NASH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고중성지방혈증을 보유한 NAFLD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해 사용하기엔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스타틴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NAFLD 및 NASH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비대상성 간경변증 동반 환자군에는 적절한 옵션이 아니다.

대한간학회도 궤를 같이 한다. 올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비타민E, 피오글리타존, 오메가3 지방산, 스타틴 사용에 비슷한 방향을 권고했다.

비타민E.피오글리타존 사용에 학회 간 온도차

비타민E와 피오글리타존 사용을 두고 학회간 온도차는 있다.

유럽간학회(EASL)는 2016년 가이드라인에서 피오글리타존과 비타민E 사용에 대해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약물 치료에 관해서도 ‘간 섬유화를 동반한 NASH 환자 또는 질환 진행 위험이 높은 NASH 환자에게만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다소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NAFLD 연구 학회(The Asia-Pacific Working Party on NAFLD)는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 피오글리타존을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NASH 환자의 단기 치료에 고려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비타민E는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명확한 사용 기준을 제안하지 않았다.

이런 온도차는 주요 차선책들이 NAFLD 치료에서 증명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례로 피오글리타존과 비타민E 모두 간 섬유화 개선에 대한 믿음을 확실히 심어주지 못했다.

오랜 기간 사용 시 위험도 갖고 있다.

피오글리타존은 장기 투약 시 체중증가, 하지부종, 근육경련, 골절, 방광암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비타민E는 전립선암과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수요 늘어가지만 마켓 리더는 공석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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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미충족의료로 NAFLD 분야는 확실한 치료옵션에 목말라 있다. 특히 NASH 치료제에 대한 갈증이 큰 상황이다.

글로벌 N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7년께 204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마켓 리더의 등장은 감감무소식이다. 그간 여러 후보물질들이 인슐린 저항성 및 지질대사, 지방독성 및 산화스트레스, 염증반응 및 면역활성화, 세포사, 섬유화 등의 다양한 경로를 타깃으로 NASH를 공략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예컨대, 인슐린 저항성 및 지질대사 분야의 글루카곤양 펩타이드(GLP)-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는 임상2상에서 NASH 호전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확실성을 문제로 연구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표면나트륨의존성담즙산수송체(ASBT) 억제제 ‘볼릭시뱃’도 효능 문제로 임상2상에서 도전을 멈췄다.

지방독성 및 산화스트레스 분야의 과산화소체증식제활성화수용체(PPAR)-α/δ 작용제 ‘엘라피브라노’는 임상3상 RESOLVE-IT 연구에서 NASH 치료에 효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방향을 틀어 원발성 담즙성 경화증 적응증을 모색하고 있다.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19 유사체 ‘알다페르민’은 임상2상에서 1차 목표점인 ‘NASH의 악화 없는 1단계 이상 섬유화 호전’을 달성하지 못했다. 효능 평가는 지속 이뤄질 예정이지만 기대치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파네소이드 X 수용체(FXR) 작용제 ‘오베티콜릭산’은 임상3상에서 NASH 환자들을 상대로 1차 목표점인 ‘1단계 이상의 간 섬유화 호전’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LDL 콜레스테롤 증가와 가려움 등의 이상반응으로 인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승인 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염증반응 및 면역활성화 분야의 C-C 케모카인 수용체(CCR) 2/5 길항제 ‘세니크리비록’은 임상3상 AURORA 연구의 중간분석 결과에서 효능이 드러나지 않아 개발이 중단됐다.

아민산화효소 구리함유 3(AOC3) 억제제 ‘BI-1467335’와 톨 유사 수용체(TLR)-4 길항제 ‘JKB121’ 등도 임상2상 벽에 가로 막혔다.

세포사 분야에선 카스파제(CASPASE) 억제제 ‘엠리카산’, 그리고 섬유화 분야에선 리실산화효소유사 2(LOXL2) 억제제 ‘심투주맙’ 등이 임상2상을 넘어서는 데 실패했다.

왜 NAFLD 치료제 개발 어려운가?

그렇다면 왜 NAFLD 분야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는 것일까. 질환 특성, 적절한 임상 지표의 부재, 치료제 타깃의 불확실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NAFLD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 전까진 환자가 자각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질환 인식이 낮고,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다.

질환 스펙트럼도 넓다. NAFL부터 섬유화를 동반하지 않은 NASH, 그리고 일부 섬유화를 동반하는 단계에 걸쳐 포진하고 있다. 결국 어떤 스펙트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약물의 기전이 달라지고, 임상시험 결과 역시 기복을 보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간포럼 표준진료 워킹그룹(Liver Forum Standard of Care Working Group)에선 임상시험의 기저 매개변수, 디자인, 그리고 데이터 수집 등에 대한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약효를 판단할 적절한 임상적 지표가 부재한 점이다.

현재 NASH 임상시험의 대리지표로는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 또는 ‘NASH 악화 없는 섬유화의 호전’ 등이 활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직학적 섬유화의 악화가 사망에 강력한 예측 인자라는 점은 밝혀졌으나, NASH 또는 섬유화의 호전이 임상적 개선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NASH 임상시험에서 섬유화 진행과 같은 변화를 잘 반영하고, 예측할 수 있는 비침습적 대리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대리지표가 간조직 검사만큼 임상 결과를 잘 예측할 수 있다면, 향후 NASH 치료제 관련 연구들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FDA 역시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을 산업계에 적극 권장하고 있다.

치료제 타깃에 대한 불확실성도 임상시험 실패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금껏 후보물질들은 NAFL, NASH, 간경변증 등 일련의 질환 단계에 대해 각각 대사, 염증, 섬유화를 타깃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접근법이 최선인가'에 대한 물음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NAFLD 치료제의 타깃 연구가 더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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