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팀, 서구인과 동아시아인 '혈전성향 차이-협심증 예후차이' 연관성 규명
정영훈 순환기내과 교수 "인종 간 유의한 혈전성향 차이...인종 간 예후 차이는 우연 아니다"
한국인에 맞춤치료 전략 강조..."혈전성향 낮으면 프라수그렐·티카그렐러 필요없을 수도"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최근 국내 연구팀은 인종 간 심혈관계 질환의 예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최초로 규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팀은 COMPARE-RACE 연구결과 기반으로 인종 간 예후 차이를 '혈전성향(thrombogenicity)'의 차이를 통해 설명했다. 피가 끈적한 경우 혈관이 더 잘 막히는데, 이런 성향이 동아시아인에서 낮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순환기내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협심증 환자에서 스텐트 시술 후 관찰되는 인종 간 예후 차이는 결코 우연히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혈액의 끈적함을 나타내는 혈전성향 차이가 인종 간 예후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다"고 밝혔다. 

혈전성향의 차이는 심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코로나19(COVID-19) 환자의 예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임상적 중요성이 클 수 있다고 정 교수가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19의 주요 사인이 혈전-염증 증후군(thrombo-inflammatory syndrome)으로 알려져 정 교수는 한국인의 상대적 좋은 예후가 동아시아인에서 보이는 낮은 '혈전 성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COMPARE-RACE 결과는 지난달 27일 의학저널 Journal of Thrombosis and Thrombolysis에 게재됐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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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에 더 낮은 혈전성향, 예후와 밀접한 관계"
최근의 역학 연구를 보면 서구인보다 동아시아인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률 및 관련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배경 및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연구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에 정 교수팀은 혈전탄성묘사도(thromboelastography) TEG 5000을 시행한 안정형 협심증 환자 미국 백인 249명(MAGMA 코호트)과 한국인 249명(G-NUH 코호트)을 비교·분석했다. TEG 검사는 혈전 생성 및 융해의 전반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표준화된 검사다. 

그 결과, 백인들보다 한국인에서 복잡병변에 대한 스텐트 시술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3년 관찰기간 동안 낮은 허혈성 사건의 발생 경향을 보였다(3.6% vs. 5.2%). 

분석 결과, 높은 혈전성향(혈전 강도≥68mm)은 임상사건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HR 6.27, p<0.001), 한국인은 백인들보다 혈전성향이 유의하게 낮았다(혈전 강도: 61.8mm vs 65.4mm, p<0.001). 

정 교수(순환기내과)는 "이번 COMPARE-RACE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인종 간의 혈전성향에 유의한 차이가 있고 이런 차이가 협심증 환자의 장기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며 "혈전성향의 차이에 따라 필요한 항혈전제 강도 및 요법에 차이가 있는지, 나아가 이를 통해 '한국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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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 패러독스에 맞는 항혈전제 치료전략 필요" 
정 교수는 2012년부터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소판제 치료와 관련된 치료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고, 출혈 위험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를 제시하고 동아시아인에 특화된 항혈전제 치료법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 2014년 및 2019년 동아시아인 환자의 항혈소판제 치료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을 끌어내고, 동아시아인에 맞는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최근에 발표된 TICO 및 HOST-REUCE-POLYTECH-ACS 연구 등이 동아시아인에서 '감량요법(de-escalation strategy)'의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에 현재 유럽·미국 가이드라인은 P2Y12 억제제를 보편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글로벌 용량을 '인종 맞춤형 항혈소판제 전략(race-tailored antithrombotic strategy)'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 교수는 "한국인에서 프라수그렐이나 티카그렐러 등의 효과가 떨어지고 출혈 경향만 많아질 수 있다"며 "혈전 성향이 낮으면 굳이 프라수그렐·티카그렐러 같은 강력한 약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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