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유헬름’, 미국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치료에 신속허가
탄생과 허가 심사과정에선 다양한 이슈 양산
차별화된 옵션 등장에 게임체인저 기대감 조성

출처: 바이오젠 홈페이지
출처: 바이오젠 홈페이지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미국에서 20여년만에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매 지연약이 탄생했다.

바로 에자이∙바이오젠의 ‘애드유헬름(성분명:아두카누맙)’이다.

애드유헬름은 탄생부터 허가 심사과정에 이르기까지 숱한 이슈를 남겼다. 특히 임상시험 결과의 근거 수준에 의문부호가 달려 허가 전망이 어두웠으나 예상을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애드유헬름이 치매 치료분야에 미칠 영향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기존과 다른 패턴으로 사용 가능한 약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기대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7일(현지시간) 애드유헬름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치료에 신속 허가했다.

당국은 '승인 후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여기서 효능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치매 치료분야는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약물을 맞이하게 됐다.

애드유헬름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하는 단클론항체 약물로 치매의 진행을 지연한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며 기억상실 등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당 약물의 효과는 임상 3상인 EMERGE와 ENGAGE, 그리고 1b상인 PRIME에서 측정됐다.

EMERGE는 경증인지장애(MCI)를 동반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163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환자들은 애드유헬름 투여군 또는 위약군으로 나눠져 연구일정을 소화했다.

1차목표점은 치매임상평가척도박스총점(CDR-SB)의 변화였다.

그 결과, 78주 시점 CDR-SB는 애드유헬름 고용량 투여군이 위약군 대비 22% 낮았다. 이는 애드유헬름 고용량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치매 진행이 느린 것으로 풀이되며, 동시에 1차목표점을 충족하는 결과였다. 

ENGAGE는 경증인지장애를 보인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1647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연구 진행 방식은 EMERGE와 동일했다.

연구결과, 애드유헬름 투여군은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하며 1차목표점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EMERGE, ENGAGE, PRIME에선 애드유헬름의 아밀로이드베타 감소 효과가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애드유헬름 투여에 따른 흔한 이상사례는 아밀로이드 연관 영상이상 부종(ARIA-E), 아밀로이드 연관 혈철소 축적(ARIA-H) 등이었다.

탄생부터 허가 심사과정 내내 이슈 양산

애드유헬름은 전주기에 걸쳐 많은 이슈를 남겼다.

탄생 과정은 극적이었다. 제약사 측은 2019년 3월 애드유헬름의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EMERGE와 ENGAGE 임상시험의 중간분석 결과에서 효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7개월 뒤 깜짝 발표를 했다. 두 임상시험의 데이터 셋이 커지면서 애드유헬름 고용량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었다.

베일을 벗은 EMERGE, ENGAGE 임상시험 결과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같은 디자인으로 진행된 2개 임상시험의 운명이 성공과 실패로 갈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약사 측은 “애드유헬름 고용량 투여 일정을 완료한 환자 비율의 차이로 발생한 결과”라며 “EMERGE에서 고용량 투여 일정을 완료한 환자 비율이 보다 더 많았다”고 해명했다.

심사과정에선 회의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FDA 자문위원회의 대다수는 애드유헬름이 EMERGE에서 보인 효과 조차 신뢰하지 않았다. 위원회의 의견은 FDA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애드유헬름의 허가 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반면 제약사측은 묘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5월 스위스 소재 제조시설을 완공하고 애드유헬름 생산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번 승인을 통해 바이오젠의 행보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게임 체인저 기대감 조성

국내 전문가는 이번 허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애드유헬름은 질병의 근원을 타깃한 약이라는 점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서울성모병원 양동원 교수(신경과)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애드유헬름 허가를 환영한다"며 "기존 약들은 증상치료만 가능했다면, 애드유헬름은 알츠하이머 질병의 근원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이어 "애드유헬름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확인된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에게 최선의 옵션될 것"이라며 "해당 환자군은 아밀로이드 축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경과가 나빠지는데, 이런 측면에서 애드유헬름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상사례 관련 사안도 짚었다.

양 교수는 "애드유헬름이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연관 영상이상은 이미 잘 알려진 부작용"이라며 "이를 대비하려면 투여 환자에 대해 한 달 간격의 영상촬영이 이뤄져야 하고, 경과가 나쁘면 약을 끊고 괜찮아지면 다시 사용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옵션의 등장에 따른 당부의 말도 전했다.

양 교수는 "임상시험과 실제 임상현장은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들이 많이 준비해야 한다"며 "애드유헬름을 1년쯤 사용하면 환자의 아밀로이드 베타가 다 제거되는데,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등에 대해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애드유헬름이 국내 의료현장에 도달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이는 사용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가격이 매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약사 측은 애드유헬름의 표시가격을 1회 투여당 4312달러(약 480만원)로 책정했다. 연간 투약비는 5만6000달러(6200만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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