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1차 수가협상 마친 공급자단체들, 2차 준비로 분주

의협 협상단이 2016년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한 수가협상 테이블에 공단 협상단과 마주 앉아 있다.

수가협상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전반적인 진료비 상승률 둔감으로 공급자 단체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듯 했으나, 낮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누가 울고 웃을지 막판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18일~20일까지 이번 한 주 동안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은 1차 샅바싸움을 치렀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인상률을 맡는 대한의사협회는 '가장' 낮은 진료비 증가율을 기록한 자료를 협상테이블로 가져왔다.

건보공단 정보공개에 따른 자료를 보면, 2013년 대비 2014년 종별간 행위료 증가율이 치과가 25%, 병원 8%, 한방 7.6%, 약국 6.6% 등인 반면, 의원은 6%에 그쳤다.

급여비 점유율 역시 0.15% 감소한 20.88%였고, 행위료도 0.57% 줄어든 27.78%에 불과했다. 점유율은 유일하게 의원만 감소했다.

의협 김숙희 단장은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니 공단에서도 모두 수긍하고 이해하는 분위기였다"며 "1차 의료기관이 무너지면 정말 의료가 필요한 서민층이자 하위계층이 가장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분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3대 비급여 개선으로 인한 손실 보전율이 95%에 불과한 부분과 두자릿수를 유지해왔던 진료비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부분을 읍소 포인트로 제시했다.
 

 논의 중인 병협-공단 협상단.

눈에 띄게 높은 요양병원의 진료비 증가분을 안고 가더라도, 워낙 전체 진료비 증가율 감소폭이 컸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늘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인상률을 방해하던 높은 요양병원의 진료비 인상도 매우 많이 둔화된 추세로 돌아섰다.

약국 역시 경영이 좋지 않았다. 의원급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6%대의 낮은 진료비 증가폭을 기록했기 때문.

뿐만 아니라 6년제 약대로 개편되면서 약사 인력이 2년간 공백이 생긴 데 따른 '과다한 인건비' 문제도 약국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다한 카드 수수료와 다른 유형별 기관보다 2.5~3.6배 높게 책정된 임대료도 경영 악화 요인으로 들고 나왔다.

다만 치과계는 20%가 넘는 눈에 띄게 높은 진료비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다른 유형별 협상단에서 읍소 포인트를 '진료비 증가율 둔화'로 잡은 것과 달리,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통계 분석에 따른 착시현상'을 거론했다.

지난해 치과 진료비 변화 자체는 25% 였으나, 여기에서 임플란트, 스케일링 등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부분을 걷어내면 1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진료비 증가율 11%도 온전히 치과 진료비 상승이 아닌 급격한 정책변화로 인한 '착시현상'이며, 비급여의 급여 전환에 따라 오히려 치과의원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마경화 단장은 "의료기관의 경영상태 자체를 봐야 한다. 환자도 크게 늘지 않았고, 폐업률도 상당히 높다"며 "공단 자료 뿐 아니라 통계청 자료 등 여러 가지 근거를 확보해 반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다른 단체 발목잡은 '물가상승률', 역시나 '치협'만 다른 상황?

반전은 존재했다. 진료비 증가폭이 감소세로 접어든 것보다, 국민의 전반적인 주머니 사정이 더 악화됐다는 지표가 나왔기 때문.

바로 물가상승률의 하락세다. 현재 1%대에서 0%대로 곤두박질치는 추세다.

사실 물가상승률은 이전까지 공급자 단체의 단골 읍소 포인트였다. 공급자 측에서는 "수가가 물가상승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줄곧 이어왔으나, 최근 물가상승률이 바닥을 치는 형세를 보이고 있어 '방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 치협 마경화 부회장.

오히려 올해 협상테이블에서 공단이 먼저 물가상승률 카드를 내보이고 있으며, 공단은 "국민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수가인상률을 이와 동떨어지게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그런데 치협은 물가상승률이 반전을 노릴 '묘수'로 작동할 기세다. 오히려 국세청의 물가연동률이 이번 협상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쓰일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소비자 물가지수는 1.4%가 증가했으나, 보건의료파트 중 치과진료비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건보 자료처럼 급여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호주머니에서 나간 모든 치과 진료비, 즉 비급여와 급여를 모두 포함한 자료다. 때문에 치협 측에서는 더 신빙성이 크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마경화 단장은 "공단 측에서 먼저 물가연동 얘기를 꺼냈다. 이에 치협은 치과 진료비 부분만 뽑아 반박자료로 제시했다"면서 "의료기관의 경영상태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통계청 자료에서 국민부담이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이번 수가협상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2차 협상은 '건강보험 재정 흑자' 노린다

한편 치협은 오는 26일, 의협과 약사회, 병협은 오는 27일 오후에 2차 협상을 치를 예정이며, 이들은 모두 2차 협상에서 '공단 재정 흑자'분을 협상테이블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병협은 2차 협상에서 13조원의 흑자를 쌓아논 것에 대해 질타를 가하면서, 지난 2001년 상황을 끄집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병원계는 지난 2001년도 건강보험 재정위기에서 공단을 돕기 위해 구조조정, 임금인하 등 고통을 감내하고 수가 인하를 승낙한 바 있다.

이계융 부회장(단장)은 "반대의 상황이 된 지금은 공급자의 건전한 육성과 보건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금 운영을 해달라는 주장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역시 13조원의 누적 흑자는 6개월치의 진료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단기보험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흑자임을 지적할 계획이다.
 

공단 보험급여실 박국상 실장과 의협 김숙희 부회장.

김숙희 단장은 "누적 흑자를 놔두면 다른 부처에서 넘보거나 기금화될 위험이 있다"면서 "밴딩폭 자체를 크게 늘려 어려운 보건의료 내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보건의료인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의 넉넉한 곳간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약국도 마찬가지였다.

이영민 단장은 "지금의 흑자는 약사회 뿐 아니라 모든 공급자가 그간 건보 재정이 어려웠을 때 희생해준 덕분이다. 공단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지만 협조했고 받아들여왔다"며 "그렇다면 곳간이 넉넉해진 지금은 역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보 재정 흑자와 관련해 공단 측에서는 "불과 6개월의 진료비이며, 적립해야 하는 금액의 36%에 불과하다"면서 "고령화 사회 등에 대비해 이를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밴딩폭 확대 가능성과 공급자 단체들의 기대감을 위축시키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