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염증과 섬유화 막는 기전 관심 ...신장내과, 처방옵션 증가 기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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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신장질환(CKD)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물 옵션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신장내과 의사들은 제2형 당뇨병이 있는 CKD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물이 제한적이어서 안타까움을 토로해 왔다. 

그런데 최근 바이엘 케렌디아(성분명 피네레논)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후 국내에서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정부와 바이엘이 약가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내과 의사들은 직구와 변화구밖에 없던 투수에게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생긴 격이라며 한껏 기대에 들뜬 모습이다. 

케렌디아 등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

제2형 당뇨병에서 신장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은 혈역학적 변화와 대사적 이상, 염증 및 섬유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혈역학적 요인과 대사적 요인을 표적하는 치료제밖에 없다는 점이다.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ARB),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 등이 여기에 속하는 약물이다. 

케렌디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랜만에 출시되는 신약이라는 점도 있지만, 기존 ARB와 ACE 억제제와 전혀 다른 기전을 갖고 있어서다. 

케렌디아는 최초의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비스테로이드성 선택적 길항제로, 신장 및 심장에서 생기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과활성화를 억제해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막는다.

FIDELIO-DKD, FIGARO-DKD, FIDELITY 연구 등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해 임상 근거가 탄탄하다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FIDELIO-DKD 연구에서 1차 복합 평가 변수인 말기신부전, 추정 사구체여과율의 40% 이상 지속적 감소, 신장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약 18%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실력을 보였다. 

또 심장과 관련된 아웃컴을 목표로 한 FIGARO-DKD 연구에서는 1차 복합 평가 변수인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발생 위험을 대조군 대비 13%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특히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위약 대비 29%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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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DELIO-DKD 연구와 FIGARO-DKD 연구를 통합 분석한 FIDELITY 연구에서는 심혈관계 복합 평가변수의 발생 위험이 대조군 대비 14% 낮았고, 신장 관련 복합 평가변수는 23% 적었다. 

케렌디아 국내 임상에 참여한 한림대 성심병원 김성균 교수(신장내과,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는 신장내과 의사는 물론 당뇨병을 치료하는 내분비내과 의사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케렌디아 임상시험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48개 국가에서 참여했다”며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모두 표준치료를 받은 상태임에도 신장 및 심장 관련 아웃컴이 좋게 나온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FDA 승인도 빠르게 났고, 미국당뇨병학회(ADA)도 심혈관 사건 또는 만성 신장질환 진행 위험이 증가하거나 SGLT-2 억제제 복용이 어려운 CKD 환자에서 케렌디아를 적극적으로 처방하도록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진료 가이드라인도 개정 준비   

당뇨병성 CKD와 말기신장질환(end stage renal disease, ESRD) 치료에 케렌디아를 권고하는 등의 가이드라인 변화는 국내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에 당뇨병성 CKD 세션은 신장학회가 담당했다.

그런데 최근 대한신장학회는 독자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ESR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가 당뇨병으로 인한 ESRD 발생 1위 국가라는 결과가 공개됐다. 

또 국내에서도 위험 신호가 켜졌는데, 올해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지난해 기준 ESRD 신규 환자는 1만 1480명으로 2012년(5212명)보다 120.3%(6268명) 증가했다. 

이처럼 CKD, ESRD 환자가 급증하면서 신장학회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학회 자체적으로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CKD의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정부,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등과 다각적인 토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CKD와 ESRD 환자가 갑자기 증가하면서 신장학회가 긴장하고 있고, 정확한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023년 학술대회에서 제2형 당뇨병 동반 CKD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가 자체적으로 당뇨병성 CKD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케렌디아 등 새로운 치료제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도 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내년 중순 정도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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