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허가 논란 여전…미국알츠하이머協, 가격 비판
개발부터 허가, 약가까지 험난함 보여주는 대표 사례
젬백스앤카엘, 아리바이오, 메디포스트 등 도전 중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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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을 18년 만에 알츠하이머 치매 지연약으로 새롭게 허가했지만, 왜 치매 치료제가 아직도 '꿈의 치료제'라고 불리는지 재확인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두카누맙의 탄생부터 허가 심사까지 무수히 많은 이슈와 효능 논란, 특히 최근에는 가격을 두고 미국알츠하이머협회까지 비판대열에 합류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젬백스엔카엘, 일동제약, 메디포스트 등이 치매신약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알츠하이머협회, "아두카누맙 가격 용납할 수 없는 수준"

해외 일부 전문가들은 아두카누맙의 치료 효능에 대해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알츠하이머협회
미국알츠하이머협회

하지만 FDA는 아두카누맙의 임상연구 2건에서 서로 상충하는 결과를 보였음에도 치매환자의 인지 능력 감소 속도를 낮추는 임상 결과를 인정하고 신속 승인했다.

단, 시판 이후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4상을 진행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두고 FDA 내부에서부터 불만이 터졌다. 

허가 전부터 반대의사를 밝혔던 FDA 자문위원 3명이 이번 허가 결정에 반발해 사퇴를 결정한 것.

이 중 한명인 하버드의대 애런 케슬하임 교수는 '미국 근대 역사상 최악의 의약품 승인'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제약사 측이 책정한 1회 투여당 4312달러, 연간 투약비 5만 6000달러에 달하는 표시가격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허가 논란이 있는 약물치고는 지나치게 약값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아두카누맙의 FDA 승인을 지지한 미국알츠하이머협회조차 성명서를 통해 연 5만 6000달러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가격'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알츠하이머협회는 "(이 같이 높은 가격은) 많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의 치료 접근에 극복 할 수 없는 장벽이 될 것"이라며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환자가 치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 형평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바이오젠에게 가격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비영리단체인 임상경제검토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 ICER)는 부족한 임상 증거를 감안해 아두카누맙의 적정 가격을 연간 8300달러로 책정했으며, 미국 몇몇 분석가들은 약 1만달러로 추정한 바 있다.
 

국내 개발 현황은?…젬백스앤카엘, 임상3상 재신청 계획 중

국내에서는 젬백스앤카엘, 일동제약, 아리바이오, 메디포스트 등이 치매 신약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1'에서 젬백스앤카엘 송형곤 대표이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 치매 치료제의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젬백스앤카엘 송형곤 대표이사가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1'에서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젬백스앤카엘 송형곤 대표이사가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1'에서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우선, 송 대표이사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아두카누맙의 FDA 허가 자체는 긍정적으로 봤다.

오랫동안 유효슈팅(shots on goal)만 있었던 치매 치료제의 첫 골을 기록해 후발주자들에게 최소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기본적으로 치매는 신약이 빨리 나와야 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한다"며 "치매 치료제 개발자 입장에서 아두카누맙의 길을 따라가면 된다는 의미에서 이번 허가는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언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젬백스는 국내에서 'GV1001'의 임상2상을 완료하고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3상을 신청했지만 시험 대상자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는 "시험 대상자를 추가 모집해 임상3상을 재신청 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미국 임상2상을 진행하기 위해 활발하게 논의 중이고, 유럽 임상도 접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리바이오는 지난 3월 미국에서 'AR1001'의 임상2상 시험(210명 대상, 6개월 투여)을 완료했다. 

저농도 투여군(10mg)과 고농도 투여군(30mg) 모두 인지기능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했으며, 올해 안에 FDA 임상3상 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메디포스트의 경우 '뉴로스템'의 임상1/2a상 결과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인지행동검사(ADAS-Cog)의 변화량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투약 환자의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떨어진 것을 확인, 추후 연구 설계를 보완해 치매 치료제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9년 'IDI201'의 국내 임상3상을 승인받고 연구 대상자를 모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IDI201은 멀구술나무의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로,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하는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매 신약이 왜 꿈의 치료제인지, 왜 20여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새로운 허가가 없었는지 등을 아두카누맙이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며 "치매 영역은 약물 개발부터 허가, 약가까지 넘어야 할 산의 높이가 너무 높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이사도 "치매 치료제 시장은 성공했을 때 글로벌 경제적 평가가 경 단위에 이를 정도로 블루 오션이지만 성공하기 어렵다"라며 "개발 과정이 매우 힘들지만 길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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