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 분야, 오젬픽·케렌디아 주목
C형간염 치료제 앱클루사·보세비도 소화기 영역서 관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국내 시판됐거나 허가사항이 변경돼 신규로 지정된 신약 총 30개 품목 목록을 공개했다.

신규 허가 품목을 보면 지난해 총 28개 품목이 신약으로 국내에 허가됐다. 이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은 11개에 달한다.

본지는 지난해 국내 허가된 글로벌 제약사 신약 임상연구 성적과 시장 가능성을 분석했다.

2022년 식약처로부터 새롭게 허가된 신약 중 내분비, 소화기, 감염 분야 신약은 총 6품목이다.

내분비 분야에서는 노보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바이엘 당뇨병성 만성신장질환 치료제 케렌디아(피레네론)가 이름을 올렸다.

소화기 분야에서는 길리어드 C형간염 치료제 앱클루사(벨파타스비르/소포스부비르)와 보세비(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복실라프레비르), 에자이 류마티스관절염·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지셀레카(필고티닙)이 허가됐다.

이와 함께 HIV 치료제 GSK 보카브리아(카보테그라비르)도 감염 분야 신약으로 국내 허가됐다.

해당 제품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였다.

① 항암제
② 소화기·내분비

 

GLP-1 제제 유일한 심혈관사건 감소 적응증 '오젬픽'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노보노디스크의 GLP-1 유사체 계열 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허가신청을 승인했다.

오젬픽은 2형 당뇨병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성인에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보조제로 단독 또는 다른 항당뇨병제와 병용투여할 수 있다.

특히 오젬픽은 2형 당뇨병과 확증된 심혈관계질환 성인 환자에서 심혈관계질환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계사건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여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보유한 유일한 GLP-1 제제로 이름을 올렸다.

허가 기반은 임상3상 SUSTAIN 1~7, 9 연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젬픽은 위약,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인슐린, 타 GLP-1 제제와 비교해 우월한 혈당 강하 효과와 체중 조절이 확인됐다. 특히 위약과 비교에서는 심혈관 안전성 프로파일도 보였다.

메트포르민 단독 또는 메트포르민+티아졸리네디온 병용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 12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USTAIN 2 연구에서는 투여 56주차 당화혈색소 수치 변화는 오젬픽 0.5mg 투여군 -1.3%, 1mg 투여군 -1.6%, 시타글립틴 투여군 -0.5%로 집계됐다.

메트포르민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 12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USTAIN 7 연구에서는 투여 40주차 당화혈색소 수치가 둘라글루타이드 투여군이 1.1% 감소했지만, 오젬픽 0.5mg 투여군은 1.5% 줄어 우월한 혈당강하 효과를 보였다.

특히 심혈관계질환을 갖고 있거나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3279명의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SUSTAIN 6 연구에서는 104주 추적관찰한 결과, 오젬픽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주요 심혈관계사건(MACE) 발생 위험을 26%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오젬픽은 국내 출시를 통해 2형 당뇨병 환자는 물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의 치료옵션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2형 당뇨병 동반 신장약 등장 '케렌디아'

5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2형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신장질환 치료제가 등장했다. 바이엘 케렌디아가 주인공이다.

케렌디아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비스테로이드성 선택적 길항제다. 2형 당뇨병 동반 성인 만성신장질환 환자에서 염증과 섬유화를 표적하는 새로운 기전이다.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과활성화는 염증과 섬유화를 유발할 수 있는데, 염증과 섬유화는 신장에 영구적 손상을 가져온다. 케렌디아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과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염증과 섬유화를 줄이고 신장 손상을 억제한다.

이 같은 기전을 바탕으로 케렌디아는 국내에서 2형 당뇨병이 있는 만성신장질환 성인 환자에서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의 지속적인 감소, 말기 신장병 도달,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 감소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됐다.

허가 기반은 2형 당뇨병을 동반한 성인 만성 신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케렌디아와 위약을 비교평가한 임상3상 FIDELIO-DKD 연구다.

연구 결과, 케렌디아는 1차 복합 목표점인 말기신장병, eGFR 40% 이상 감소, 신장 원인으로 인한 사망을 위약 대비 약 18%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또 주요 2차 목표점인 심혈관계 원인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도 약 14% 줄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말기 신장질환 유병률이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케렌디아는 신장 염증과 섬유화에 직접 관여하는 새로운 기전을 바탕으로 2형 당뇨병 동반 만성신장질환 환자 치료제로 영역을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C형간염 끝판왕 '앱클루사·보세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에서 C형간염 박멸을 선언한 가운데 이를 치료하기 위한 끝판왕도 등장했다.

작년 2월과 3월 길리어드 C형간염 치료제 앱클루사와 보세비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허가를 신청한지 1년 만이다.

앱클루사는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로, 소발디(소포스부비르)와 NS5A 억제제 계열 벨파타스비르 고정용량 복합제다.

앱클루사는 유전자 1~6형 만성 C형간염 성인 및 만 12세 이상이고 체중 30kg 이상 소아 환자에 처방 가능하다. 특히 간경변이 있는 환자는 앱클루사와 리바비린을 병용투여한다.

앱클루사는 아시아인 대상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LANCET에 실린 임상3상 결과에 따르면 앱클루사는 아시아인 C형간염 환자 97%에게서 12주 지속 바이러스반응(SVR12)을 보이며 1차 목표점을 달성했다.

다만, 앱클루사는 국내 시장에 먼저 진입한 애브비 마비렛(클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과 같은 적응증인 만큼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마비렛은 현재 국내에서 시장 1위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품목으로, 치료기간은 8주로 앱클루사 대비 짧다.

길리어드는 앱클루사에 이어 C형간염 치료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재치료 옵션도 도입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3월 NS5A 억제제 포함 치료요법 경험이 있는 1~6형 또는 NS5A 없이 소포스부비르 포함 치료경험이 있는 1a, 3형 성인 만성 C형간염 환자 치료제로 보세비를 허가했다.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된지 5년 만이다.

보세비는 임상3상 POLARIS-1, POLARIS-4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POLARIS-1 연구에서 12주 바이러스 지속 반응률(SVR12) 도달률은 96%, POLARIS-4 연구에서는 90%로 집계됐다.

두 연구 모두에서 흔한 이상반응으로 두통, 피로, 설사, 메스꺼움이 발생했고, 활성 치료군에서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1% 미만이었다.

보세비는 그동안 다클린자+순베프라 요법에 실패한 환자를 포함해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 치료 실패 환자를 위한 재치료 옵션으로 국내서 활약할 전망이다.

 

JAK 억제제 악재 속 허가 '지셀레카'

화이자 젤잔즈(토파시티닙)로부터 시작된 야누스 키나제(JAK) 억제제 계열 약물의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JAK 억제제 신약 에자이 지셀레카도 식약처로부터 허가됐다. 지셀레카는 JAK1에 의존하는 염증사이토카인의 신호전달 조절을 통해 JAK1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지셀레카는 하나 이상의 항류마티스제제(DMARDs)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중등증~중증 활동성 류마티스관절염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제, 면역억제제 또는 생물학적제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소실된 또는 내약성이 없는 중등증~중증 활성 궤양성대장염 치료제로 허가됐다.

류마티스관절염 적응증 허가 기반은 임상3상 FINCH와 임상2상 DARWIN 연구다.

두 연구는 DMARDs를 포함한 치료를 처음 접하는 환자와 표준치료에 부적절한 반응을 보인 환자 등 총 3500명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1일 1회 지셀레카를 투여받은 환자의 병증 징후 및 증상이 개선됐다. 또 질병활동이 감소하고 관절의 구조적 손상도 덜 진행됐다.

궤양성대장염 적응증은 임상2b/3상 SELECTION 연구가 기반이 됐다.

연구 결과, 치료 10주차 지셀레카 200mg 투여군은 두 개의 유도연구에서 위약군보다 임상적 관해 비율이 높았다.

첫 유도연구에서 지셀레카의 임상적 관해율이 26.1%, 두 번째 유도연구에서는 11.5%로 집계됐다.

이후 진행된 유지연구에서도 지셀레카 200mg 투여군의 37.2%가 임상적 관해에 도달했다.

다만, 65세 이상 환자,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 악성 종양 위험이 있는 환자는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에 한정해 사용하도록 한 만큼 시장에 선진입한 기존 JAK 억제제가 겪는 고초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두달에 1회만 주사하는 HIV 치료제 '보카브리아'

GSK HIV 치료제 보카브리아도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바이러스학적으로 억제돼 있고 치료 실패 이력이 없으며 의심되는 내성이 없는 HIV-1 감염 성인 환자 치료가 적응증이다.

보카브리아는 레캄비스(릴피비린)와 병용요법으로 1개월 주기의 개시요법 이후 1~2개월 주기의 유지요법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기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이 매일 경구제를 복용하는 방식이었다면, 보카브리아는 1~2개월 간격 주사 투여만으로 HIV 감염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보카브리아와 레캄비스 병용요법은 임상3상 FLAIR, ATLAS 연구가 기반이 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보카브리아의 장점은 장기지속형 주사요법으로, HIV-1 감염 환자의 부적절한 순응도, 기밀유지 문제, 정서적 부담 등 미충족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같은 장기지속 주사요법이 실제 환자들에게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HIV 감염 환자는 기존 경구제 처방을 위해 3개월마다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1~2개월 간격 주사요법을 위해서는 되레 의료기관을 찾는 횟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1년 동안 매일 경구제를 복용하는 방법과 연 6~12회 주사치료를 받는 방법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