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법무부, 2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특례법 공청회 개최
의료계 “의료진 적극적 진료 가능” 환자단체 “피해자 입증 완화 내용 없어”
복지부, 공청회서 의견 수렴해 법안에 반영하겠다 약속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2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2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팽팽하게 맞섰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의료진이 적극적 치료를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환자단체는 특례 범위를 넓힘으로써 오히려 필수의료 구제라는 기존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 측 참석자들이 법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표 자격으로 협의체에 참석한 환자 단체도 그동안의 성과를 지적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2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하나인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전문가와 국민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법안은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이 업무상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를 일으키더라도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의사불벌 특례 △종합보험 가입 특례 △형 감면 특례 등으로 구성돼있다.

복지부는 이 법안을 통해 의료인이 성실하게 치료하고도 소송에 휘말리는 상황을 방지함으로써 안정적인 필수의료 진료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응급·중증질환이나 분만 등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미용·성형 등에도 형사처벌이 면제된다며, 이는 의료계에 대한 특혜라고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며, 보험 제도를 통해 앞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설명이다.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도 의료사고 안전망이 두터워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정 정책관은 “오늘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서 법안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자 사망도 특례에 적용해야 의료진 적극적 수술 가능

보험료 배분 관련 하위 법령도 마련돼야

특례법 제정을 두고 병협을 필두로 한 의료계가 환영 입장을 밝히는 반면, 환자단체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례법 제정을 두고 병협을 필두로 한 의료계가 환영 입장을 밝히는 반면, 환자단체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례법 제정을 두고 병협을 필두로 한 의료계가 환영 입장을 밝히는 반면, 환자단체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부회장은 “신체 기전이 100%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치료 시 돌발적인 결과는 불가피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럴 때마다 환자와 의료진 간 분쟁이 이뤄지곤 하는데, 이번에 서로 양해 하에 조정될 수 있는 기전이 마련돼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환자 사망도 특례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사망을 배제한다면 어떻게 되더라도 필수의료 의사로서는 적극적인 수술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보험료에 대한 정부의 지급 배분 보조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의료인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부과시키면 필수의료 의료진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박진식 부회장 역시 “의료계에서는 (이번 특례법이) 완전히 만족할 수준의 법안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장치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필수의료 의료진의 노력이 잘못 평가되지 않도록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미용·성형 범위까지 포함? 필수의료 개선 목적에서 벗어나

왜 이렇게 급하게 진행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반면 환자단체는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처음 법이 논의될 때만 해도 중증외상이나 중증소아, 분만 등 필수의료 진료과목 형사책임 완화가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의료진과 미용 성형 범위까지 포함해 사실상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의료분쟁 제도 개선 협의체 도중 정부가 논의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이때 시민단체는 반발의 뜻으로 협의체를 사퇴했다. 이후 정부는 의료계 요구를 추가적으로 반영한 특례법 제정안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환자에게는 피해 입증이 중요한데, 법안에 피해자 입증 완화 내용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필수의료와 무관한 중과실까지 특례로 인정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범위는 필수의료 의사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필수의료는 공소 제기가 불가능하도록 제정해 위헌성을 회피하려 한 것 같은데, 이는 지난 2009년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서 비슷한 사례가 위헌 판결을 받은 것과 비슷하게 환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회 이정수 사무총장도 “특례법 제정은 해외에서도 입법 사례가 없는 법안으로, 국민과 의료진 사이에서 많은 다툼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너무 급하게 이 법을 추진하는 것 아닌가 싶다.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공감대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환자 측 참석자 크게 반발...정부, 졸속 추진 아니다 해명

한편 일부 환자 측 참석자들이 졸속 법안이라고 반발하며 분위기가 심각해지기도 했다.

이들은 “의사는 공익성을 띠긴 하지만 이익 집단이다. 이익 집단에 특혜를 주는 법이 어딨냐”, “법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의대 증원처럼 국민 설문조사를 돌리면 90%가 반대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협의체에 참석한 환자단체를 향해서도 그동안의 성과를 묻는 등 내부 분열이 일어나기도 했다.

복지부는 급하게 법안을 추진한다는 환자 측의 질의에 “공청회는 1차 절차다. 이 뒤에도 입법예고 등의 절차가 한참 남아있다”고 해명했다.

정 정책관은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또 이 법을 자세히 봐주셨으면 좋겠다. 의료사고 특례법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조정제도도 봐주시면 좋을 것”이라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건 저희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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