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릴레이 인터뷰①] 건정심·재정운영위·재정소위 위원인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

수가 인상에 얼마만큼의 재정을 투여할지 결정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의 협상 결과를 의결하는 곳은 바로 재정운영위원회다.

또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근거로 다음해 진료비를 결정하고, 보험료율 변동에 대해 논의하는 의결기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다.

2016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 재정운영위에서 가입자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동시에 건정심 위원으로 활동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경자 부위원장(무상의료운동본부 위원장·사진)을 만나 현재의 수가협상 문제, 가입자 측의 불만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건보공단은 중립 아닌, '가입자' 대리인 인지해야"

 

2016 수가협상(환산지수계약)을 앞두고 재정운영위원회 김경자 위원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건보공단 협상단의 태도였다.

앞서 공단은 계속되는 공급자-가입자 간의 갈등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소통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다. 또한 수차례 공단 협상단은 수가협상에서의 어려운 점을 '가입자-공급자 이해의 폭 조율'이라고 꼽아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공단은 중재자나 중간 조율자가 아니다"라며 "가입자의 대변인"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김 위원은 "공단이 수년간의 협상에서 잘못된 태도와 역할을 고수했기 때문에 국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높은 수가 인상률이 나오게 됐다"며 "국민의 보험료를 받아 운영하는 공보험 기관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공단이 역할 정립조차 하지 못한 상태인데, 여기에 병원협회 회장 출신인 성상철 이사장이 자리하면서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성 이사장이 온 후 병협 협상단에서 얘기해왔던 '적정수가' '적정부담'을 주장하고 있다"며 "공급자 단체장이 할 말을 가입자 대리인이 하고 있으니 가입자 측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주 본다고 해결되는 일 아냐...'객관적 자료' 필요

중립을 제창하고 나선 공단에서도 풀지 못하는 가입자-공급자 간 간극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 위원은 '소통'도, '이해'도, 아닌 '자료'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김 위원은 "공단에서 공급자-가입자 워크숍을 열었고, 이외에도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소통의 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자주 만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자와 가입자의 뫼비우스 띠같은 갈등 고리를 풀기 위해서는 '워크숍'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급자 측은 매번 '어렵다'면서 수가인상을 주장하지만, 사실 이를 입증할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 믿는 것이며, 신뢰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자료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즉 공급자 측의 '객관적 자료' 제공이 없다면 신뢰할 수 없고, 계속되는 인상률 주장에 의문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어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매년 인상률은 마이너스 수치가 나오는데, 협상 후에는 늘 2~3%씩 인상을 해주고 있다"며 "가입자들의 돈이므로 가입자가 수용할 수 있게끔, 늦었지만 수치에 대한 정확한 공식을 만들고 이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선행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공급자-가입자 간 간극은 전혀 좁힐 길이 없다고 부연했다.

◆재정위 활동의 한계 다달았다...'꼭두각시' 역할 뿐?

사실상 협상에서 재정위 역할은 매우 상징적이다. 한해 얼마까지의 재정을 투입할지, 또 협상단들이 머리를 맞대고 나온 결과를 인정해줄지 등 핵심사안을 쥐고 있기 때문.

하지만 김 위원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구로 마련해뒀으나, 사실상 '꼭두각시'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에 밴딩폭(인상폭)만 정해줄 뿐, 협상은 공단이 전부 맡고 있다"며 "재정위의 목소리가 관철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협상과정에서는 재정위를 배제하더라도 마지막 합의 전에는 반드시 재정위에 보고하는 것이 순리"라며 "늘 수가협상 막판까지 대기를 하고 있음에도, 협상단들은 사전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막판 타결 시점에서 줄줄이 협상을 해버리는 관행이 수년째 이어오고 있음을 꼬집으며, 부적절한 부대합의를 하더라도 승인할 수밖에 없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과한 부대조건과 과한 인상률 등으로 내용이 탐탁지 않아도 건정심에 이를 넘겨야 하기 때문에 재정위에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의결해줄 수밖에 없다"며 "합의하기 전에 보고를 하고, 재정위와 가입자 입장을 반영해 협상안을 협상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총액계약제'로 가야 한다" 주장

앞서 김 위원이 제기한 재정위 역할 강화, 공단의 입장 변화 등 수가협상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제는 단순히 수가 인상률만 논의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지불체계,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은 "가입자도, 공급자도 수가협상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협상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질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전반의 정책과 제도, 특히 지불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건정심 때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주치의제'를 실시해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의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는 과정부터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기하급수적인 진료비 증가를 막으려면 '총액계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건강보험은 한마디로 기로에 서있다. 건강보험으로 국민건강을 지켜주거나, 아니면 일부계층만 사보험이 대신해주고 나머지는 포기하거나 이 두 가지"라며 "현재 행위별 지불체계로 간다면 재정 한계로 인해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늦기 전에 총액계약제로의 근본적인 지불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만성질환자나 노인층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하면서 정책적인 장벽과 거부감을 없애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불제도 개편 주장과 맞물려 대국민 상대로 '보장성 강화 운동'을 시행 중임을 밝히면서, "앞으로 서명운동이나 워크숍, 선포식 등을 통해 국민에게 '보장성 강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위해서는 '총액계약제'로 가야함을 선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불제도 개편과 공공의료 확충, 보장성강화 등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어느 하나의 변화만으로는 건강보험을 지킬 수 없다"며 "대국민 활동 외에도 수가협상을 통해 정책적인 방향까지 논의할 수 있도록 대정부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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