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카누맙, 6월 FDA로부터 조건부 허가
임상4상에서 효능 확인해야…입증 실패 시 승인 취소될 수 있어
대한치매학회 임원진 "환자 위한 무기 생겨…가격 비싸 의료 양극화 나타날 수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18년 만에 등장한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아두카누맙(제품명 애드유헬름)' 승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월 아두카누맙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했다. 이에 따라 임상4상인 시판후조사(PMS)를 통해 아두카누맙의 효능을 확인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아두카누맙 허가를 반대한 FDA 자문위원 3인은 허가 결정에 반발해 사퇴했다. 학계에서는 효능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문가들은 아두카누맙 승인에 대해 그동안 많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이 임상적 효능 입증에 실패했던 만큼, 이번 허가에 따라 환자를 위한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단, 가격이 상당히 고가라는 점에서 의료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치매학회 임원진들은 지난 1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 국제학술대회(IC-KDA 2021) 기자간담회에서 아두카누맙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내놓았다.

환자 위한 무기 생겼지만 효용성에 대한 논의 필요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하는 단일클론항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환자의 임상적 증상을 호전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병 발생과 연관된 바이오마커다. 

아두카누맙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지라도 실제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도움이 될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상3상 ENGAGE와 EMERGE 두 가지 중 ENGAGE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EMERGE도 연구 종료 시점에 아두카누맙이 위약을 능가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 2019년 중단됐다. 그러나 2020년 추가 데이터 검토 결과에서 고용량 치료 시 인지기능감소를 막는 효과가 나타나 FDA 승인을 위한 근거가 됐다.

학회 이영애 회장(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아두카누맙이 승인 관련 비난을 받은 이유는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치료제가 무용하다고 판단한 후 데이터를 더 모아 고용량에 대한 분석을 진행해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동일한 디자인의 두 가지 임상3상 중 좋은 결과를 얻었던 한 가지 연구만 가속승인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일각에서는 아두카누맙 허가를 두고 '총을 쏘고 과녁을 그린 듯한', 짜 맞춘 것 같은 승인이라고 비난한다"면서 "문제는 치료제가 아밀로이드 베타를 유의하게 제거할지라도 임상적 호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를 위한 무기가 하나 생긴 점은 환영할만하지만, (처방할 경우) 환자 및 보호자와 약의 효용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시 변화 확인한 '절반의 성공'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을 겨냥한 치료 후보물질들이 연이어 실패했던 상황이기에, 아두카누맙 승인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아두카누맙 임상에 참여했던 학회 박기형 학술이사(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은 상당히 어렵고 많은 비용이 필요하며 임상 실패 시 타격이 크다"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관해 암울한 메시지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두카누맙 승인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 양동원 기획이사(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한 치료제다.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후보물질들의 임상연구가 계속 중단됐었지만, 아두카누맙 승인으로 치료제 개발에 대한 희망을 품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 원인 다양…여러 약제와 병용한 임상연구 필요 

알츠하이머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아두카누맙과 다른 원인을 표적한 약제들을 병용한다면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박 학술이사는 "한 가지 약제로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없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한 가지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질환을 악화시키는 인자 중 하나를 교정할 수 있게 된다"며 "타우 단백질, 신경염증 등을 타깃하는 약제들을 함께 투약하고 약제가 각자의 역할을 해 경과를 호전시킨다면, 알츠하이머병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두카누맙 승인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병용요법에 관한 임상연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약사는 다른 제약사의 치료제와 병용하는 임상연구에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 기획이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동시에 여러 약제를 투약해 경과를 관찰하고 싶지만, 제약사가 임상연구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만약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면 국가에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국가가 이런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도입 막는 장벽은 '가격'

아두카누맙 승인은 환자와 의료진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가격이 고가인 점은 환자 치료를 막는 장벽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의료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 학술이사는 "아두카누맙이 상당히 고가라 국내 도입이 쉽지 않다. 1회 투약 시 약 480만원으로 연간 약 6000만원이 필요하다"며 "미국에서는 약가가 이슈가 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비싼 약가는 의료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두카누맙의 국내 허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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