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진행근···무환경 열악해져
9.2노정합의 복원 및 주4일제 도입 등 제안7···월 말 총파업도 준비 중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 中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 中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지난 1년여 동안 지속된 의정갈등 속에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인력부족으로 여전히 극심한 노동강도에 고통받고 있으며, 감정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임금, 노동조건, 폭언·폭행·성폭력, 노동안전보건, 의사인력·진료지원업무, 일-생활 균형 등 총 8개 분야에서 이뤄졌으며, 전체 조합원 9만여 명 중 4만4,903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3.9%가 '의사가 부족하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40.3%는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의사 부족은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진료지원업무 담당자의 43.9%는 별도 교육 없이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라 업무량도 증가했다. 전체 응답자의 53.8%가 업무량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특히 진료지원업무 담당자의 경우 70% 이상이 업무 증가를 체감하고 있었다. 이들은 처방(35.5%), 시술·드레싱(39.2%), 의무기록 작성(20%), 수술·시술 동의서 대필(32.6%) 등 법적 책임이 따르는 업무까지 의사 대신 수행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최복준 정책실장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범위 확대가 의료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와 인력수급추계위원회 운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 中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 中

이직을 고려한 노동자도 상당수다. 응답자의 63.4%가 이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답했으며, 주요 이유로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36.2%), 낮은 임금수준(27.5%) 등이 꼽혔다. 연장근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65.6%,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44.5%에 달했다.

감정노동 문제도 여전하다. 79.5%가 '나의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퇴근 후에도 감정적 여운이 남는다'는 응답은 68.9%에 이르렀다. 최근 1년간 폭언·폭행·성폭력을 경험한 응답자도 55.7%였다. 주요 가해자는 주로 환자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원정 부연구위원은 "보건의료현장 내 권익침해 사건은 단순 산업재해를 넘어 구조적 예방이 필요하다"며 "전담기구 설치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업무상 사고·재해 경험 비율도 15.6%에 달했다. 주요 유형으로는 근·골격계 질환(29%), 수면장애(18.8%), 넘어짐·부딪힘(16.0%) 등이 보고됐으며, 사고·재해의 주요 원인으로는 인력 부족이 76.3%로 가장 높았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안종기 연구기획실장은 "보건의료 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노동강도와 임금 만족도가 수년째 정체 상태"라고 분석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 △주4일제 도입 △의대정원 확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산별교섭 제도화 공공병원 착한 적자 국가책임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7월 말 총파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은 "높은 업무량과 노동강도가 여전한 만큼 우리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총파업 등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태조사 발표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전진숙·김윤 의원, 진보당 전종덕 의원 등이 참석해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김윤 의원은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이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18일 국회에서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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