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탐사대] 신약을 가장 먼저 만나는 그들의 이야기
부족한 치료옵션 속 콩팥병 신약 '케렌디아' 등장
기존 치료제 대비 단백뇨 감소 및 고칼륨혈증 위험 낮춰

본지는 신약을 가장 먼저 만나는 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신약 탐사대' 좌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대한신장학회 김성균 총무이사, 대한신장학회 정성진 진료지침이사). ⓒ메디칼업저버
본지는 신약을 가장 먼저 만나는 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신약 탐사대' 좌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대한신장학회 김성균 총무이사, 대한신장학회 정성진 진료지침이사).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신약이 필요한 질환은 암, 희귀질환 뿐 아니라 어느 질환에나 존재한다.

진료 현장에서는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옵션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 애로를 겪기도 한다. 이는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길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약이 개발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는 막막하기도 하다.

본지는 진료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만나는 전문의에게 신약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바이엘의 제2형 당뇨병 동반 신장질환 치료제 케렌디아(성분명 피레네론)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는 △대한신장학회 김성균 총무이사(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대한신장학회 정성진 진료지침이사(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가 참여했다.

① RAS, SGLT-2, 그리고 케렌디아의 등장
② 고칼륨혈증 고민?...콩팥병 환자 '실질적' 치료옵션

- 그동안 콩팥병 환자 처방옵션은 부족했다.

대한신장학회 정성진 진료지침이사
대한신장학회 정성진 진료지침이사

정성진(이하 정) : 그동안 만성콩팥병 치료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1980년대 개발된 캅토프릴을 필두로 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1995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로사르탄을 필두로 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등이 항고혈압 효과 이외에 콩팥 보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콩팥병 치료에 사용됐다.

그럼에도 만성콩팥병 진행과 그로 인한 투석, 이식이 필요한 말기콩팥병을 완벽하게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많은 약물이 콩팥병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여러 연구를 통해 타진했지만, 이론적 배경이나 전임상 연구 결과와 달리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비용과 시간, 인력이 투입됐지만, 신약 개발은 쉽지 않았고 그 사이 수많은 콩팥병 환자들이 생겨나고 질병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 레닌-안지오텐신(RAS) 계열 억제제 이후 SGLT-2 억제제 등장의 의미는? 

: 2013년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를 비롯한 SGLT-2 억제제가 국내 허가됐다. SGLT-2 억제제는 사실 새로운 기전의 항당뇨병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예상보다 뛰어난 심혈관 및 콩팥 보호 효과를 확인하면서 최근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KDIGO 임상진료지침에서는 SGLT-2 억제제를 최우선 약물로 격상시키면서 이제는 SGLT-2 억제제도 기존 ACEi 또는 ARB와 마찬가지로 콩팥병 환자들에게 사용해야 할 중요한 약물이 됐다. 

김성균 총무이사
김성균 총무이사

김성균(이하 김) : 임상3상 DAPA-CKD, EMPA-KIDNEY 연구에서 SGLT-2 억제제는 콩팥병 진행 감소를 확실하게 입증했다. 특히 당뇨병 동반 콩팥병뿐 아니라 다른 콩팥병에서도 SGLT-2 억제제는 RAS 계열 억제제 단독보다 개선된 효과를 보였다.

RAS 계열 억제제 사용에도 단백뇨가 감소하지 않는 콩팥병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는 필수가 된 것이다.

앞서 RAS 계열 억제제는 콩팥병 환자에서 40%의 콩팥보호 효과를 입증했다. 여기에 SGLT-2 억제제를 병용하면 혈당 조절, 체내 염분 감소, 사구체 내 압력을 줄임으로써 단백뇨 감소 등 추가적인 콩팥보호 효과를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은 여기서 더 나아가 단백뇨가 없는 콩팥병 환자에게도 SGLT-2 억제제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신장내과에서 사용 가능한 신약, 케렌디아가 등장했다.

: 비스테로이드 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길항제인 케렌디아는 기존 ACEi 혹은 ARB 사용에도 불구하고 단백뇨가 지속되는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콩팥병 진행과 함께 심혈관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된 신약이다. 한국에서는 신약이지만 202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아 여러 국가에서 사용 중이다.

기존에 이미 스피로놀락톤 등 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길항제는 존재했다. 심혈관 이점과 더불어 1차 알도스테론증, 저항성 고혈압, 단백뇨 감소에 효과가 있었지만 대규모 연구에서 콩팥병 진행 억제 효과는 입증하지 못했다. 게다가 고칼륨혈증, 급성 콩팥손상, 여성형 유방 등 부작용도 있었다.

게다가 기존에 계속 사용해왔던 ACEi나 ARB는 사용하다 보면 알도스테론이탈현상이 발생하면서 알도스테론이 완벽하게 억제되지 못해 단백뇨 억제 및 신장섬유화 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케렌디아는 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에 보다 선택적으로 작용해 단백뇨를 감소시키면서 고칼륨혈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게다가 FIDELIO-DKD, FIGAFO-DKD 연구를 통해 단백뇨를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콩팥복합변수 뿐 아니라 심혈관복합변수 개선을 입증했다. 두 연구에서 콩팥 부전, 추정사구체여과율(eGFR)의 지속적인 40% 감소, 콩팥 원인에 의한 사망 등으로 평가한 콩팥복합변수가 18% 줄었다. 

아울러 SGLT-2 억제제 투여 여부와 관계없이 심혈관복합변수가 14% 호전됐고, 특히 콩팥부전으로 인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20% 줄었다.

: 기존 출시된 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길항제는 환자의 칼륨 수치를 높여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케렌디아는 효과는 가져가면서도 칼륨 수치를 많이 높이지 않아 콩팥병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케렌디아의 강점은 이전에 SGLT-2 억제제 투여 여부와 관계없이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 ACEi 또는 ARB 등 기존 치료제로는 단백뇨 억제가 되지 않는 환자들이 케렌디아로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콩팥병 환자에게 적용되는 표준치료법 이외에도 케렌디아를 투여하는 것은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단백뇨를 줄이는 데 효과적 치료전략이 될 것이다. 단백뇨는 만성콩팥병 진행과 심혈관질환 발생의 강력한 위험인자인 만큼 알부민뇨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가 케렌디아의 가장 적합한 투여 대상이라고 본다.

: 현재까지 나온 케렌디아 연구 결과는 당뇨병을 동반한 콩팥병 환자가 대상이었던 만큼, 만성 콩팥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만성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케렌디아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3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케렌디아는 SGLT-2 억제제와 상관없이 모든 콩팥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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