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AERS 분석 결과,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 간 연관성 없어
EMA, 개발사에 자살 충동 위험 재검토 위한 추가 자료 제출 요청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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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난해 불거진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계열 약제의 자살 위험 논란이 잠재워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학계에서는 GLP-1 제제가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과 연관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는 실제 처방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공통된 결론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은 GLP-1 제제와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 간 연관성이 있는지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개발사에 자료를 추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지난해 오젬픽·삭센다 투여 환자서 자살 충동·자해 보고

지난해 7월 EMA 안전위원회는 아이슬란드 의약품청이 GLP-1 제제인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과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를 투여한 환자로부터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이상반응 3건을 보고받아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은 의약품 제품 정보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약제 관련 기존 연구에서는 이 같은 위험이 보고되지 않았어도 실제 임상에서는 잠재적인 안전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GLP-1 제제가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을 높이는지 근거는 제한적인 상황. 이에 학계에서는 GLP-1 제제와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 간 연관성을 리얼월드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GLP-1 제제, 자살·자해 사례 불균형적 증가 유발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필요성에 따라 학계에서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이상사례보고시스템(FAERS)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GLP-1 제제와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가 진행됐고 최근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European Psychiatry에는 2005년 2분기~2023년 2분기 FAERS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GLP-1 제제가 자살 또는 자해 위험을 높이는지 분석한 시판후 조사 결과가 실렸다(Eur Psychiatry 2023;66(1):e99).

연구는 특정 약물과 유해사례 조합이 보고된 빈도를 다른 약물의 유해사례 조합 빈도와 비교해, 특정 약물과 유해사례 간 연관성을 평가하는 불균형 분석(disproportionality analysis)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보고비(ROR)와 경험적 베이즈 기하평균(EBGM)을 활용했다. EBGM은 90% 신뢰구간(EB05)을 확인, EB05가 2 이상이면 유의하다고 판정한다.

연구 기간 동안 FAERS에 보고된 GLP-1 제제 관련 자살 또는 자해 사례는 총 534건이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GLP-1 제제는 자살 또는 자해 사례가 불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조사됐다(ROR 0.16; 95% CI 0.15~0.18; EB05 0.15).

계층화 분석에서도 남성과 여성 모두 GLP-1 제제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 등 안전성 신호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령에 따라 GLP-1 제제로 인한 자살 또는 자해 ROR이 소아청소년에서 약간 증가하는 듯 보였지만(ROR 2.50; 95% CI 1.02~6.13), EB05가 2 미만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다른 연령대에서도 의미 있는 안전성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중국 샤먼대학 Jie Xiao 연구팀은 "연구 결과, GLP-1 제제로 인한 자살 또는 자해 사례 위험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향후 대규모 전향적 연구를 진행해 이번 결과가 나타나는지 추가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GLP-1 제제-자살 경향성, 인과관계 無

지난달에는 FAERS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GLP-1 제제와 FDA 허가를 받은 다른 항당뇨병제의 자살경향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Expert Opin Drug Saf 2023 Dec 13:1~9). 

연구에서는 2005년부터 2023년 10월까지 FDA에 보고된 GLP-1 제제 관련 우울/자살 충동, 자살 행동, 자살 시도 등 자살 생각과 자살 완료(completed suicide)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 성분 치료제는 자살 생각 및 우울/자살 충동 등에 대한 보고가 불균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자살 행동, 자살 시도, 자살 완료 등의 불균형 보고는 FDA 허가를 받은 모든 GLP-1 제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요인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정하고자 검토하는 기준인 '브래드포드 힐의 기준(Bradford Hill criteria)'을 적용하고 교란요인을 고려하면, GLP-1 제제와 자살경향성 간 인과관계는 없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오젬픽·위고비, 자살 충동 위험과 연관되지 않아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이 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Rong Xu 교수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치료제인 오젬픽과 위고비가 자살 충동 위험 증가와 연관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Nature Medicine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연구 논문은 최근 Nature Medicine에 채택됐다.

연구팀은 오젬픽을 처방받은 2형 당뇨병 환자와 위고비를 투약한 비만 환자 약 200만명을 분석했다. 6개월 추적관찰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치료제가 자살 충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EMA 우려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 

아울러 GLP-1 제제 외 비만치료제 및 항당뇨병제를 비교했을 때, 오젬픽 또는 위고비를 처방받은 환자군에서 모든 자살 충동 및 재발 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동 연구자인 동대학 Pamela B. Davis 교수는 "해당 약제의 폭발적인 인기에 따라 모든 잠재적 합병증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며 "해당 약제가 자살 충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다양한 인구가 있는 미국 내 대규모 집단에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과관계 결론 내릴 수 없지만 명확히 해야 할 문제 있어"

GLP-1 제제의 안전성에 힘을 싣는 긍정적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달 4일 EMA는 GLP-1 제제의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개발사에 자료를 추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EMA 산하 안전성관리위원회(PRAC)는 "문헌 검토 결과, GLP-1 제제와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없지만, 명확히 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며 추가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PRAC는 올해 4월 해당 주제에 대해 재논의할 예정이다.

아직 GLP-1 제제가 자살 충동 또는 자해 위험을 유발하는지 명확하지 않을지라도, 임상에서는 이 같은 안전성 신호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알리는 것이 학회 역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신임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약제의 안전성 문제가 보고됐다는 것은 환자에게 처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주의해 처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중요성이 흐려지는 것 같다"며 "위험이 보고되면 의료진이 인지하도록 알리는 것이 학회 역할이라고 본다. 약제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학회가 제시해야 하며, 향후 본 학회는 유관학회와 함께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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