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핸드폰 데이터 활용해 감염 위험 높은 곳 시뮬레이션
일부 장소가 감염병 발생의 대다수 차지…풀서비스 레스토랑·호텔 등 특정 장소에서 많이 발생
재오픈한 풀서비스 레스토랑, 밀집도 높고 장시간 머물러 감염 위험 상승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3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미국 연구팀이 핸드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델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장소를 제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컴퓨터공학과 Jure Leskovec 교수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슈퍼전파 사례가 있었던 일부 장소가 코로나19 감염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자리에 앉아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 형태의 식당인 풀서비스 레스토랑과 호텔 등 특정 장소에서 감염이 많이 발생하고, 락다운(lockdown) 후 재오픈한 풀서비스 레스토랑에서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코로나19 대유행이 사람들의 이동 패턴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연구팀은 동적 이동성 네트워크(dynamic mobility network)를 통합해 미국 10개 도시의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확산세를 시뮬레이션한 SEIR 모델을 이번 분석에 도입했다.

SEIR 모델은 감염 대상군(Susceptible), 접촉군(Exposed), 감염군(Infectious), 회복군(Removed)을 의미한다. 감염 대상군인 사람들이 질병에 노출되는 잠복기를 거쳐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감염돼 감염군이 되고 다시 회복군으로 이동하는 모델이다. 질병에 감염된 후 감염력이 생기는 잠복기가 있는 경우에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600~3000명을 포함하는 지리적 단위인 인구조사 블록그룹(census block groups)을 토대로 핸드폰 데이터와 특정 관심장소(points of interest, POI)에 대한 9800만여 명의 시간당 이동 지도를 활용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POI에는 레스토랑, 식료품가게, 종교시설 등 사람들이 방문하는 비거주장소가 포함된다. 

연구 결과는 Nature 지난달 1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동량 감소가 코로나19 확산 막는 데 중요

먼저 이동량 감소가 이동을 막는 시기만큼 코로나19 확산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로 시카고에서 이동량이 줄기 시작한 일주일 후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5배 증가하고, 이동량이 4분의 1만 감소하면 감염자 수는 3.3배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동량이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면 감염자 수는 6.2배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결과는 이동량 감소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이전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 막으려면 '최대 수용인원' 제한해야?

주목할 점은 이동량을 줄여야 할 POI를 평가한 분석에서 슈퍼전파 사례가 있었던 일부 POI가 코로나19 감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결과다. 

이에 POI의 문을 다시 열 경우 최대 수용인원을 제한하는 것이 일률적으로 사회적 이동을 줄이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시카고의 전체 POI를 재오픈한 경우와 비교해 수용인원을 최대 20%로 제한할 경우 새로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80% 이상 감소했고 POI 방문은 42%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또 시카고 POI의 10%에서 발생한 감염이 전체 POI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감염의 85%를 차지했다. 특히 풀서비스 레스토랑, 호텔 등과 같은 특정 POI에서 감염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번 모델은 시간에 따라 각 POI가 코로나19 감염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구체적으로 POI의 락다운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레스토랑과 피트니스센터는 코로나19 감염자 수에 적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지만, 식료품 가게는 필수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감염자 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같거나 증가했다. 

레스토랑, 밀집도 높고 오래 머물러 감염 위험↑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어 연구팀은 특정 POI가 3월에 발생한 감염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들 장소는 락다운 후 다시 문을 여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 결과, POI를 재오픈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다시 문을 열 경우 10만명 당 발생하는 추가적인 감염자 수는 △풀서비스 레스토랑 △피트니스센터 △카페 및 스낵바 △호텔 및 모텔 △제한 서비스 레스토랑 △종교시설 등 순으로 크게 증가한다고 예측됐다. 

풀서비스 레스토랑은 이동 데이터상에서 방문자들의 밀집도가 높고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집에서 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감염 가능성 높아

아울러 이번 모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이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POI에 방문하면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저소득층의 감염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집에서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 중 이번 모델에서는 카페 및 스낵바 등에서 저소득층의 높은 감염률이 예측됐다. 고소득층이 이들 장소에 더 많이 방문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개인별 방문 횟수는 코로나19 감염 차이를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POI에서 예측되는 전송률(transmission rate)은 이동 데이터가 적고 더 혼잡한 경향을 보인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식료품 가게에 대한 사례분석에 따르면, 10개 도시 중 8개 지역의 식료품 가게에서 저소득층 방문자의 전송률이 고소득층보다 약 2배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그 이유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이 식료품 가게에 있을 때 시간당 방문자 수는 제곱피트당 59% 더 많았고 평균 17% 더 오래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POI 수용 제한하고 고위험 매장 밀집도 줄이는 전략 필요"

저소득층과 같이 취약계층은 코로나19 감염 부담이 크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전략 수립 시 POI 재오픈 계획의 전반적인 영향뿐 아니라 취약계층에 미치는 결과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에 대응하는 정책입안자들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Leskovec 교수는 "이번 결과는 코로나19 감염 차이가 기저질환과 같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피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단기간 정책 결정은 전체 이동량과 다시 문을 여는 POI 유형을 변경해 코로나19 감염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입안자는 POI의 수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고위험 매장의 밀집도를 줄이기 위한 긴급 식품 유통센터를 지원하는 등 전략으로 취약지역의 감염 밀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필수 근로자가 아플 경우 이동을 줄일 수 있도록 유급휴가 또는 소득 보조금 정책 등을 개선하면서, 근무지에 고품질의 개인 보호장비와 좋은 환기 시설을 구축한다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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