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치료제 수요 급증에 공급난까지 발생…국산 제품 필요성 대두
한미, 한국인 비만 기준에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제 개발 목표
제형 변경·투여 주기 연장으로 환자 편의성 향상 노력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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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전 세계 비만치료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국내 업체도 하나둘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후발주자인만큼 기존 치료제와 차별점 마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올해 3월 세계비만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인구 7명 중 1명이었던 비만이 2035년에는 4면 중 1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이 2022년 28억 달러(약 4조원)에서 2028년 167억 달러(약 23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은 모두 GLP-1 유사체 작용제 계열 약물이다. GLP-1 제제는 음식물 소화를 늦추고 뇌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감소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임상 연구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면서 비만치료제로도 쓰이게 됐다. 

GLP-1 제제가 높은 체중 감량 효과로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는 폭증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비만은 커녕 당뇨병 환자도 이를 사용하기 어려운 공급난에 직면한 상태다.

이 때문에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GLP-1 제제를 당뇨병 치료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글로벌 공급난은 국내 의료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릴리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와 노보노디스크 '줄토피 플렉스터치주(인슐린 데글루렉, 리라글루티드)' 등 GLP-1 제제의 품절이 연이어 발생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겨냥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안정적 국내 공급을 위해서라도 국산 비만치료제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한국인 맞춤' 비만치료제 개발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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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지난달 31일 자사의 GLP-1 계열 신약 후보물질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적응증을 비만치료제로 변경,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사노피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한미약품에 반환된 물질이다. 사노피는 6000여명의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5건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도 사업계획 변경을 이유로 이를 반환했다. 

당시 한미약품은 사노피의 결정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및 안전성과 무관한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듬해인 2021년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과 신장질환 발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한 GLP-1 비만치료제는 서양인 고도 비만 환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한국인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5kg/㎡에 최적화된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만 기준은 BMI 30kg/㎡이나,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낮은 BMI에서도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비만 관련 질환 발생의 위험도가 높다. 이에 대한비만학회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국내 비만 진단 기준을 BMI 25kg/㎡ 이상으로 정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며 "한국 제약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신약을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제형 변경·투여 주기 연장 노력도

대원제약은 위고비를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 8일 라파스와 공동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 IND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주사제인 위고비를 패치 형태로 개발해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자가 주사제는 환자의 통증 유발 및 2차 감염이 우려되며, 의료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DW-1022는 1mm의 미세 바늘이 달린 패치를 붙이면 돼, 주사제에 비해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체내 전달률도 더 높다는 설명이다.

대원제약은 위고비를 합성펩타이드로 전환해 신약에 준하는 원료의약품으로 개발하고, 완제의약품 비임상 연구를 담당했다. 라파스는 완제의약품의 제제 개발을 담당했다. 임상1상은 대원제약이 주관할 예정이다.

펩트론은 GLP-1 약물의 약효를 장기간 지속시켜 투여 주기를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회사가 개발한 스마트데포(SmartDepot) 기술은 펩타이드를 생분해성 고분자로 감싸는 기술로, 이에 둘러싸인 펩타이드가 천천히 체내로 방출돼 약효가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항암제 및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을 개발해왔으며 당뇨병·비만 치료제인 PT403, PT404을 개발 중이다. 각각 위고비와 GLP-1/GIP 이중 수용체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한 서방형 제제로, 통상 1주에 한번 투여해야 하는 다른 치료제와 달리 한 번 주사로 한 달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펩트론은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으며, 해당 업체가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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