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한간학회 임상연구방법론 워크숍 개최
김원 교수 “치료제 타깃 불확실, 임상적 결과 판단할 지표도 부재” 주장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비알코올성지방간염은 치료제 관련 연구가 활발한 질환 중 하나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

그렇다면 왜 치료제 개발이 힘든 것일까. 치료제를 위한 타깃이 확실하지 않고, 임상적 결과를 판단할 지표도 부재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김원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원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김원 교수(소화기내과)는 5일 대한간학회가 주최한 제10회 임상연구방법론 워크숍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은 비알코올성단순지방간(NAFL)부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현재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질환 중 하나”라고 안내했다.

NAFLD는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에 지방이 쌓인 상태를 말한다. 초기 단계인 NAFL부터 염증을 동반하는 NASH, 그리고 나아가 간경병증을 아우른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임상 2상과 3상에는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이 다수 존재한다. 후보물질의 타깃은 경로별로 인슐린 저항성 및 지질대사, 지방독성 및 산화스트레스, 염증반응 및 면역활성화, 세포사 그리고 섬유화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접근법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불행하게도 후보물질 중에선 효능 또는 안전성 등의 이유로 개발이 중단된 약제들이 여럿 있다”며 “인슐린 저항성 및 지질대사 분야의 ‘리라글루타이드’, 지방독성 및 산화스트레스 분야의 ‘엘라피브라노’, 염증반응 및 면역활성화 분야의 ‘BI-1467335’, 세포사 분야의 '엠리카산' 그리고 섬유화 분야의 ‘심투주맙’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PPAR-α/δ 작용제인 엘라피브라노는 3상인 RESOLVE-IT에서 NASH 치료에 효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방향을 틀어 원발성 담즙성 경화증 적응증을 모색하고 있다.

FXR 작용제인 ‘오베티콜릭산’은 3상인 REGENERATE에서 NASH 환자들을 상대로 1단계 이상의 간섬유증 개선이라는 1차 목표점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LDL 콜레스테롤 증가와 가려움 등의 이상사례로 인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승인 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염증관련 수용체 CCR2/5에 작용하는 ‘세니크리비록’이 대규모 3상인 AURORA의 중간분석 결과에서 효능이 드러나지 않아 개발이 중단됐다.

김 교수는 “지금껏 후보물질들이 승인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치료제의 타깃과 관련 있다”며  “NASH 치료에서 가장 최선의 타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임상적 결과를 판단할 적절한 지표가 부재하다는 점도 짚었다.

김 교수는 “NASH 관련 임상시험에서 사용되는 비침습적 대리지표들은 실제 임상적 결과를 평가하는 데 정확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조직학적인 섬유증의 악화가 사망률 등에 대한 강력한 예측인자라는 점은 밝혀졌으나, NASH 또는 섬유증의 호전이 임상적 결과와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간 세포 섬유화의 진행과 같은 변화를 잘 반영하고 예측하는 비침습적 대리지표가 필요하다”며 “결론적으로 이런 대리지표가 간조직 검사만큼 임상적 결과를 잘 예측할 수 있다는 증거가 쌓이면, 지금 시행 중인 임상시험들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교수는 당뇨병,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의 대사증후군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들이 향후 NAFLD 분야 연구에서 조직학적인 목표점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해당 약제들은 지질 대사 및 간지방 감소에 기여할 수 있고, 항염증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견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