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10년간 합리적인 진료비용과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질 담보로 '전문병원'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확립하고 있는 전문병원계가 한마리의 미꾸라지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게 됐다. 

그동안 미용·성형분야 유령수술 논란, 마취 환자 대상 성추행 논란 등으로 인한 의료계 도덕성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의료계는 이런 논란이 전체 의료계 중 극히 일부 의사들의 일탈행위에 불과하다고 항변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부도덕한 의사와 거리두기에 급급했다.

물론,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회원자격 정지 등 중징계를 내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미흡한 상황이다.

급기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유령수술과 성추행 방지 등 환자안전을 위해 의사면허 자격 결격 사유 확대법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다.

더 이상 의사들의 자율적인 도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자율징계권이 없는 상황에서 부도덕한 의사를 징계하기 위한 전문가평가제를 시행하는 등 자체적인 정화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노력속에서 의사면허 결격 사유 확대법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유령수술과 대리수술, 성추행 논란은 의료계의 자정 노력 자체를 무위로 돌리고 있다.

특히, 이번 인천지역 A 척수전문병원 대리수술 사건은 그동안 국민의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는 전문병원에서 발생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병원 제도는 지난 2011년부터 대형병원 환자쏠림현상을 완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반 중소병원 중 일정 수준의 의료질과 기준을 충족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전문병원은 제도 시행 10년 동안 상급종합병원 의료질 못지 않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비용대비 효과성, 환자 만족도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A 척추전문병원의 대리수술 사건은 뼈아픈 오점이 되고 있다.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의회 회장은 이번 A 척추전문병원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진상조사를 통해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칫 10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병원계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는 일어탁수(一魚濁水)로 인해 전문병원의 긍정적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화될 것을 우려해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발빠르게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A척추전문병원 대리수술 사건 직후 무자격자·무면허자에 의한 명백하고 중대한 의료법 위반행위라고 비판하고, 사법당국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결과 24일 이 회장은 대검찰청에 A 척추전문병원 대표원장 등 관련자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중앙윤리위원회 회부해 중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다.

의협은 제2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26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다양한 유형의 의료법 위반사항에 대해 행정처분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전문가평가제의 한계와 온정주의가 일정부분 존재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가 국민들에게 자정 노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더 이상 온정주의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A 척추전문병원 대리수술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가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듯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일어탁수를 발본색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자정 노력이 있어야 의사 면허 결격 사유 강화법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한 의료계의 목소리가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마리의 미꾸라지로 인해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이 더 이상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 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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