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추계위 어려울 경우 총장이 4월 말까지 결정' 부칙 제안
복지위, 추계위법 2월 내 통과 필요성에 공감…27일 본회의 전 처리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가 다시 한번 불발된 상황에서 정부가 2026년 의대정원을 추계위에서 정하지 못할 경우 각 대학 재량에 맡기는 방안을 제시해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의료계는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추계위를 통해 2026년 의대정원이 결정될 수 있도록 2월 내 추계위 법제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26일과 27일 각각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그 안에 전체회의를 열고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19일 또 계류된 추계위, 정부안 '대학 재량' 제안에 의료계 반발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의료인력 추계위 설립 법안이 또 다시 계류됐다.

복지위는 19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일명 '추계위법'으로 불리는 6개 법안을 심사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정부 수정안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정부 수정안에는 '복지부 장관이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사 인력 양성 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대학의 장이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중 의대 모집인원을 2025년 4월 30일까지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인 변경 규모는 밝히지 않고 '이 경우 대학의 장은 교육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즉 추계위로 2026년도 의대정원 결정되지 않을 경우 대학 재량에 온전히 맡기자는 뜻이다. 

19일 국회에 출석한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해당 부칙은 어디까지나 B안에 불과하며, 추계위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나, 추계위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부안이라는 점에서 무게를 가진다.

의료계는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정부가 해결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를 일선에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 본부와 학장의 의견이 엇갈리면 어떻게 할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총장의 결정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증원을 전제로 교육환경 개선을 지원받은 대학은 증원 분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대 학장들로 이뤄진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각 대학에 2026년도 의대정원을 2024학년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며 압박 중이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도 의대 학장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의료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져서는 안된다"며 "총장뿐만 아니라 의대 교육 일선에 있는 의대 학장의 의견도 포함할 수 있도록 부칙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복지위는 2월 임시국회 내 통과 목표, 27일 본회의 전 처리에 여야 합의

국회는 어떻게든 추계위 법안을 2월 임시국회 내에서 통과시켜 2026년 의대정원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4일 의료계와 환자단체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법안을 신속히 의결하기로 했다. 

복지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추계위 법안 처리 시점을 논의했다. 여야 복지위원들은 이달 내 추계위 법안 상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19일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에 국민들게 송구하다"며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법안 의결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상임위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재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 의원도 "법안들 발의 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단체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반영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며 "박주민 위원장이 정부가 빨리 의견을 정리해 가져올 수 있도록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주민 위원장은 "다른 논란 때문이 아니라 법안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계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제안했고 양당 간사가 이에 응한 것"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에 의견을 추가로 듣는 자리가 잡혔으니, 그때 최종적 의견을 청취하고 정리하자"고 밝혔다. 

복지위는 늦어도 다음주 초에 추계위 법을 처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26일 법제사법위원회, 27일 본회의 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에 그 전에 복지위를 통과해야 2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에서는 2월 임시국회 안에 추계위 법제화가 마무리 될 경우 2026년 의대정원에 반영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장관은 18일 복지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회에서 추계위 법을 신속히 만들어 주면 내년도 정원에 충분히 반영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추계위를 통해 의대 정원이 결정된다해도 의료계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지난 17일 우원식 국회위장과의 간담회에서 "추계위가 전문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토대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2026년에 몇 명을 뽑을지 논의하기에 앞서 이미 선발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먼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함께 참석한 박단 비대위원장도 "추계위는 전공의들의 요구조건 중 하나일 뿐, 부조리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이 논의돼야 한다"며 전공의 복귀는 7가지 요구안을 정부가 수용하는지에 달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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