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마트병원 선도모형 지원사업으로 매년 3개 분야 지원
디지털 발전 더 빨라진다..."재정적 뒷받침, 장기 로드맵 마련해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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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료기관이 스마트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 뒷받침하고 있을까? 

우선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에 적용한 '스마트병원 선도모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이 수립한 스마트병원 사업계획서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기관당 최대 10억원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고려해 작년 지원사업은 감염과 관련된 원격 중환자실, 스마트 감염관리, 병원 내 자원관리 등 3개 분야에서 진행됐다. 

당시 선도모델로 선정된 의료기관은 분당서울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등 5곳이다.

서울성모병원에 구축된 스피드게이트 또한 스마트병원 선도모형 지원사업의 결과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성모병원 김대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디지털헬스케어 본부장)은 "이전에는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적어도 20~30분이 소요됐다. 열 체크와 수기 문진 작성 등으로 직원의 인력 소모도 컸다"며 "스피드게이트가 구축된 이후 직원은 물론 환자의 만족도도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정부는 환자 체감형 관련 ▲병원 내 환자 안전관리 ▲스마트 특수병동 ▲지능형 워크플로우 등 3개 분야를 지원한다. 

공모 결과, 병원 내 환자 안전관리 분야는 강원대병원과 아주대병원, 스마트 특수병동 분야는 국립암센터, 지능형 워크플로우 분야는 한림대성심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선정됐다.

이들 의료기관은 올해 12월까지 낙상 신속 대응 시스템, 스마트 항암제 투여 모니터링, 병상 배정 최적화 프로그램 등 사업을 수행한다. 

정부는 2025년까지 매년 3개 분야의 스마트병원 선도모델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며, 효과성이 확인된 선도모델은 다른 의료기관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 스마트병원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스마트병원 시장 규모는 224억 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오는 2030년에는 221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23.3%에 이른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견인할 요소로 ▲디지털화된 서비스 제공 증가 ▲전자건강기록(EH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코로나19 발생 빈도에 따른 스마트병원 수요 급증 등이 꼽혔다.

 

데이터 공유 한계, 신기술 수가제도 미비 등 한계는 여전

스마트병원이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국내 의료기관의 스마트화에는 여전히 한계점이 많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우선 개인정보와 관련한 데이터의 품질 및 표준화에 대한 지침이 부족해 적극적인 기관 간 데이터 공유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진료정보를 비롯한 의료정보의 표준화 및 공유 시스템'이 스마트병원 구축의 핵심이지만, 이는 단일 병원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범위라는 것이다.

또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 지출이 많은 의료기관의 특성상, 새로운 의료서비스나 의료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원내 연구 프로젝트 및 시범사업에 별도 예산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재정적 측면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신기술을 활용한 기기 도입,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수가 제도의 미비가 재정적 한계로 이어져 추진 동기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 예시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검사 결과 판독의 경우, 기술의 완성도가 높고 야간과 주말 등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 및 처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별도 수가가 책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고서는 스마트병원 육성을 위한 정책을 제언했다. 보고서는 "초기 정부의 지원 영역은 환자 편의 영역부터 순차 확대하고, 대상 병원별 디지털 수용도를 고려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며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정책으로 효과성이 검증된 사례의 경우 2차 확산을 위한 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스마트병원을 시도하려는 의료기관을 위한 정부 권고안 마련 ▲디지털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제공자 대상 경험도 조사를 통한 사례 축적 ▲국공립 의료기관 대상 스마트병원 구축방안 마련 등이 제안됐다.

 

현장에선 혁신 분야 인센티브 등 '재정적 뒷받침' 촉구

3D 프린팅과 인공지능 이어 디지털치료제도 관심 커져

전문가들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의료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스마트병원 구축의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한다. 

김대진 교수는 "각종 기술을 통해 모든 환자에게서 나오는 데이터가 디지털화되고, 의사는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스마트병원의 목표"라며 "스마트병원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특히 AI 기반이나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혁신 분야의 인센티브를 활성화하는 등 재정적 뒷받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환자에게 도움을 준 경험이 있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줬으면 좋겠다"라며 "이러한 투자를 통해 인력 충원은 물론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궁극적으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시행하는 각종 평가에 이러한 부분이 반영된다면 다른 병원이 따라하거나 선제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병원에게 요구하는 탐색적 방향이 아닌, 유용한 분야를 어떻게 확산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주대 의과대학 신재용 조교수(예방의학교실)도 최근 발표한 연구를 통해 "일정 기준에 근거해 효과성과 효율성, 환자 중심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시범 선정하고 경제성을 평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이해당사자에게 스마트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영상의학과 병리학 분야의 '혁신적 의료기술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을 두 차례 발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의료기관·의료진에게 이익이 되는 요소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요소 ▲보험자에게 이익이 되는 요소 등을 구분해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요소가 클수록 별도 보상을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현재까지 포함된 내용은 3D프린팅 이용 의료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술이다. 여기에 더해 심평원은 디지털 치료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심평원 의료기술등재부 장준호 부장은 "3월 중순에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디지털 치료기기와 관련된 업계의 개발 동향을 파악 중"이라며 "해외의 급여 전환 사례를 검토해 국내에 어떻게 적용할지 파악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의료기기로 분류했고, 허가와 관련해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올해 검토해 가시화되면 좀 더 방향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민 심평원장도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평소에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도 개발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 또한 한번 제도화되면 물밀 듯이 수요와 공급이 있을 것"이라며 "천편일률적인 기준 적용은 불가능하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므로 활발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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