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서·심포지엄보다 여유 병상·중환자실 확보 시급
반복되는 감염병 컨트롤타워 부재·명확한 역할 분류 필요

[메디컬업저버 신형주] 1년 6개월이 넘는 코로나19 감염병 팬데믹 상황이 백신 접종으로 인해 일상회복 가능성의 희망이 보여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월 전 국민 70%의 백신 접종 완료를 통해 집단면역 형성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감염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감염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 정부와 의료계, 제약산업의 감염병 대응 미래 전략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복되는 감염병 창궐에 땜질식 대응이 아닌 근본적인 방역체계 구축과 보건의료 체계 확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메디컬업저버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우리는 어떻게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나?'라는 주제로 감염내과 전문가 3인이 진단하는 코로나19 현재와 향후 새로운 감염병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와 의료계, 제약업계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좌담회는 6월 10일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에서 진행됐으며, 길병원 엄중식 교수,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가 참여했다.  - 편집자 주 -

[창간 20주년-⓵] 새로운 감염병 대응 위한 정부·제약업계 역할은?
[창간 20주년-⓶] 정부 백신·치료제 개발 위해 끝까지 지원 필요  

감염전문가 3인은 지난 1년 6개월간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국민은 A학점, 정부는 B학점을 매겼다.하지만, 의료계는 위로의 대상으로 평가했다. (좌측부터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
감염전문가 3인은 지난 1년 6개월간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국민은 A학점, 정부는 B학점을 매겼다.하지만, 의료계는 위로의 대상으로 평가했다. (좌측부터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5000만 국민은 이전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5인 미만 사적모임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일상생활 자체가 제약을 받고 있지만, 최대한 정부의 방역정책에 호응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을 인내하고 있다. 

감염전문가인 엄중식, 이재갑, 최원석 교수는 지난 1년 6개월간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국민과 정부, 의료계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할까? 국민은 A, 정부는 B, 의료계는 평가의 대상이라기보다 위로의 대상으로 봤다. 대신 의료계의 리더십 부재는 반성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엄중식 교수.
엄중식 교수.

엄중식 교수(이하 엄 교수) : 국민은 A학점, 정부는 B학점, 언론은 C학점을 주고 싶고, 의료계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 의료계는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위로의 대상이다. 하지만 의료계에 대해 아쉬운 점은 위기의 순간에 의료계 리더십이 부재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 부분은 분명히 있어 저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의협 집행부가 변화됐지만, 이전까지의 양상을 보면 의협이 가지고 있는 권위나 파급력에 비해 별로 한 것이 없다.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부분은 반성해야 할 점이다. 개별 의료기관은 일차의료기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너무 고생 많았다. 각자도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래서 평가의 대상이라기보다 위로의 대상이다.

이재갑 교수(이하 이 교수) : 저도 같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계기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경우는 세계 어

이재갑 교수.
이재갑 교수.

느 정부도 코로나19를 처음 경험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고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다. 다만, 전문가가 보는 최선과 정부가 보는 최선은 다를 수 있다. 
정부 조직 자체가 정치적인 성향을 배제할 수 없어 일부 고위직 공무원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한 행동이 정부 내에서 보였다는 것이 안타깝다.

최근 논란이 됐던 자가검사키트 사례를 들 수 있다. 야권은 정치적 발언이 될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욕심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정권이 바뀐상황에서는 현 여권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본다. 개원가는 환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버텼고, 환자들이 몰리면 몰리는 대로 불만 없이 진료에 충실했다. 
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다만, 의료계의 노력에 비해 의료계 지도자들의 정치색으로 그런 노력들이 저평가받는 것은 안타깝다. 최근 의협 코로나TF가 구성됐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조직 구성으로 코로나를 대응하겠다는 것을 보면 답답함이 든다.

최원석 교수.
최원석 교수.

최원석 교수(이하 최 교수) : 코로나19는 스페인독감 이후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 것 같다. 모든 영역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본다.

그 중 국민들의 고생이 가장 컸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방역수칙 등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지켰고, 의료계 종사자들도 고생이 많았다. 3인의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의 감염병에 대한 반복되는 컨트롤타워 부재와 방역체계의 지나친 자만, 의료계와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이 교수 : 정부는 코로나19 2차 유행 초기 당시 의료계가 3차 유행을 대비한 병상 확보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조언했지만, 3차 유행 때까지 병상을 확보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 코로나 병상들을 해제하는 정책적인 실수를 했다. 3차 유행으로 사망률이 급증하면서 상급종합병원에 병상 확보를 요청했다.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중환자 병상 확보를 하지 못한 것은 분명 정부의 잘못이 크다. 

엄 교수 : 정부는 지난 신종플루, 메르스를 경험하고, 현재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감염병 컨트롤타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문제다. 

감염병 컨트롤타워를 질병청장이든, 복지부 장관이든 능력 있는 분이 꾸준히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 교수의 지적처럼 3차 유행 당시 병상이 부족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3차 유행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응이 대유행 당시 정책 공백을 발생시킨 것 같다. 정부의 관료주의가 컨트롤타워 정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어려울 때는 질병청장이 나서고, 폼나고 성과를 발표할 때는 장관이나 총리가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성과를 내는 것 보다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 방역에 집중하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성과만을 쫓다 보면 의료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방역체계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컨트롤타워는 직위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의 문제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분류하고,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최 교수 : 정부의 조직 특성상 상하체계와 승인체계로 인해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예전부터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의학적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보건부에서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결정이 비전문가의 판단과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런 체계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의 감염병 대응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다. 근본적인 조직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

감염병 대응은 전쟁 대비와 같은 개념 적용돼야

엄중식, 이재갑, 최원석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을 진단한 뒤, 향후 발생될 수 있는 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해 여유 병상 및 인력 확보와 중환자 병상 증설을 위한 정부의 지원 대책 필요성을 제안했다.

최 교수 : 우리가 팬데믹을 경험한 것은 코로나19만이 아니다. 공중보건학적으로 보면 2000년 초 홍역,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 등 계속 있어왔다. 하지만, 그 때만 지나면 감염병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잠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백서를 발간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물론 코로나 대응 초기 도움이 된 것도 있다. 국민안심병원 체계는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제안됐던 부분을 차용해 효과를 봤다. 그것이 전부다.

메르스 이후 북유럽에 간 적 있다. 북유럽도 그렇게 방역체계가 잘돼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딱 하나 배울 것이 있었다. 감염병을 대비해 건물 전체를 하나 비워놓고 있었다.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활용하기 위해 병상과 건물을 통째로 비워놓은 것을 보고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효율을 중요시한다. 그러다 보니 급한 경우에 예비로 준비해 두는 스페어 개념이 없다. 여유 인력과 공간, 비용이 없는 실정이다.

전쟁을 대비해 국가는 군사 무기를 준비해 놓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30년 지나면 폐기처분 한다. 하지만 누구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보다 자주 경험하는 공중보건 감염병을 대비한 여유 방역 물자와 인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중보건은 효율적 관점이 아닌 안전의 관점에서 전쟁물자 비축처럼 접근해야 한다.

엄 교수 : 감염병에서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병원 자체에 공간, 시설, 인력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특정한 감염질환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어떤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열이 나는 신종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정확한 진단이 나올 때까지 진료할 수 있는 특정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 공간에서 검사 및 진료를 할 수 있다. 다른 환자와 전혀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 그런 시설을 이미 10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효율성 때문에 여유 공간과 인력, 장비가 전혀 없다. 의료인력 중 확진자와 접촉되면 그 병동은 아예 활용할 수 없다.

그 결과, 감염병 대응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의료기관이 충분한 인력과 공간, 재원을 활용해 운영된다면 환자안전과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발전이 저절로 이뤄진다. 일례로, 미국 로체스터 인구의 60~70%가 메이요클리닉과 관련된 종사자들이다. 즉, 일반 지역민보다 더 많은 사람이 메이요클리닉 종사자들이다.

메이요클리닉에 종사하는 인구가 3만 4000명에서 거의 4만명에 달한다. 메이요클리닉과 비슷한 병상 규모인 길병원은 4300명 정도 일하고 있다. 예산과 인력이 1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산업적 측면에서 봐도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바이오산업을 투자하려면 병원부터 제대로 키워야 한다.

최 교수 : 모든 병원이 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해 전 병상을 1인실로 할 수 없지만,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기 위해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줘야 한다. 재원에는 한계가 있으니, 국가 모든 영역과 조율하는 역할을 정치권이 해줘야 한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합리적인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지금보다 무게의 추가 보건의 안전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교수 : 미국은 중환자실 구조가 대부분 1인실로 돼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병원, 이대서울병원 정도가 중환자실이 1인실이며, 새롭게 건축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1인 중환자실을 만들고 있다. 국내 상황으로 보면 중환자실을 1인실로 변경하는 것은 건물 리모델링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그마나 중환자실을 1인실로 변경하기 위해 수가가 보전되지 않으면 시도조차 안 된다. 중환자실 구조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구조를 변경할 때 수가나 리모델링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환자실 변화와 확대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엄 교수 : 미국 역시 중환자실 1인실을 만들 때 법령으로 규정해 의무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안다. 병원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도 2007년 법 개정으로 병원이 30% 이상 개축하는 병원은 법령에 맞춰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급성기 병원의 약 70%가 건물 수명이 30년을 넘어가고 있다. 

조만간 신축해야 한다. 중환자실 시설 규격 및 장비 등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예전과 같은 중환실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중환자실에 대한 명확한 시설 규격과 장비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30~40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이 선진국들과 같은 중환자실 확대 및 규격을 설정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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