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격의료연구회 창립총회, 국내 원격의료 발전 점검
스마트병원, 원격심장학, 원격재활 등 국내 사례 소개
의약품 배송 위한 약사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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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기술의 발전으로 맞이한 비대면 시대 속, 디지털치료제와 원격간호 등 원격의료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원격의료를 두고 찬반 논쟁을 이어온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를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9일 한국원격의료연구회는 '원격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창립 심포지엄을 진행해 국내 원격의료 발전 상황을 점검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는 스마트병원, 재외국민 비대면진료 뿐만 아니라 원격심장학, 원격재활 등 의료 현장의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왔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치료제, 간호, 병리학, 영양컨설팅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국내 원격의료가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됐다.

원격진료 이후 약 배송 문제 "디지털치료제가 대안"

식약처, 심평원도 디지털치료제 검증 착수 움직임

웰트 강성지 대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치료제를 또다른 선택사항으로 고려할 수 있는 시대가 비로소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사람을 치료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기존 약과 비슷하다"라며 "입으로 복용해 몸 안에서 발생하는 양리적 작용이 아닌, 머리로 접해 생활습관 교정을 생각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웰트 강정시 대표가 예시로 제시한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치료제의 처방 과정은 그간 익숙했던 약 처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가 검증된 어플리케이션을 환자에게 추천하고, 처방과 함께 전달받은 엑세스코드를 환자가 입력하면 그제서야 어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된다.

만약 어플리케이션을 쓰면서 그간 겪은 세세한 증상이 기록된다면, 이후 내원에서 의사가 다음 처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강 대표는 "의료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 독일은 보험 수가 영역의 포함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사실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안전성·유효성 검증기준을 만들고 있고, 올해부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격경제성을 바탕으로 하는 가격책정과 수가작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은 원격의료 회사가 당뇨병 디지털치료제를 다루는 회사를 22조원에 인수할만큼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보통 원격진료 이후 약을 배송해야 하지만 오배송과 분실, 변질과 같은 위험성이 있고 미국은 더 심하다"며 "원격의료 수요가 맞닿은 영역에서 디지털치료제는 링크만 보내면 치료제이기 때문에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증 감염병 환자, 원격간호 효과적이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이후 원격영양컨설팅 10배 증가

경희대 간호대학 윤은경 교수는 원격간호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국제간호협의회는 원격간호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간호의 수준을 높이고, 환자간호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정의하며, 주요 역할은 대상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교육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윤 교수는 "초기에는 원격의료를 활용한 가정간호, 환자모니터링 중심의 초기간호에 집중됐었지만 차츰 건강중심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신체문제 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원격간호에서 다룬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간호, 취약계층으로도 대상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원격간호의 경우 간호 대상자들이 의료기관의 방문을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자에 있어서는 자가간호의 순응도를 높이는 효과도 입증됐다.

윤 교수는 "원격간호는 의료효율성, 공공성을 실현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며 "국제간호원격의료협의회에서도 의료공공성 활성화를 위해 원격의료에 참여하는 간호사를 독려하고 지원교육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COVID-19) 펜데믹을 겪으며 국내 원격의료의 효과성이 검증됐고, 원격간호가 감염병 확산 위험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는 "일각에서는 감염병환자가 경증이 아닌 중증인 경우에도 원격간호로 환자를 케어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보고한다"며 "이러한 과도기적 전환이 앞으로 원격간호에 어떤 방향성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들의 영양관리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원격영양컨설팅'도 소개됐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이정은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원격영양은 예방과 환자관리의 영역에서 모두 중요하다. 코로나19로 미국에서는 원격영양컨설팅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는 임상영양사가 담당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영양사와 임상영양사 중 누가 맡을지 논의해야 한다"며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 차이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여전한 제도 구멍...정부 부처마다 상이한 판단

"한시적 허용으로 부족, 의약품 배송 허용돼야"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한시적 전화상담이 허용됐지만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라이프이맨틱스 송승재 대표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비대면진료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라며 "한시적 전화진료에 대해 복지부는 줌이나 전화를 쓰면 된다고 한 반면, 식약처는 의료기기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효과적인 원격진료를 위해선 의약품 택배 배송을 위한 약사법 개정도 필수 과제로 꼽혔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는 "한시적 허용, 규제샌드박스로는 제대로 된 투자가 될 수 없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격으로 진료를 받았지만 약을 집에서 배송받지 못하고 대학병원 근처 약국에 가야한다면 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법 관련 이야기만 나오지만 중요한 것은 약사법 개정안"이라며 "전자처방전을 약국에 보낼 수 있느냐도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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