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릴레이 인터뷰②]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보험부회장(수가협상단장)

9년간 수가협상을 도맡아온 '보험 베테랑'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보험부회장(수가협상단장)마저 2016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무엇이 치협의 수가협상을 어렵게 만드는지,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올해 협상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마 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료비 증가? 정책과 제도에 따른 결과일 뿐

지난해 치과 진료비는 평균을 웃도는 증가율을 보였다.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는 54조5275억원으로 전년대비 7.5% 증가했으나, 치과의원의 진료비는 전년대비 25.4% 증가한 2조2884억원, 치과병원 역시 20.9% 오른 1382억원을 기록한 것.
 

▲ 유형별 진료비 증가 추이.

이는 틀니 및 임플란트 지원 확대, 스케일링 보험 급여화 등 정책적인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마 부회장은 "진료비가 증가했다는 것만 보면 공단이 수가 인상률을 낮게 부를 근거가 되지만, 이는 온전히 정부 정책과 제도에 따르다가 발생한 부분"이라면서 "이처럼 법과 제도에 따른 진료비 증가분에 대해서는 환산지수를 깎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비급여항목이 대거 급여권으로 포함되면서 1인당 진료비가 낮아졌고, 계속되는 신규 개설 기관 증가로 인해 기관당 수익은 대폭 줄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단순히 정책적 변화로 인한 진료비 상승분만 제한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틀니를 할 때 흔들리는 부분을 발치하기 마련인데, 여기에서 틀니는 보장성 정책으로 인한 것이지만 발치는 그렇지 않다. 이처럼 부수적으로 붙는 부분에 대한 상승은 고려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수가협상에서는 기관당, 1인당 진료비를 보지 않고, 전체 치과계의 진료비 변동폭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마 부회장은 "치과계가 정부 정책과 제도에 협조를 해왔고, 또 협회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회원 설득을 통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치 않고 인상률을 낮게 부른다면 더 이상의 정부 정책 협조는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또 "우리는 몸집이 불어난 것에 대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찢어지기까지 한 상태다. 몸집에 맞는 옷을 살 돈을 줘야 한다"고 현재의 치협의 상황을 비유하면서, 큰 폭의 인상률을 고대했다.

◆'밴딩폭' 모르면 무용지물..."마지막 협상 전에는 알려달라"

 

큰 폭의 진료비 급증에 이어 알 수 없는 밴딩폭도 치협을 답답하게 했다.

밴딩폭은 수가인상에 투입될 재정의 최저치와 최고치로, 공단의 재정상황과 가입자 수용성 등을 고려해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밴딩폭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인상률에 대해 논의를 하다보니, 얼마만큼의 재정이 공급자 단체로 흘러올지 예측이 불가능 한 것.

그는 "2주가량 공단과 서로 수치(인상률)를 주고 받는 과정이 허무하다"며 "아무리 인상률을 잘 받아도, 결국 얼마만큼의 재정을 풀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소모전에 불과하다.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공단고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1~2차 협상에서는 알려주지 않더라도, 도장 찍기 전날이나 3~4차 협상쯤에는 미리 언질을 줘서 협상단이 단체장과 협의해볼 시간은 줘야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미리 밴딩폭을 알려주면 신뢰에 근거해 협상을 더 잘 이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전에 의견을 조정해 결렬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예견했다.

그는 "덩어리를 모르니 늦은 시간까지 의미 없는 힘겨루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협상력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마지막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틀에서의 정책 변화 논의 전, 재정부터 살펴라"

지난해에 이어 공단이 '목표관리제'를 부대조건으로 내세우려는 점도 못마땅한 상황으로 꼽았다.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도 해당 제도를 같이 연구하고 시범사업, 본사업을 하면 얼마의 수가를 올려주겠다는 약속이 없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큰 정책적 제안을 하고서 얼마를 올려주겠다는 소리가 없어 선뜻 동참하지 않는 것"이라며 "0.2% 정도 더 올려주는 것에 그친다면 20억원 정도 이므로 절대 받을 수 없지만,만약 50% 정도 대폭 올리겠다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불제도 개편과 같은 주요한 정책 변경을 위해서는 일단 공단 주도 하에 6개 단체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서 '총액계약제' 자체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서로의 눈높이에 맞춰서 진정성 있게 이해의 폭을 맞춰나가는 것이 먼저"라며 "이후 밴딩폭을 완전히 넓히고, 인상률도 확 넓혀야만 시행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지금처럼 공단과 공급자가 서로 신뢰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건 제시 없이 공급자 단체의 약속부터 받아내려는 것은 평행선을 그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처럼 큰 정책적 개혁안을 숫자싸움을 하고 있는 예민한 상태에서 꺼내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라고.

그는 "수가협상장에 정책이나 제도를 끌고 오고 있다"며 "공급자 측이 더 높은 인상률을 받아야 하는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더 잘 수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진정성 없는 모습"이라고 했다.

또 "수가협상은 서로 숫자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는 자리며, 직접적으로 정부가 참여하지도 않는다"며 "정책적 개선안을 마련하려면 정부가 참여하는 큰 틀의 공식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 정식으로 입장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청신호'는 병협회장 출신 이사장? "원활한 소통 가능"

 

치협의 상황이나 인상률에 대해서는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놨지만, 공급자 전체와 공단간의 '소통'은 보다 원활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 치과의사 출신의 이사장이 자리했을 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면서도 "이번에 성상철 이사장이 온 후 공급자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려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예전에 비해 공급자와 공단 간의 소통, 대화의 기회가 많아졌고, 실무자들끼리 자주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공급자와 공단이 워크숍을 함께 가 서로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도 가진 바 있다.

그는 "보험급여실과의 간극이 많이 좁아졌고, 공단에서 공급자의 어려움에 대해 많이 공감하고 있다"며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협상에서도 인상률을 떠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폭은 상당히 넓어질 것이며, 억지쓰기나 고집피우기 식의 협상 태도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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