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최초'라는 단어가 주는 힘은 크다. 성공 사례가 없었고 가장 앞서 있는 의미라는 점에서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7일(현지시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애드유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 질병 증상을 관리하던 기존 치료제와 달리,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한 '최초' 신약이라는 점에서 허가와 동시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애드유헬름 승인을 두고 학계 의견은 분분하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두 가지 임상3상 결과가 상충돼 허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부정적 입장도 있다. 

애드유헬름은 ENGAGE와 EMERGE 임상3상이 동시 진행됐다. EMERGE는 애드유헬름의 유효성을 확인했으나 ENGAGE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두 가지 임상3상 모두 긍정적 결과를 얻었을 때 FDA 허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EMERGE도 연구 종료 시점에 위약을 능가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 2019년 임상이 중단됐다. 그러나 2020년 추가 데이터 검토 결과에서 고용량 투여 시 인기기능감소를 막는 효과가 나타나, FDA 승인을 위한 근거로 제시돼 기사회생했다.

애드유헬름은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한 치료제다. 정상인보다 치매 환자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많이 발견되면서 이 단백질은 치매 진단의 바이어마커로 활용되고 있다. 즉, 애드유헬름은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가설'에 불과하다. 그동안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했던 크레네주맙, 솔라네주맙 등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의 임상연구는 모두 실패했다. 다시 말해 애드유헬름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지라도 실제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이 없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존재한다. 

아직 알츠하이머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아밀로이드 가설에 이어 타우 가설 등이 힘을 얻고 있지만 원인부터 다시 밝혀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미충족 수요가 커 애드유헬름이 시판 후 임상 재평가를 진행하도록 조건부 허가받았을지라도, 이번 승인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아밀로이드 가설에 무게를 실은 위험한 선례라고 생각한다. 

애드유헬름을 시작으로 다른 항아밀로이드 기전 치료제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아직도 풀어야 할 질문이 많은 미지의 질환이다. 

이번 허가로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기전을 찾기 위한 연구 그리고 새로운 기전 치료제 개발에 브레이크가 걸려서는 안 된다. 아직 알츠하이머병 정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초가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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