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릴레이인터뷰⑤] 의협 김숙희 수가협상단장

"객관적인 지표를 두고 봤을 때, 적어도 이번 수가 인상률은 5~6%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의사협회 김숙희 부회장(수가협상단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너지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살리고, 의료전달체계와 보건의료 근간을 확립하기 위해 이 같은 인상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수년간 인상률 상위권을 놓치지 않은 점과 원격의료 시행 여부, 지불체계 개편의 기로 등으로 정부와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점 등에서 돌발 변수도 있겠지만, 워낙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어느 정도 높은 인상률을 받을 것이란 입장이다.

첫 수가협상 참여이자, 의사협회 협상단의 첫 여성 단장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는 김 부회장은 어떤 카드를 내밀고 인상률을 받을 예정인지, 또 협상 과정에서의 난관과 과제로 꼽는 것은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Q.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의협은 얼마 정도의 인상률을 점치고 있는가?

A. 일단 가입자들이 건보 재정 흑자분에 대해 '보장성 강화'에 사용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단이 '보장성'에 있어 표준화돼 있고, 치료효과가 입증된 것만을 보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민 요구에 의해 근거가 부족한 부수적인 치료도 급여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방 추나요법이나 난임치료 등이다. 보장성만 높여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현재 지속적인 재정 투입에도 왜 보장률이 낮아지지 않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공단에서는 흑자분을 '6개월치 진료비'라며 모아두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보험치고 지나치게 많은 흑자다. 계속 재정을 풀지 않고 놔두면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에서 넘보거나 기금화 될 가능성이 크다.
종합해보면 현재 흑자는 공급자에 줘야하며, 즉 수가 인상분에 흘러와야 함이 자명하다. 밴딩폭 자체를 크게 늘려서 보건의료인들이 함께 상생해야 할 때다. 현재 국가 전체 뿐 아니라 보건의료 내부의 경제가 상당히 나쁜데, 공단이 이를 속히 풀어서 전반적으로 활성화시켜야만 한다.

재정의 폭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원하는 인상률을 받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른 유형들에서 의원에서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우리 쪽에서도 워낙 어렵다보니 높은 인상률을 점치고 있다. 적어도 6%는 받지 않을까 싶다. 이는 물가상승이나, 밴딩폭 예상치, 누적된 흑자 등을 모두 합해 자체적인 연구에 의한 최소 인상률이다.

Q. 원하는 인상률을 받기 위해 어떤 근거를 제시할 방침인가?

A. 행위료 증가가 다른 유형에 비해 가장 최저인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실제 건보공단 정보공개에 따른 자료를 보면, 2013년 대비 2014년 종별간 행위료 증가율이 치과가 25%, 병원 8%, 한방 7.6%, 약국 6.6% 등인 반면, 의원은 6%에 그쳤다.

급여비 점유율 역시 0.15% 감소한 20.88%였고, 행위료도 0.57% 줄어든 27.78%에 불과했다. 점유율은 유일하게 의원만 감소했다. 정황상으로 볼때 기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물론 지난 2년간 환산지수 인상률을 가장 많이 받긴 했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최소한의 객관적인 자료만으로도 인상률을 위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의원급 원장들은 퇴직금이 없는 점, 직원들의 급여 인상이 급증한 점, 과다한 카드 수수료와 임대료 등 운영 비용의 증가 등도 어려움을 '읍소'하는 포인트로 내세울 것이다.

Q. 의료계에서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라는 주장을 매년 꺼내고 있으나, 공단은 '원가가 얼마인지부터 밝히라'면서 계속 언쟁만 이어지는 상황이다. 의원에서 생각하는 원가개념은 무엇인지, 또 원가자료를 공개할 계획이 있는지 알려달라.

 

A. 건보공단이 보장성 정책을 확대, 강화했을에도 건보 재정 흑자가 계속된다면, 원가 개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계 원가를 따져 보자면, 일단 '의사 월급'부터 적정한지를 봐야 한다. 공단에서는 의사 월급이 지나치게 높은 이유를 대면서 '적정 원가'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다른 직종과 객관적으로 비교해보길 바란다. 의사 되기 위해 투입된 제반 비용, 노력, 학비, 기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또 의원 설립에 따른 투자 비용, 간호인력 및 의료기사 인건비, 병상 운영비, 진료실 임대료, 의료기기 대여 및 유지 비용 등도 따져야 한다.

서울시의사회 회장을 맡은 후 의원 100군데 정도를 다녀봤는데, 원가 보상은 커녕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투자비용 회수도 못한 채 신용불량자만 늘어가는 현실이었다.

결국 원가 보상이 안 되는 의료계 환경에서 궁극적인 피해는 환자들이 보게 된다. 적정 원가가 보상된다면 환자들도 근처 동네의원에서 저렴한 진료비로 쾌적한 환경에서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반대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공단에서는 원가로 손해보는 부분을 '비급여'로 충당하고 있다는 재반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급여로 번 돈은 세금으로 걷어가면 될 일이고, 동네의원들은 급여만 하는 곳도 허다하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 원가개념 정립이 필요하며, 필수의료에서만큼은 원가를 보상하는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

Q. 차등수가제 폐지 논의가 이번 수가협상에 어떤 영향 끼칠지?

A. 차등수가는 이번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이를 두고 논의하는 것은 그동안 못받은 돈을 환원시키자는 측면에서 거론되는 것이다. 즉 상대가치 등에서 고려할 문제지, 환산지수 계약을 하는 자리에는 들고 나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단이 이를 받아들이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니고, 공단과 나눌 이야기도 아니라고 본다.

Q. 지난해 치과의사협회나 병원협회의 경우 국정과제, 보장성 강화정책, 보험제도 등 정치적인 협조를 많이 했고, 또 이로써 높은 인상률과 원활한 소통을 감지하고 있다.
반면 의협은 원격진료 등으로 대치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혹여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되지 않을까싶다.

A. 차등수가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논의되는 부분들은 수가협상과 별개로 나눠야 한다.
게다가 치협이나 병협이 하는 정책 협조는 의협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치협이나 병협은 보장성 강화 정책에 동참하면서 환자 수 증가, 진료비 상승 등의 부수적인 이득이 따라올 수 있지만, 원격진료는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큰 문제다. 또 만약 보건복지부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에서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어느 누구도 협상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Q. 부대조건으로 공단이 '목표관리제'를 제시하려고 하는데, 의협에서는 어떤 입장인가? 생각해둔 부대조건이 있는지?

A.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결국 지불체계를 개선하는 것과 맞물려 있으므로, 3~4주 가량 진행하는 수가협상에서 다룰만한 사소한 일은 아니다. 1년 이상의 장기간의 시간을 두고, 또 공단 뿐 아니라 정부, 가입자, 다른 이해관계 단체 등과 공동선상에서 논의할 부분이다. 또한 우리는 회원들의 민의를 반영해야 하는 협회기 때문에 논의 후 바로 결정할 수 없고, 공청회 등을 통해 모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공단이 제시하는 부대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올해는 우리 쪽에서도 부대조건을 달지 않을 예정이다. 단기간에 약속하는 의미없는 부대조건은 국민에게 의사 불신만 주고 추후 오명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Q. 가입자 측에서는 단계적 총액계약제, 주치의제 등을 부대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것만 수용하면 큰 폭의 인상률을 줘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제도 도입에 대해 인상률과의 '딜(deal)할 용의가 있는가?

A. 절대 안 된다. 총액계약제나 주치의제도는 우리나라 전문의제도부터 손본 후 논의할 문제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려면 의과대학 교육 자체를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 즉 교육체계부터 갈아엎어야 하는 큰 사안이다.
그렇게 하면 몰라도 각자 개인적인 투자를 하는 현재의 의료체계에선 어불성설이다. 인상률을 수십퍼센트 주더라도 현상 테이블에 놓을 수 없다.

Q. 화제를 전환해 공급자 출신의 공단 이사장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단체도 있고, 반대로 보는 단체도 있는데, 의협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A. 이래도(가입자들에게) 욕을 먹고, 저래도욕 을 먹을 것 같다. 실제 성상철 이사장도 공식적 자리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일하겠다는 말을 했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며, 병협을 치중할 수는 있지만 의협은 크게 영향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사장이란 위치 때문에 공급자-가입자의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Q. 공급자 출신의 이사장이 와서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첫 수가협상이자 첫 여성 단장으로서 부담이 클 것 같다.

A. 의협 협상단의 구성이 많이 변했고, 첫 협상부터 단장을 맡게 됐다. 또 다른 직능과 달리 우리는 보험부회장이 없어 더 큰 부담을 쥐고 있다. '처음'이라는 부담 보다도, 불합리한 수가협상에 임한다는 부담이 더 크다. 수가협상이라는 게 완전히 표준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얼마를 줄지(밴딩폭)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유형별로 나눠가져라 이런 식이어서 너무나도 애매모호하다.

게다가 공단과 공급자 협상단간 신뢰도 없는 상태다. 예를 들어 공단에서는 현재 수가의 원가 보전율을 96%라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자체 분석해보면 76% 정도다. 이를 두고 이해하기는 커녕 서로 신빙성 없는 자료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공동연구를 제안하고 있지만 공단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즉 무엇을 두고 논의할 것인지도 모르고,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근거 자료가 상이해 진정한 협상이 아닌 말 뿐인 협상(?)이 되는 것이다.

Q. 부담이 큰 것 같다. 수가협상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협상 체계에 대한 또 다른 불만이 있는가?

A. 협상 틀과 소통방식도 문제지만, 결렬됐을 때 불합리도 만만치 않다. 결렬 후 공급자 측만 패널티를 받는데, 이는 협상을 잘 하지 못한 공단 책임도 있는 것이 아닌가? 협상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입장을 반영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공단에서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조정기구라도 만들어서 해소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부당하게 생각하는 구조 앞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밴딩폭을 알려주지 않는 점이다. 밴딩폭을 모르다보니 협상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으로 흘러간다. 합리적인 협상으로 이끌려면 유형별로 타당하게 나누는 방법을 서로 조율할 수 있도록 밴딩폭을 공개해야 한다.

Q. 마무리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큰 틀에서 봤을 때 수가협상을 떠나, 정부와 가입자 모두 보건의료제도 측면에서 1차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찰해야 한다. 1차의료기관이 무너지면, 의사들이야 병원 월급쟁이를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문제다. 전문의한테 바로 가 진료를 볼 수 있는 구조가 모조리 깨져버리고, 긴 대기시간을 감내하고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먼 거리에 있는 2,3차 기관으로 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단순히 돈을 얼마 주느냐라는 단편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전력을 다해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크게 보지 않으면 국민 의료비도 폭발할 것이고, 곧 의료대란로 오게 된다. 이미 의협에서는 의료전달체계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지 오래지만,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문제다. 이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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