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I 후 유전자 형질분석을 활용한 P2Y12 억제제 처방, 표준 치료에 '비열등'
네덜란드 연구진 "유전자 형질분석 전략은 유해 임상사건, 출혈 위험 낮춰"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항혈소판제 출혈 위험 고려한 용량조절 연구 필요"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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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ST분절상승 급성심근경색증(STEMI) 환자에게 P2Y12 억제제를 유전자 '맞춤형' 처방하는 게 표준 치료와 비열등하다고 나타나면서 유전자 형질분석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NEJM에 발표된 POPular Genetics 임상시험 결과는 PCI 환자에서 유전자 형질분석(Genotyping)을 활용하는 맞춤형 항혈소판요법 가능성을 열었다.

PCI를 받은 환자는 클로피도그렐, 프라수그렐, 티카그렐러 등 항혈소판제 조합에 따라 허혈성 임상사건 예방 효과와 출혈 위험이 다르다.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항혈소판제 치료를 진행한다면 출혈 위험이 커지거나 허혈성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  

하지만 PCI을 받은 환자가 유전자 형질분석으로 경구 P2Y12 억제제 처방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여부는 확립되지 않았다. 

네덜란드 성안토니우스 병원(St. Antonius Hospital) Daniel M.F. Claassens 연구팀은 유전자 형질분석이 표준 치료보다 비열등한 지 평가하기 위해 약 2500명을 포함한 무작위, 오픈라벨(open-label), 평가자 눈가림(assessor-blinded)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PCI를 받은 2488명 환자를 1:1 무작위로 CYP2C19 유전자 형질분석으로 항혈소판제 처방받거나(유전자 형질분석군, 1242명) 티카그렐러 혹은 프라수그렐을 처방받았다(표준 치료군, 1246명).

유전자 형질분석군은 CYP2C19*2 또는 CYP2C19*3 기능소실 대립인자(loss-of-function allele, LoF allele)가 있는 환자는 티카그렐러 혹은 프라수그렐을 처방받았고, LoF allele가 없는 환자는 클로피도그렐을 처방받았다.

12개월 시점에서 순 유해 임상사건(net adverse clinical events, NACE) 및 12개월 시점에서 PLATO(Platelet Inhibition and Patient Outcomes) 기준 주요 및 비주요 출혈은 두 가지 1차 종료점으로 정의됐다. 

NACE는 PLATO 기준에 따른 모든 원인 사망, 심근경색, 명확한 스텐트혈전증, 뇌졸중 또는 주요 출혈을 포함했다.

그 결과, 1차 복합 종료점은 유전자 형질분석군 중 63명(5.1%)에서 발생했고, 표준 치료군 중 73명(5.9%)에서 일어났다(absolute difference -0.7%p, 95% CI -2.0~.07, P<0.001 for noninferiority).

주요 및 비주요 출혈 종료점은 유전자 형질분석군 중 122명(9.8%)에서, 표준 치료군 중 156명(12.5%)에서 발생했다(HR 0.78, 95% CI 0.61~0.98, P=0.04). 

주 저자 Claassens 연구진은 "PCI을 받은 환자에서, 경구 P2Y12 억제제 선택을 위한 CYP2C19 유전자 형질분석 전략은 티카그렐러 혹은 프라수그렐을 처방한 표준 치료보다 혈전증 비열등하게 나타났다"면서 "또 유전자 형질분석 전략은 표준 치료보다 출혈 발생률이 낮았다"고 밝혔다.

'항혈소판제 출혈 위험 고려한 용량조절 관련 연구 필요'

이번 연구는 형질분석의 중요성을 밝혀 의의가 있지만, 한국인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가 되기 위해 '용량조절'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10년간 관련 분야를 연구한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는 "우리나라에서도 기능검사나 유전자 검사 기능으로 약제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이슈가 됐지만, 관련 데이터는 여태까지 좋지 않았다"면서 "특히 항혈소판제 연구들이 부정적으로 나왔는데 최근 POPular Genetics이 대표적으로 긍정적으로 나온 임상 결과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교수는 고위험군인 STEMI 환자에서 이런 결과를 보여준 이번 연구가 상당히 "믿을 만 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혈소판 기능, 유전자형 검사는 장단점이 있다. 유전자형 검사 경우, 유전자는 변하지 않아 장점이지만 LoF allele(*1, *2)가 있다고 무조건 약효가 좋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유전자형 자체가 약물 반응과 있다는 게 매우 높지 않다. 

반면 혈소판 기능 검사는 반응에 대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약에 대한 반응이 시간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검사할 때마다 반응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혈소판 기능 검사는 이런 단점이 있지만 약에 대한 반응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장점이다. 

정 교수는 "두 검사법은 장단점이 있지만 이번 연구는 형질분석을 검토해 출혈이 많이 줄었다는 점을 밝혔지만, 주요 출혈(major bleeding)은 아니었고 소출혈(minor bleeding)이었다"면서 "소출혈은 임상적으로 아주 중요한 출혈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관련 연구를 한 입장에서 POPular Genetics 연구결과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한국 사람한테 사용하고 있는 티카그렐러, 프라수그렐의 표준 용량(standard dose)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충분히 이론적 해석(rationale)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교수는 이번 연구가 임상적으로 적용하려면 용량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정 교수는 "문제는 서양인의 1/3은 LoF allele가 있지만, 한국인은 2/3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환자군에게 강한 약인 프라수그렐, 티카그렐러을 오랫동안 쓰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프라수그렐, 티카그렐러을 처방해도 용량조절이 필요하지만, 관련 임상결과가 부족해 용량조절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연구에서 프라수그렐의 표준 용량인 10mg을 5mg으로 줄이고, 티카그렐러 90mg을 60mg 혹은 45mg으로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 교수는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산하 혈전연구에서 1만 명에서 1만 5000명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고 있다. 

정 교수는 "클로피도그렐이 LoF allele가 있는 사람들한테 약한 건 맞지만 데이터를 보면 동양인에게 LoF allele가 서양인보다 2배가 더 많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고,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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