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김윤 교수(前심평원 연구소장) 인터뷰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6개 공급자단체가 만나 수가협상을 치른지도 벌써 8년이 돼간다. 하지만 매해갈등이 불거지고 언쟁이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기초적인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조차 없이 협상이 진행된 데 따른 것이며, 이제는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고 공단-공급자 간의 신뢰를 형성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연구소장을 지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와 만나 수가협상에 대한 문제점,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그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병협출신 성상철 이사장 취임..."큰 폭의 인상률은 글쎄? 그럼에도 소통은 원활할 것"
 

 

지난해 협상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로는 병협회장 출신의 공단 이사장 취임을 꼽았다.

그간 공단과 공급자단체 협상단 간의 생각의 틀도 다르고 입장도 분분해 갈등과 언쟁이 심각했는데, 상호 간의 이해의 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상대가치점수 연구 결과나 인상률에 대한 합의 도출과정에 있어서 서로의 편익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하기에도 용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김 교수는 "성상철 전 병협회장이 왔다고 해서 병협 편에 서서 이익을 봐줄 것이란 우려나 기대(?)가 깔려 있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병원계의 상황과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이사장이 오면서 서로의 태도나 소통 등에서만 변화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서로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조건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이사장이 바뀌면서 단순히 수가 인상률을 떠나 서로 간에 기대하는 게 있을 것 같다. 올해에는 내용적으로 서로가 합의하고 이해하는 협상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또한 수가협상에서 환산지수 인상률이 핵심이긴 하지만, 부대조건이나 협상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와 공감이 쌓여가다보면 중장기적으로 협상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가입자, 공단, 복지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협상안이 나올 것이고, 제도적인 변화도 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원가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성 있는 샘플 구하기'

그렇다면 공단에서 새롭게 마련한 '원가분석시스템'도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이사장의 변화와 달리, 공단의 원가분석 시스템에는 별다른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교수는 "정확한 원가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원가 분석기에 들어갈 자료, 즉 병원의 샘플이 더 중요하다"면서 "현재 공공병원 위주로 원가를 분석하는 것으로 아는데, 대표성 있는 샘플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기관 90% 이상이 민간기관으로 공공병원과 회계처리 방식이나 인건비, 운영계획, 노사관계, 의료기기 등 대부분 경영방식이 다르기 때문.

그는 "수가의 딜레마는 누구도 원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가분석시스템을 마련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원가분석시스템이 도출한 원가가 적정 원가인지, 아니면 비효율적 경영이 함께 들어간 잘못된 원가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수가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공단-병협 협상단 모습.

예를 들어 경영이 잘 안 되는 곳에서 원가가 높게 나오는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부분을 거르지 않고 원가로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사회가 다 떠안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의 수가계약에서 볼 때 원가를 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원가분석시스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석 결과에 대한 해석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즉 원가를 도출한 후 사회적인 보상을 해야 할 부분인지, 병원 노력에 따라 메워 나가야 할 비효율 비용인지 등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일이 더 중요하기에 원가분석시스템이 나왔더라고한들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기초가 부실해 공든 탑 쌓아도 무너져..."정교한 제도 필요"

김 교수는 이처럼 원가가 얼마인지 모르고, 또 사회가 얼마를 부담해야 적정한지도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되다보니 어떤 결과가 나와도 공급자-가입자-정부 모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모든 정책 결정은 정치적이다. 연구나 분석 등 학술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밀실 정책이 되고, 지금처럼 사회적 지지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가이드라인부터 만드는 기초공사를 해야 한다"면서 "기초가 부실하면 아무리 공을 들여봐야 계속 무너지고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현재는 협상 룰을 만드는 사람, 룰에 대한 연구 결과, 의사결정구조 등 전체적인 부분에 신뢰가 결여된 상태"라며 "이제는 투명한 과정이 필요하다. 룰을 만드는 전제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급자와 보험자 모두 정치적 주장이나 구호에 국한되지 않고, 더 나아가서 협상의 과정에서 구체적이면서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또 실현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장의 변화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수년 안에는 새로운 변화가 시행될 것이다. 환산지수 몇% 인상에 국한되지 않고, 이제는 새로운 서비스가 이어져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이가 커져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재정을 투입해 일종의 숨통 틔이기를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