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국·정영훈 교수팀 "한국인은 서구인과 심혈관계질환 위험 및 항혈전제 반응 다르다"
한국인의 낮은 코로나19 사망률도 한국인 낮은 '응고-염증 성향'이 원인일 수도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국내외 전문가들이 심혈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항혈전제 전략을 사용 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환자에서는 보다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지지했다.

국내외 연구진을 포함하고 조선대병원 김현국 교수(순환기내과)와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가 주도해 동아시아인 패러독스에 대한 개정된 합의문을 국제학술지 Thrombosis and Haemostasis에 최근 발표했다.

(왼쪽부터)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 조선대병원 김현국 교수(순환기내과).
(왼쪽부터)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 조선대병원 김현국 교수(순환기내과).

연구진은 "동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항혈전제 사용 시 허혈 사건 감소는 적고, 출혈 사건의 발생 위험은 높다"며 "따라서 기존 미국·유럽의 임상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는 치료 지침에 의존하지 않고,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구축 및 치료지침 개발을 통해 보다 특화된 치료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영훈 교수는 2012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라는 개념을 처음 지칭하고 발전시켰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는 서구인보다 동아시아인에서 클로피도그렐에 의해 약한 혈소판 억제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스텐트 혈전증을 비롯한 혈전 사건 발생이 낮은 현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서구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이 응고-염증 성향이 유의하게 낮아 동반된 동맥경화증 및 혈전 사건 발생 위험이 낮으며, 높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율에 의한 높은 위장관 출혈 빈도와 높은 뇌내 미세혈관질환의 유병율에 의한 높은 뇌내 출혈 빈도도 시사했다. 

이후 2014년과 2018년에 발표된 동아시아인 환자 대상의 전문가 합의문과 이번 업데이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결을 달리 하고 있다. 이전 합의문은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혈소판제 사용에 대한 지침만을 다뤘지만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보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관심을 제시했다.

업데이트된 합의문 핵심 내용

이전 합의문에서는 한국인 급성관동맥증후군 환자에서 표준용량의 프라수그렐(1일 1회 10mg) 및 티카그렐러(1일 2회 90 mg) 사용은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조심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최근에 발표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사진 출처: 개정된 합의문 갈무리.
사진 출처: 개정된 합의문 갈무리.

TICO 연구에서 입증된 3개월 이후 아스피린을 중단한 티카그렐러 단독요법, HOST-REDUCE-POLYTECH-ACS 연구에서 입증된 1개월 이후 저용량 프라수그렐 요법(1회 5 mg) 및 KAMIR-DAPT 지수를 이용한 위험도 평가 후 항혈소판 요법 선택 등이 그 예다.

또한 개정된 합의문은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NOAC을 포함한 경구 항응고제 치료 전략에 대한 필요성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같은 항응고 효과에서 동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뇌출혈을 포함한 위중한 출혈이 많고, 또한 NOAC 약제 복용 후 약물 농도에 인종간 차이가 있어 특화된 용량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방세동 환자의 지속적인 증가 및 NOAC과 항혈소판제의 병용요법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인에 맞는 적정 용량 및 용법 개발은 향후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감염병을 포함한 '혈전-염증 질환(thrombo-inflammatory disease)'에 대한 최신 지견과 전망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혈전증(폐포내 혈전증, 폐색전증, 심부정맥혈전증 및 뇌졸증) 발생이 코로나19 감염병과 관련된 사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전 관찰 결과를 보면 다른 인종에 비해 동아시아인에서 심부정맥혈전증 발생 빈도가 가장 낮으며, 그 원인으로 동아시아인의 낮은 "응고-염증" 성향이 제시됐다. 이런 성향이 코로나19 감염 후에도 동아시아인에서 혈전증 발생 빈도를 낮게 만들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현국 교수는 "8년 전에 간단한 임상적 관찰로부터 시작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가 점차 많은 전문가가 믿을 수 있는 임상 자료가 쌓이면서 그 개념 또한 점차 넓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항혈소판제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 개념이 항응고제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영훈 교수는 "인종간 응고-염증 경향의 차이는 심혈관계질환 발생 및 항혈전제 사용에 따른 위험-이득 비율에도 차이를 만들 수 있으며, 나아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 예후에 대한 흥미 있는 관련성도 보인다"며 "혈액이 가지고 있는 혈전 성향이 심혈관계질환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밀의학이 한국인 맞춤형 항혈전제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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