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대사증후군학회 추계학술대회 23일 개최
GIP, 비만 유발한다고 알려져 항당뇨병제·비만치료제로 주목 못 받아
유지희 교수 "메커니즘 정확하지 않지만, GIP가 GLP-1 단점 상쇄할 수 있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유지희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23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New dual GIP/GLP-1 receptor agonists: the role of GIP'를 주제로 발표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유지희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23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New dual GIP/GLP-1 receptor agonists: the role of GIP'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소장에서 분비되는 GIP는 비만을 악화시킬 수 있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LP-1/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인 티르제파타이드(제품명 마운자로)는 오히려 GIP 덕분에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명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를 종합하면, 티르제파타이드가 GLP-1뿐 아니라 GIP 수용체에 작용하면서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 단점을 상쇄시키고 치료 효과를 높여 항당뇨병제 및 비만치료제로 주목받는다는 평가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유지희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23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New dual GIP/GLP-1 receptor agonists: the role of GIP'를 주제로 발표했다.

GIP 활용 치료제 개발, GLP-1에 뒤처져

GLP-1 수용체 작용제이면서 삭센다로 판매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체중을 약 10% 줄이는 효과를 입증하며 임상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에 GIP 수용체 작용제를 더한 약제로,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 대상 SURPASS와 비만 환자 대상 SURMOUNT 등 임상3상 프로그램을 통해 당화혈색소를 2% 이상, 체중을 15% 이상 줄이는 효과를 입증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 교수는 "비만치료제로 당뇨병 환자의 체중을 10% 이상 줄인 약제는 티르제파타이드가 처음"이라며 "체중 15% 감량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뿐만 아니라 당뇨병 관해(remission)를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심장대사증후군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티르제파타이드 작용에서 GIP 역할에 관심이 모였다. 인크레틴 호르몬인 GIP는 GLP-1처럼 먹은 음식에 반응해 소장에서 분비된다. 오랜 기간 비만을 일으키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다.

GLP-1과 GIP 역할을 보면, GLP-1은 위배출을 지연시켜 배가 고프지 않게 하고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인슐린 분비를 늘리면서 글루카곤 분비를 줄인다. 이를 활용하면 혈당 및 체중 조절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강하제 및 비만치료제로 먼저 각광받았다.

반면 GIP는 인슐린 분비를 늘리지만 글루카곤 분비도 함께 증가시키는 호르몬이다. 또 증가한 GIP는 지방조직을 늘려 비만을 악화시킬 수 있어,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GIP가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GIP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은 GLP-1에 비해 뒤처졌던 게 사실이다. 

그는 "이전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외인성 GIP 투약 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지만 글루카곤도 같이 올라, GIP가 혈당강하제로 역할을 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후에도 고지방 식이를 한 GIP 수용체 결함이 있는 쥐가 GIP 수용체 문제가 없는 쥐보다 체중, 체지방 증가가 유의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GIP는 오랜 기간 비만을 일으키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티르제파타이드, GIP로 인슐린 분비↑·GIP로 인한 글루카곤 분비 상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유지희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유지희 교수(내분비대사내과).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인식이 바뀌었다. 장기 지속형 GIP 수용체 작용제와 뇌 특이적 GIP 수용체(GIPR) 결함 등이 오히려 지방 축적을 줄이고 음식 섭취를 떨어뜨리면서 체중이 줄어,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중추신경계에 있는 GIPR 시그널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고,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장기 지속형 GIP 수용체 작용제가 체중을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GLP-1에 더해 GIP 수용체를 자극하면 추가 혈당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GIP 수용체 자극에 따른 글루카곤 분비 증가는 GLP-1 수용체 자극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유 교수는 사람에서 GLP-1과 GIP 수용체를 각각 자극했을 때와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약했을 때 특징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사람에서 GIP를 자극하면 글루카곤 분비가 증가하지만 GLP-1과 함께 자극하면 글루카곤 분비가 억제된다고 조사됐다. 그러나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약하면 초반에 글루카곤 분비가 크게 증가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또 GLP-1 수용체 억제 이후 티르제파타이드로 유도된 인슐린 분비는 약간 줄었고, GIP 수용체 억제 이후 티르제파타이드로 유도된 인슐린 분비는 크게 줄었다"며 "티르제파타이드의 인슐린 분비는 GLP-1 수용체보단 GIP 수용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상반응 관련해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 투약 시 보고되는 구역, 구토 등이 약화된다고 보고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티르제파타이드는 GIP로 인해 GLP-1 수용체 작용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약제로 보인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티르제파타이드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메커니즘인 것은 분명하다"며 "티르제파타이드가 단순히 GLP-1과 GIP 수용체 작용제를 조합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연구를 통해 두 가지가 한 번에 작용하는 개념이 아닌 단분자(unimolecular)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르제파타이드는 GIP를 통해 인슐린이 더 분비되도록 하면서 GIP가 갖는 글루카곤 분비가 거의 없도록 작용하는 약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량을 늘려 체중 감소를 유발해 GLP-1 수용체 작용제가 가진 단점인 구역과 구토 등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GIP가 중추신경계에 있는 GIPR 시그널링에 역할을 하면서 비만치료제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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