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현실화 속 PA·간호사 업무 전가 가속, 의료사고 위험 커져
불명확한 업무·교육 부족 해결 시급. 정부, 적극 조치 필요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의정갈등 장기화로 촉발된 의사 인력 부족 사태가 현장 의료진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6일 발표한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 부족으로 인한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사고 위험 역시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9%가 '의사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매우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0.3%로, 2023년 의정갈등 이전보다 14.9%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간호직의 경우 87.4%가 의사 부족을 실감하고 있다고 답해, 의정갈등이 간호직을 포함한 진료지원인력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과중은 더욱 심각하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의사업무가 진료지원인력에게 전가된다는 응답이 91.3%에 달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운 49.2%는 환자 항의와 불만을 직접 듣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의사 대신 ▲수술·시술 동의서 작성(32.6%) ▲처방(35.5%) ▲시술 및 드레싱(39.2%) ▲의무기록 작성(20%) 등의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사고 위험을 자주 느낀다는 응답도 29.5%로 집계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를 대신한 처방이나 시술 행위는 법적·의료적 리스크가 큰 영역"이라며 "구조적인 인력 부족이 의료 현장을 위험한 업무환경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부족 사태는 진료 대기시간 증가(74.9%), 야간 응급대응 한계(63.2%), 수술 및 시술 취소(56.9%) 등 환자 안전과도 직결되고 있다. 특히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11.4%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진료지원업무 담당자의 양적 증가와 질적 준비 부족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전공의 사태 이후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전년 대비 6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2년 이하 저연차 인력이 집중 투입됐다. 하지만 이들 중 43.9%가 진료지원 관련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교육 이수자 중에서도 8시간 이하의 단기 교육만 받은 경우가 40.4%에 달했다.
교육의 질적 수준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대부분 병원 내 자체교육에 의존(76.3%)하고 있으며, 이를 충분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46.8%에 그쳤다. 반면 병원 자체교육과 간호협회 교육을 모두 이수한 경우 교육 만족도가 78.5%까지 높아, 체계적인 외부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진료지원업무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이론·실습 교육과 업무 숙련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의료기관의 교육 책임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정갈등 이후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진료지원업무 담당자의 70.5%가 업무량 증가를 호소했고, 중간숙련직(동일직종 11~15년차)에서는 77.5%까지 상승했다. 권한·책임 외 업무 수행 비율도 전체 응답자의 45.4%에 달했으며, 특히 간호직은 55.9%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과학적 인력수급 추계 마련,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 신설, 무분별한 전담간호사 확대 제한, 일반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근절, 정부의 적극적 관리·감독 등을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의료 현장의 구조적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4차례에 걸쳐 순차 발표할 계획이다. 오는 19일에는 직장 내 폭언·폭행·성폭력, 24일에는 일-생활 균형과 주4일제, 26일에는 노동조건과 조직운영 실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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