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의료노조 조사결과, 절반 이상이 비자발적 사유로 육휴 사용 못해
연차 높아질 수록 인력 이탈 늘어, 정년 연장보다 지속 가능성 확보돼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보건의료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육아휴직이나 노동시간 단축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 업무 전환 요구를 하지 못한 비율도 79.1%에 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4일 이 같은 내용의 '2025 보건의료노조 정기 실태조사' 3번째 내용을 공개했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인력 부족으로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 있어서(24.2%), △인사상 불이익이나 배치전환 등 직장 분위기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어서(21.1%) 등 비자발적인 요인이 절반 가까이 이르렀다.
보건의료노조는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자 권리로 제도적으로 명시됐다고 하더라도,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업무강도가 높은 탓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일-생활 양립제도가 보장되지 않아 결혼, 출산을 비롯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중대한 어려움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 노동자의 세대별 비혼율을 확인해본 결과, 30대 보건의료 노동자의 비혼율은 국민 30대 평균보다 8.0%p 높았다
또 이러한 강도 높은 근무 환경으로 인해 상당수의 보건의료 노동자가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직장에서 근무기간이 길수록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았다. 현재 직장 근무 기간 기준으로 정년 연장에 대한 긍정/부정 상대 강도를 비교했을 때, 15년차 이하는 10명 중 8명이 정년 연장에 찬성했으나, 16~20년차는 10명 중 7.5명, 21~15년차는 10명 중 7명, 26~30년차는 10명 중 6명, 31년차 이상은 10명 중 5.3명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는 정년 연장 반대 이유 중 높은 노동강도로 인한 업무 지속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주 4일제 도입 시, 퇴사율 최대 8.8% 감소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노동자는 초고령화 사회를 부양하는 최전선의 돌봄 노동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이탈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며 "보건의료 노동자에게는 정년 연장보다, 보건의료 노동자가 현장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노동현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4일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사결과 주4일제 근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5.6%에 달했으며, 육아휴직제도 확대와 주4일제 도입 등 근무여건이 개선되다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할 것 같다는 응답이 69.4%였다"며 "연세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주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보건의료노동자는 퇴사율이 최대 8.8% 감소하고, 건강상태, 친절건수, 행복도, 일과 삶의 균형, 여가활용, 직장생활만족도 등 모든 지표에서 개선될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에 보건의료현장 주4일제를 도입할 수 있는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하며, 각 병원 사업장도 주4일제 시범사업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건의료산업에서 주4일제 도입 및 참여 기관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을 제안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