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내 치매 연구 논문 606건…뇌조직 연구 2건뿐…치매 연구 활성화 시급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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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약 1.4kg으로 인체 에너지의 20%, 전체 혈액량의 4분의 1을 사용하는 신체기관.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0조 개의 시냅스로 이뤄진 곳. 바로 인체의 '소우주'라고 불리는 '뇌'이다. 

인간의 유전자서열정보가 밝혀지면서 인류는 다음 미개척 영역인 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의 뇌를 이해하면 치매,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정복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은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출범하며 인간의 뇌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주도권을 갖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같이 뇌연구 활성화를 위해 외국에서는 뇌은행(Brain Bank)을 운영하며 국가 차원에서 뇌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인 한국뇌연구원 산하에 한국뇌은행을 설립하고, 뇌연구 지원을 위해 뇌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권역별 협력병원과 한국뇌은행네트워크(Korea Brain Bank Network, KBBN)를 구축하고 있다. 

2021년 신축년을 맞아 뇌질환 극복의 꿈을 이뤄줄 뇌은행의 역할과 이를 통한 뇌연구 중요성 그리고 뇌연구 활성화 방안 등을 조명했다. 

[신년특집-①]인체 소우주 '뇌' 연구로 난공불락 뇌질환 정복 꿈꾼다
[신년특집-②]뇌자원으로 뇌질환 '미스터리' 푼다
[신년특집-③]"뇌연구 위한 뇌를 구합니다"
[신년특집-④]"사람은 떠나도 뇌연구 플랫폼은 남는다"

뇌연구 가장 필요한 질환 '치매'

뇌은행을 통해 기증받은 뇌자원은 뇌질환 진단과 치료 등을 위한 연구에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시급성으로 판단할 때 뇌연구가 가장 필요한 질환으로 치매를 꼽는다. 

지난해 4월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9'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 수는 75만 488명으로 추정되며 치매 유병률은 10.16%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치매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명, 2039년에는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또 치매 부담과 관련해, 65세 이상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042만원, 국가 치매관리비용은 약 15조 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 전체 연간 진료비용은 약 2조 5000억원이며,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용은 약 337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즉 치매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만큼, 그 부담을 줄이면서 치매 환자의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한 치매 관련 뇌연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에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치매 뇌조직과 임상자원을 수집·관리하고 치매 연구 활성화를 위한 뇌자원을 분양하고자 2016년 8월 '치매 뇌조직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치매 뇌조직은행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3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뇌조직 활용한 치매 연구 증가세…우리나라는 '미비'

치매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간 뇌조직을 활용한 치매 연구 논문은 늘고 있다. 

2019년 질병관리청(구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 뇌질환과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 뇌조직 자원을 활용한 치매 분야 전체 연구 논문(SCEI, SCI 등)을 웹오브사이언스(Web of Science)를 이용해 통계적으로 분석, 그 결과를 '치매 뇌조직은행 운영 현황 및 중장기 발전계획' 역학·관리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뇌조직을 활용한 치매 연구를 통한 논문 게재 건수는 연평균 6.38% 늘어 2000년 88건에서 2018년 254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치매 연구는 2000년 4727건에서 2018년 1만 6000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뇌조직을 활용한 치매 연구가 2000년 0건을 시작으로 2018년 2건을 기록, 지속적이지 않은 양상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치매 연구는 2000년 43건에서 2018년 606건으로 증가했다.

즉 해외에서는 뇌조직을 활용한 연구 논문 게재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는 이에 비해 미비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치매 진단 및 치료의 시급성, 높은 국민 관심도와 정부의 치매 연구분야 R&D 투자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치매 뇌조직은행을 중심으로 치매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뇌조직을 활용해 진행된 치매 연구 결과는?

그동안 발표된 뇌조직을 활용한 치매 연구를 보면, 진단부터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까지 다양하게 이뤄졌다. 

예로, 지난 2015년에는 2년 이내의 빠른 진행을 보이는 급속 진행 치매(rapidly progressive dementia, RPD)의 진단도구가 개선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Neurodegener Dis 2015;15(6):350~360).

연구에서는 RPD가 신경퇴행성 또는 비신경퇴행성 질환 모두에 의해 발병한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병리학적 소견을 포함한 임상병리학적 특징을 확인하고 RPD 환자의 사후 진단 정확도를 평가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스페인 Biobanc-Hospital Clinic-IDIBAPS에 등록된 RPD 환자 160명의 사후 뇌조직을 토대로 후향적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프리온질환이 67%로 가장 많이 병리학적으로 진단됐고, 비프리온 신경퇴행성질환이 17%, 알츠하이머병 및 루이소체치매와 비신경퇴행성질환이 16%로 뒤를 이었다.

이를 토대로 임상병리학적 진단 일치도(diagnostic agreement)를 평가한 결과에서 프리온질환에 의한 RPD는 94%로 높게 확인됐지만, 비프리온질환에 의한 RPD는 21%에 불과했다. 즉, 환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비프리온질환에 의한 RPD 진단 일치도가 좋지 않으므로, 향후 더 개선된 진단도구와 신경병리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아울러 미국 플로리다주 뇌은행에 수집된 치매 환자 382명의 뇌조직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치매 △혈관성치매 △전두측두엽치매 △해마경화증 등의 발생 빈도를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이 77%로 가장 흔한 병리학적 소견으로 확인됐다. 그 뒤를 루이소체치매(26%), 혈관성치매(18%), 해마경화증(13%), 전두측두엽치매(5%) 등이 이었다(Alzheimer Dis Assoc Disord 2002;16(4):203~212).

또 알츠하이머병을 동반한 이들은 루이소체치매 환자의 66%, 혈관성치매 환자의 77%, 해마경화증 환자의 66%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혈관성치매의 상대빈도(relative frequency)는 늘었지만, 전두측두엽치매와 루이소체치매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마운트 시나이 메디컬센터 Warren W Barker 박사는 논문을 통해 "이번 결과는 치매 원인에 따른 개별적인 표적치료 개발과 함께 치매 후보물질의 임상연구와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신질환 분야도 뇌연구 활성화 기대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에 더해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조현병 등 정신질환도 앞으로 극복해야 할 질병이라는 점에서 인간 뇌조직을 통한 뇌연구 활성화가 필요한 분야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뇌은행장인 김인범 교수(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질환 중 하나가 정신질환이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발병 원인에 대한 가설들이 제안됐을 뿐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신질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점이 많은 만큼 앞으로 인간 뇌조직을 이용한 정신질환 연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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