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을지대 정영훈·경상국립대 강민규 교수팀, 혈전성향의 임상적 영향 조사
혈전성향 높은 환자,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이상·심혈관계 사건 위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예후 예측 시 '혈전성향(thrombogenicity)'이 유용한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혈전성향에 따른 예후를 평가한 결과, 혈전성향이 PCI 후 혈관기능 이상과 장기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텐트를 이용한 재관류술의 보편화로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시술 후 장기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혈관기능 이상이 보고되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다. 

이번 연구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장기 임상사건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혈전성향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의정부 을지대병원 정영훈(심장내과)·경상국립대병원 강민규 교수(순환기내과)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ACC: Basic to Translational Science 10월호에 실렸다. 

재관류술 후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이상', 임상적 예후와 연관 

혈전성향은 콜레스테롤, 혈소판, 염증인자, 응고인자, 항응고작용, 비만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동맥경화증 진행도와 밀접하게 관련돼 혈전성 심혈관계 사건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막혔던 관상동맥이 재관류되면 △심장근육 세포의 부종 △모세혈관 막힘 △혈소판 및 호중구의 활성화 △피브린 침착 △미세혈전의 이동 등에 의해 재관류 손상(reperfusion injury)이 발생한다. 

특히 미세혈관 폐쇄 등 재관류술 후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이상(coronary microvascular dysfunction, CMD)은 환자의 좋지 않은 임상적 예후와 밀접하게 관련됐다.

그러나 생체 외(ex vivo) 혈전성향 특징과 관상동맥 내 생리학적 검사에 의해 평가한 CMD 발생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강력한 임상적 근거는 부족하다. 또 미세혈관 손상을 줄이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정립된 예방 또는 치료전략은 없다. 

이번 연구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혈전성향과 CMD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연구팀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 기존 혈액의 혈전성향에 의해 미세색전이 만들어지고 이동해 CMD를 유발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P-FCS 높은 CMD군, MACE 위험 5.58배↑

▲(좌부터)연구를 진행한 의정부 을지대병원 정영훈 교수(심장내과), 경상국립대병원 강민규 교수(순환기내과).
▲(좌부터)연구를 진행한 의정부 을지대병원 정영훈 교수(심장내과), 경상국립대병원 강민규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은 국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 116명을 대상으로 PCI 전 혈전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내원 직후 '혈전탄성도(thromboelastography, TEG) 검사'를 위한 혈액을 채취를 했다.

TEG는 혈액의 점탄성(viscoelasticity)을 측정하는 것으로 혈액 응고 및 섬유소 용해 유무 등 혈액 응고의 전 과정을 반영한다. 이 중 '혈소판-피브린 응집력(platelet-fibrin clot strength, P-FCS)'은 혈전 발생 위험도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어 성공적인 재관류술 후 CMD를 평가하고자 침습적 관상동맥 생리검사로 '미세순환 저항성 지표(index of microcirculatory resistance, IMR)'를 측정했다. 

PCI 후 IMR이 40U을 초과한 CMD군은 22.4%(26명), IMR이 40U 이하인 비CMD군은 77.6%(90명)였다. 평균 나이는 각 67세와 60세로, CMD군이 더 고령이었다. 

분석 결과, TEG 검사에서 P-FCS는 CMD군이 평균 69.9mm로 비CMD군 62.5mm보다 유의하게 높았다(P<0.001).

특히 높은 P-FCS(68mm 이상)를 가진 환자군은 CMD 발생 위험이 4.35배 의미 있게 큰 것으로 확인됐다(OR 4.35; P=0.001).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혈전성향에 따른 예후.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혈전성향에 따른 예후.

아울러 3년 추적관찰 결과, P-FCS가 높은 CMD군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은 P-FCS가 낮은(68mm 미만) 비CMD군보다 5.5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HR 5.58; P=0.024). 연구에서 확인한 MACE는 사망, 심근경색 재발, 재관류술 시행,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이었다. 

"혈전성향, 항응고제 등 치료전략 고안에 중요한 역할 할 것"

이번 연구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높은 혈전성향과 CMD가 밀접하게 연관됐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진행한 정영훈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높은 혈전성향을 가진 경우 재관류술 후 CMD 위험이 증가했다"며 "이 뿐만 아니라 혈전성향은 장기 예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급성 심근경생 환자의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혈전성향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혈전성향은 시술 전후 그리고 장기적 측면에서 비-비타민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 등 항응고제 추가 투약 등 치료전략을 고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듀크대학 Jerrold H. Levy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 재관류술 후 CMD와 TEG로 평가한 혈전성향이 밀접하게 관련됐음을 시사한다"며 "중요한 것은 고령이고 잠재적으로 노쇠한 환자에서 높은 P-FCS가 CMD 및 MACE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이번 연구는 후향적으로 진행돼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고 환자 수가 적으며 단일 민족을 대상으로 시행됐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Levy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중재술 후 CMD와 MACE를 유발하는 여러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염증-혈전 상태는 미세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점탄성 검사(viscoelastic test)를 미세혈관 기능장애 환자를 확인하는 잠재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점탄성 검사가 다양한 인종에서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향적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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