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3번째 수정안 25일 국회 제출, 국회 2월 내 상임위 열고 처리 예고
의협 "보정심 대신 인력위, 고등교육법으로 정원 결정...말장난에 불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2월 임시국회가 종장을 향해 달리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계 의견대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약속하는 3번째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2월 마지막 주 중 상임위원회를 열고 추계위 법안을 통과, 이번 회기 내 반드시 처리한다는 목표다.

새 수정안에는 추계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내용이 명시돼 의료계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수정안에 '눈가리고 아웅'이라며 싸늘한 반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추계위 법안과 관련한 수정안을 마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번 수정안에서는 추계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애초 추계위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설립하려 했으나 의료계는 추계위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비정부 법정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복지부는 이번 안에서 보정심과 유사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의료인력양성위원회(인력위)를 신설하고, 산하에 직종별 수급추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인력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이 맡되, 추계위의 심의 결과를 존중해야 하고 복지부 장관이 교육부 장관과 의료인력 양성 규모를 협의할 때는 인력위 심의결과를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도록 했다. 

또 전문성 강화를 위해 추계위원을 15명에서 16명으로 늘리고 이 중 9명을 의사단체 추천 전문가로 채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머지 7명 중 4명은 수요자단체 추천, 3명은 학계 추천으로 정부위원은 참여하지 않는다. 

2026년 의대정원 추계가 어려울 경우 대학총장이 의대학장의 의견을 수렴해 모집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부칙은 빠졌다. 대신 추계위를 통한 조정 기한을 4월 15일로 못 박고 이를 넘길 경우,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라 의대 정원을 조정한다는 내부조항이 달렸다.

그 외 추계위의 회의록, 안건, 추계 참고 자료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 사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법 시행 시기를 공포 후 3개월이 아닌 즉시 시행으로 단축하며 하위법령도 시행령에서 시행규칙 위임으로 변경됐다. 

애당초 복지위는 24일 추가 의견 청취 후 25일 상임위에서 원포인트 심사해 27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5일 상임위는 돌연 전날 늦게 취소됐다. 추가 의견 청취에서 나온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일정이 늦춰졌다는 설명이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이미 양당 간사 간에 공감대와 조율이 끝난 법안이나, 의료계의 수용성을 높이고자 마지막까지 그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고 했다"며 "이번 법안이 의대정원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전공의 복귀 등 의정갈등 해소의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하기에 복지위 차원에서 많은 고심을 했다"고 밝혔다.  

추계위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역시 "의협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 상황으로 이번 수정안을 의협에 보내 의견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위원장과 양당 간사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의료계의 수용성을 강조하며 의료계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방향으로 추진했다"며 "힘겨루기에서 의료계가 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싸늘한 의료계 "보정심 산하와 다른 점 없어...내부조항도 증원 고정 내용"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양보하는 척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냉소 어린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계위 위에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인력위를 두는 것은 결과적으로 추계위가 보정심 산하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내년도 의대정원 추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4월 15일까지 조정되지 않을 경우 현행대로 진행한다는 내부조항 역시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신설되는 인력위가 결국 장관 소속이라면, 추계위가 보정심 산하에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고등교육법 34조에 따른다는 내부조항도 결국은 총장이 모집인원을 조정한다는 것으로 이전과 바뀐 내용이 없다”고 혹평했다. 

해당 고등교육법 조항은 입시제도 변화를 시행 4년 전에 공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에 따른다면 원칙적으로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2000명 증원이 그대로 유지된다. 

복지위는 의협의 의견이 오는 대로 상임위를 열어 심의·의결하고 본회의로 넘길 계획이지만 추가적인 법안 내용 변경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윤 의원은 "의료계의 의견을 이미 3번 반영한 상황"이라며 "2월 임시국회 안에 통과하기 위해 조만간 상임위를 열어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추계위 법안은 이대로 통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의협과 의대생의 수용이 관건이 될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의협이 받아들이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사자인 의대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라며 "의협이 정부와 학생들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결정은 학생들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복학하지 않으면 제적되는 학생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만큼, 그들에게도 시간이 많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제적을 피해 복학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수업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점을 의협이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26일 저녁 상임이사회에 추계위 정부 수정안을 의제로 올리고 대응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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