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EMA, 오젬픽·삭센다 자살 충동 사례 보고받아
최근 美서 '위마비' 사례 확인…오젬픽·마운자로 개발사, 위마비로 소송당해
국내 전문가들 "인과관계 확정 어려워…치료 필요 환자 잘 선별하고 모니터링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이자 비만치료제로 각광받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 계열 약제가 잇따른 악재로 수난시대를 맞았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처방되면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더 관심이 필요한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GLP-1 제제는 혈당 조절에 더해 상당한 체중 감량 효과가 있어 임상에서 주목받는 만큼, 최근 논란이 되는 안전성 문제가 약제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관심이 모인다. 

유럽·영국, GLP-1 제제 자살·자해 충동 안전성 조사 착수 

GLP-1 제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과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는 최근 자살 또는 자해 충동 문제가 제기되며 악재에 휩싸였다.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 안전위원회는 아이슬란드 의약품청이 오젬픽과 삭센다를 투여한 환자로부터 자살 또는 자해 충동 이상반응 3건을 보고받아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자살 또는 자해 충동은 의약품 제품 정보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미국식품의약국(FDA) 부작용보고시스템(FAERS)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경우 2018년 이후 환자 또는 의료인으로부터 보고된 자살 충동 이상반응은 60건으로 집계됐다.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은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같은 이상반응이 70건에 달했다.

이에 EMA는 삭센다와 오젬픽의 주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를 포함한 의약품을 중심으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도 GLP-1 제제 계열 약제의 안전성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MHRA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2020년부터 지난 7월 6일까지 자살 또는 자해 충동 관련 이상반응이 5건, 리라글루타이드는 2010년부터 지난 7월 6일까지 12건 보고됐다. 

GLP-1 제제, 위마비 관련 충분한 경고 없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논란이 아직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제인 오젬픽 또는 위고비를 투약한 환자에게서 위마비(위무력증, gastroparesis)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지난달 미국 CNN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GLP-1 제제인 오젬픽 또는 위고비를 투약한 환자 2명이 음식 소화가 상당히 느려져 잠재적으로 중증 구토 및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는 중증 위마비를 경험했다고 보도했다. GLP-1 제제는 위 배출 속도를 지연시켜 포만감을 오래 느끼도록 하기에 이상반응으로 위장관계 사건이 주로 보고된다.

보도와 관련해 FDA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제를 투약한 환자에게서 위마비 사례를 보고받았다"며 "일부는 치료를 중단한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번달 한 미국 2형 당뇨병 환자는 오젬픽과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를 투약하면서 위마비를 경험했고 건강에 문제가 나타났다며, 오젬픽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개발사가 두 약제의 위장관계 관련 문제 심각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원고는 오젬픽과 마운자로 투약 후 심각한 건강상 위해를 입었다며, 약제 투약 이후 위벽 염증으로 인해 구토와 설사가 유발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위마비 위험이 있지만 제약사가 이를 경고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원고가 위마비를 진단받지 않았지만 증상은 위마비 증상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원고는 1년 이상 오젬픽을 투약했고 지난 7월 마운자로로 치료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운자로로 치료를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마운자로와 오젬픽 제품 라벨에는 '위 배출을 지연시킨다'는 내용이 명시됐고 중증 위장관계 이상반응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또 가장 흔한 이상반응에는 구토, 설사, 복통 등이 포함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오젬픽 라벨에는 위마비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마운자로 라벨에는 위장관계 관련 질환이 있는 환자 대상 연구가 없으므로 해당 환자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인과관계 불분명…협진·용량 조절 등으로 이상반응 막아야

최근 불거지는 GLP-1 제제의 안전성 문제에 관해 전문가들은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확정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젬픽과 삭센다의 자살 또는 자해 충동 이상반응은 비만치료제로 투약되면서 확인됐다. 그러나 비만 환자는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체중이 크게 빠지면서 자살 또는 자해 충동 등 위험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약제와 자살 또는 자해 충동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GLP-1 제제 투약 이후 체중이 급격히 빠지면서 신체이미지(body image)가 달라져 그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비만한 환자는 주로 우울증을 동반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약제 관련 기존 연구에서 이 같은 위험이 보고되지 않았기에 아직 연관성을 확정 짓기 어렵다. 삭센다와 오젬픽 그리고 자살과 자해 충동 간 연관성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마비는 GLP-1 제제가 위 운동을 느리게 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는 효과에 따라 나타날 수 있지만,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거나 신경병증 등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위마비 사례 관련 CNN 보도에 대해 FDA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제가 위마비를 직접 일으켰는지 또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위마비가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거나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나타나는 합병증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영남대병원 문준성 교수(내분비대사내과,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GLP-1 제제는 위 운동을 느리게 하는 것에 더해 담석이 생기는 담낭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이로 인해 위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당뇨병 신경병증으로 인해 위마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위마비는 약제의 이상반응일 수 있지만 약제와 관계없이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GLP-1 제제 안전성 이슈는 향후 제품 라벨 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진료현장에서 면밀한 환자 모니터링과 투약 용량 조절 등을 통해 이상반응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문 교수는 "외국에서 제기되는 GLP-1 제제 안전성 문제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사례이기에 유심히 봐야 한다"면서도 "단, GLP-1 제제가 필요한 환자를 잘 선별하고 용량을 조절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GLP-1 제제로 치료받는 환자 건강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GLP-1 제제로 치료 받는 비만 환자 중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내분비내과와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협진해 환자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면서 "위마비는 GLP-1 제제 투약 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용량을 조절하면서 모니터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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