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결과, '진료비 증가율 둔화·정책 협조' 언급할듯...가장 문제는 '베일 속 밴딩폭'

본격적인 수가협상의 막이 올랐다. 각 유형별 공급자단체들은 2주간의 협상에서 어떤 근거로 얼마만큼의 인상률을 가져갈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은 공급자 단체 협상단과 2016년도 환산지수계약의 1차 협상을 갖는다.

먼저 객관적인 지표상 가장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동네의원 살리기'를 읍소 포인트로 잡았다.

실제 건보공단 정보공개에 따른 자료를 보면, 2013년 대비 2014년 종별간 행위료 증가율이 치과가 25%, 병원 8%, 한방 7.6%, 약국 6.6% 등인 반면, 의원은 6%에 그쳤다.

급여비 점유율 역시 0.15% 감소한 20.88%였고, 행위료도 0.57% 줄어든 27.78%에 불과했다. 점유율은 유일하게 의원만 감소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숙희 부회장(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최소한의 객관적인 자료만으로도 인상률을 위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며 "의원급 원장들은 퇴직금이 없는 점, 직원들의 급여 인상이 급증한 점, 과다한 카드 수수료와 임대료 등 운영 비용의 증가 등도 협상 테이블에서 인상률 근거로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협을 비롯해 모든 공급자 단체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공단의 누적 흑자'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공단에서는 흑자분을 '6개월치 진료비'라며 모아두자는 입장인데, 이는 단기보험치고 지나치게 많은 흑자다. 계속 재정을 풀지 않고 놔두면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에서 넘보거나 기금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의원은 물론 보건의료 내부의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태다. 밴딩폭 자체를 크게 늘려서 보건의료인들이 함께 상생해야 할 시점"이라며 "흑자분을 속히 풀어 전반적인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이계융 부회장(병협 수가협상단장) 역시 건강보험이 단기보험이라는 점을 강조면서, 1개월치 진료비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원계에서 지난 2001년도 건강보험 재정위기 당시 허리띠를 졸라 매며 수가 인하에 동참했던 것을 떠올리며, 공단도 이제는 공급자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자금을 풀 때라고 성토했다.

흑자분 외에도 병협에서는 정부의 정책 협조에 따른 손해 보전을 읍소 포인트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병원계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손실에 따른 보전이 95%에 불과하다"며 "100% 보전은 물론 정책 협조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수가를 대폭 올려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급자들은 인상률을 떠나 무엇보다도 안갯 속에 쌓여 있는 '밴딩폭' 공개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병협은 물론 약사회와 치과의사협회 등에서도 '밴딩폭 공개'가 협상의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약사회 이영민 부회장(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우리가 아무리 자체 연구를 하고, 0.1%, 0.2%의 수치로 피튀기는 경쟁을 하고, 한 달간 샅바싸움을 해도 '실체'가 없는 힘겨루기를 한다는 사실이 공급자 단체를 무력하게 만든다"며 "비유하자면 '시험 범위 없이 시험을 보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밴딩폭의 최소, 최대치라도 알려줘야 우리도 협상전략을 준비하고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데, 얼마가 책정된지도 모른채 공급자끼리 조금 더 받아보겠다고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무모하게 인상률을 10%부터 던지는 것이다. 대충의 재정 규모를 알면 공급자 측도 납득할만한 인상률을 제시하고, 협상 자체가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공단은 밴딩폭을 숨기는 것에 대해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과 관련, "그렇게 따지면 공급자단체들도 자체적인 연구 결과를 안 보여주면 그만이다. 이러한 공단의 태도는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인데, 협상이나 계약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부회장(치협 수가협상단장) 역시 알 수 없는 밴딩폭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마 부회장은 "2주가량 공단과 서로 수치(인상률)를 주고 받는 과정이 허무하다"며 "아무리 인상률을 잘 받아도, 결국 얼마만큼의 재정을 풀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소모전에 불과하다.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차 협상에서는 알려주지 않더라도, 도장 찍기 전날이나 3~4차 협상쯤에는 미리 언질을 줘서 협상단이 단체장과 협의해볼 시간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모든 공급자 단체들은 올해 협상에서 '부대조건'을 달지 않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공단에서 새로운 지불제도 개편 등 큰 정책을 협상 테이블에 가져오는 점도 불만으로 제기했다.

지난해에 이어 공단이 '목표관리제'를 부대조건으로 내세우려는 점에 대해 치협 마경화 부회장은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도 해당 제도를 같이 연구하고 시범사업, 본사업을 하면 얼마의 수가를 올려주겠다는 약속이 없는 점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지불제도 개편과 같은 주요한 정책을 서로 신뢰조차 하지 못하는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각 단체의 한 해 살림살이를 쥐락펴락하는 공단의 태도가 진정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마 부회장은 "만약 지불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면, 공단 주도 하에 6개 단체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서로의 '눈높이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 공급자 단체 회원의 의견, 국민의 목소리를 이해의 폭을 맞춰나가는 것이 먼저"라며 "2주 가량의 짧은 수치 게임에 정책적 논의를 끌고 와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 부회장을 비롯한 각 단체 수가협상단장은 "올해 제시할 부대조건은 없다"며 "부대조건으로 내건 후 공급자는 물론 공단도 이에 책임이 있지만, 모든 결과에 따른 평가와 책임은 공급자 단체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몇 푼 더 받자고 국민의 신뢰를 잃고 싶진 않다"고 이유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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