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과 건강보험 제도를 위해 기존 건강보험 틀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구조개혁 필요성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수입 보험료 범위 내에서 지출규모를 결정하는 양입제출 구조 전환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의료보장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교수가 '코로나19(COVID-19)를 통해 본 우리 보건의료체계 평가'를 발표했으며,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를 위한 미래 정책방향'을 발제했다.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의에서 울산의대 조민우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행위별수가제로 인해 보건의료체계가 유지됐지만, 앞으로는 의료 질 가치에 대한 보상과 기관 간 협력에 대한 보상 등 다양한 보상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조 교수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꼭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논의가 이제까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동안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논의 주제가 잘못됐거나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을 때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다만, 의료서비스는 효율성 개선만으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예방이 가능한 질환들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경우 건강보험 및 의료체계가 전체적으로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질환 예방이 장기적으로 의료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어 예방의료 서비스에 대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우리 방역당국의 대응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2차 유행 이후 대응은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의 의료자원 동원 및 백신접종, 치료제 도입 과정 등의 평가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건강보험의 수평적 보장에서 수직적 보장으로 전환하는 것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급여되는 의료행위나 치료 약제 중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설정되기 전 등재된 것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옥석를 가려 급여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민 교수 역시 그동안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관리를 잘해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저출산, 초고령사회가 되면 의료비는 급증할 수밖에 없어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는 필수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장 교수는 "보험료 규모에 맞춰 지출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의료보장은 접근성, 의료질, 국민의료비 철의 삼각이 제대로 운영돼야 보건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건강보험이 붕괴돼 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이 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박리다매식 건강보험 구조에서 탈피한 획기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가격 탄력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와 비급여 영역이 많은 비필수 의료분야의 선순화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지금이 의료체계 및 건강보험 개혁을 논의할 마지막 시기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정윤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건강보험과 의료체계 구조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 건강보험 틀 내에서 개혁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국민의료비, 의료 질, 접근성 등 철의삼각이 잘 유지돼야 저출생, 초고령, 저성장 사회구조에서 건강보험과 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며 "그동안 상충적인 요소를 상승적인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건강보험 구조인 양출제입에서 양입제출 관점으로 전환하는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며, 건강보험의 수평적 보장에서 수직적 보장으로 전환하는 것도 참고할만한 의견이라고 정책 수립에 반영할 의사를 시사했다.

정윤순 국장은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중증·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했다"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단기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오늘 논의된 방안들을 포함해 기존 종합계획보다 제도 및 구조적 개편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