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I 2020서 찬반토론 진행

사진 출처: SCAI 2020 홈페이지 캡쳐
사진 출처: SCAI 2020 홈페이지 캡쳐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최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심혈관중재학회 연례학술대회(SCAI 2020)에서 관상동맥중재술(PCI) 중 유일한 주사제 항혈소판제인 '칸그렐러(cangrelor)'의 역할에 대한 찬반토론 세션이 진행됐다.

이 세션에서는 칸그렐러가 '이상적 항혈소판제로 게임 체인저(game-changer)이다' 혹은 ‘임상적 약점 때문에 항혈소판제의 챔피언(CHAMPION)은 아니다’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칸그렐러는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국내 허가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다. 칸그렐러는 다른 경구용 항혈소판제와 달리 정맥 투여 약물로, FDA는 P2Y12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당단백질 수용체 길항제(glycoprotein IIb/IIIa inhibitor)를 투여하지 못하는 경우 칸그렐러 사용을 권고했다.

칸그렐러의 현 위치는 어디인가?
아스피린과 P2Y12 억제제를 사용하는 이제항혈소판제요법(DAPT, dual antiplatelet therapy)은 심근경색 또는 스텐트 시술 후 혈전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표준치료다.

기존의 경구 P2Y12 억제제는 혈소판 억제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디며, 혈전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충분한 혈소판 억제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 이에 반해 정주 칸그렐러는 빠른 혈소판 억제 효과, 강한 혈소판 억제 효과 및 약제 중단 후 1시간 내에 가역적인 약효 소실 등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칸그렐러 관련 대규모 임상연구는 ▲CHAMPION-PCI (8667명, 2009년) ▲CHAMPION-PLATFORM (5301명, 2009년) ▲CHAMPION-PHOENIX(11,145명, 2013년)의 세 가지로, 이들 연구들은 전처치가 안 된 환자에서 칸그렐러 정주와 클로피도그렐 부하요법의 임상적 효능을 비교했다.

2013년 이후로 경요골동맥을 이용한 접근방법이 보다 널리 됐고, 스텐트 사양이 보다 향상돼 시술 후 혈전 사건의 발생이 감소돼 기존의 클로피도그렐보다 강력한 P2Y12 억제제인 프라수그렐 및 티카그렐러가 심근경색 치료에 흔히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칸그렐러 효과가 현 시점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지에 대한 많은 의문이 생겼다.

CHAMPION 연구 결과에 대한 '찬반토론'
세션에서 미국 버지니아대 Steven P. Dunn 교수는 '찬성' 입장을, 미국 피츠버그대 James Coons 교수는 '반대' 입장에 대해 발표했다.

찬성 입장을 취한 Steven P. Dunn 교수는 칸그렐러가 "이상적인 항혈소판제”라며 치료제 중 "게 임 체인져(game-changer)"라고 피력했다. 특히 칸그렐러가 ▲주사형 ▲빠른 효과(rapid onset) ▲가역적·빠른 상쇄(reversible/rapid offset) ▲매우 효과적 ▲출혈 위험 최소화 ▲낮은 약물 상호작용과 같은 요인들을 가져 이상적인 항혈소판제라고 설명했다.

연구 중 CHAMPION-PCI 및 CHAMPION-PLATFORM 연구들이 "효과 부족"으로 조기 중단됐지만 칸그렐러군의 출혈 위험이 대조군보다 높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이중맹검 무작위 CHAMPION-PHOENIX 연구는 시술 전 칸그렐러 투여 시작 후 클로피도그렐 부하요법 치료와 시술 전 클로피도그렐 부하요법 치료를 비교했다. 마찬가지로, 칸그렐러 사용이 중증 출혈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스텐트 혈전증을 포함한 허혈성 사건의 비율을 유의하게 줄였다.

이에 James Coons 교수는 "근거에 따르면 칸그렐러는 주요 허혈성 종료점에 작은 이점을 제공하면서, 심각하지는 않지만 출혈 위험이 존재한다"며 "칸그렐러를 관동맥중재술 실행 가능성이 높고 P2Y12 억제제 복용력이 없는 환자에서 고려할 수 있지만, 기대했던 챔피언(CHAMPION)은 아니다"고 피력했다.

또 Coons 교수는 칸그렐러의 비용 대비 효과(cost-effectiveness)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칸그렐러는 다른 항혈소판제와 달리 고가다. 칸그렐러 50mg 1병은 약 900달러에 달해, 약 56달러인 클로피도그렐, 15달러인 티카그렐러, 99달러인 프라수그렐보다 가격대가 높다.

칸그렐러, 우리나라에 필요한가?
해외에서 주사형 칸그렐러의 임상사용에 대한 토론이 펼쳐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칸그렐러가 비용 문제로 수입되고 있지 않다.

이에 항혈소판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는 본지에 "우리나라는 대부분 항혈소판제를 전처치로 사용하고 스텐트 시술을 진행한다”며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 티카그렐러 또는 프라수그렐 사용이 점차 늘면서 칸그렐러 사용 없이도 충분히 강한 혈소판 억제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칸그렐러는 클로피도그렐, 프라수그렐과 같은 혈소판 수용체에 부착해서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정 교수에 따르면 칸그렐러 주사를 사용하고 있을 때 이들 경구 약제의 부하용량을 사용해도 혈소판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임상에서 사용시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정 교수는 “당단백질 수용체 길항제는 혈소판 응집의 마지막 단계에 관여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효과를 빨리 나타낸다”며 “이전 연구에서는 당단백질 수용체 길항제를 12시간 이상 장시간 투입해 출혈 위험이 상당히 증가됐지만 최근에는 시술 도중 부하용량 정주 또는 단시간 투여(~2시간) 등으로 사용시간을 단축해 출혈 위험을 상당히 줄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혈전 사건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당단백질 수용체 길항제 vs. 칸그렐러 중 어떤 약제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지 향후 흥미로운 연구 진행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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