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서 '국민 콩팥 건강 개선안 2033' 발표
정부 "만성질환 대통합 시대...질환별로 묶어야"

대한신장학회 김성균 총무이사(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는 27~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한신장학회 학술대회에서 국민 콩팥 건강 개선안 2033을 발표했다.
대한신장학회 김성균 총무이사(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는 27~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한신장학회 학술대회에서 국민 콩팥 건강 개선안 2033을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여전히 부진한 재택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27~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신장학회 연례학술회(KSN 2023)에서 학회는 국민 콩팥 건강 개선안 2033(KHP 2033)을 발표했다.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적극적으로 예방 및 치료하고, 주요 원인질환인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콩팥병 발생률 감소와 재택복막투석 비율 증가를 통해 투석 및 만성콩팥병 치료의 사회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환자중심 치료의 질을 높이는 취지다.

학회 김성균 총무이사(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는 "적극적으로 콩팥병 환자를 감소시키고 국민콩팥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재택복막투석, 혈액투석 대비 큰 이점에도 아직도 '부진'
미국, 인센티브 지급...재택복막투석 비율 15% 증가

대한신장학회 KORDS 위원회가 온라인 등록 프로그램을 통해 1986~2022년 투석센터 및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말기 콩팥병 환자는 2022년 1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10년 동안 2배 증가한 수치로, 특히 고령 투석 환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65세 이상 환자 비율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도 문제다. 

싱가포르 Tan Tock Seng 병원 Adrian Liew 교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세계질병부담연구 결과, 1990~2017년 사이 120만명이 만성콩팥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만성콩팥병으로 전 세계 모든 연령의 사망률이 41.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Adrian Liew 교수는 "투석 환자는 높은 질병 부담, 기대 수명 단축 등을 보이는 만큼 투석 결과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재택복막투석은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혈액투석보다 비용이 적게 투입되는 만큼 재정적 부담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재택복막투석의 이점은 분명하다. 재택복막투석은 직장, 학업 등 사회생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하고 병원 방문 횟수가 낮아 경제활동에 유리하다.

아울러 재택복막투석은 혈액투석에 비해 잔여 신장기능이 오랫동안 유지돼 지속적으로 요독과 수분 제거가 가능하다. 게다가 사망률과 신장 기능 등 이식 후 치료 결과에서도 혈액투석 대비 긍정적 연구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재택복막투석은 혈액투석에 비해 1인당 연간 의료비용을 1.36배 낮췄고, 환자 사망률, 사회경제적 부담, 의료비용 등을 감소하는 효과도 보였다.

Adrian Liew 교수는 "이같은 재택복막투석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재택복막투석 비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재택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해 정책과 규정에 기반한 인센티브 촉진과 환자중심 치료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재택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해 미국 국민을 위한 신장건강증진(AAKHI)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말기 콩팥병 환자 25% 감소, 이식 가능한 콩팥 수 2배 확대, 2025년까지 신규 환자 80%는 재택복막투석 및 이식 보장 등을 미션으로 설정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만성콩팥병 신환자 80%에게 재택복막투석 및 이식 보장을 위한 보험정책이 시행 중이다.

이에 50개 주 중 무작위로 30% 지역을 선정, 95개 병원 위탁 지역에 속한 모든 외래시설 및 신장 전문의가 의무적으로 참가하도록 했다.

재택복막투석을 할 때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과거 대비 신장이식과 재택투석 비율이 증가 또는 감산 시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각각 가산 또는 감산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인센티브 첫 지급 연도를 분석한 결과, 재택복막투석 비율은 15%로 증가했고 말기콩팥병 환자 중 복막투석을 시작한 환자는 12.7%로 집계됐다.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등록된 비율은 19% 늘었다.

 

한국도 위험 수준...대한신장학회 'KHP 2033' 추진
재택복막투석 활성화 위한 방안은 '만성질환 정책 통합'

대한신장학회도 나섰다. 이날 학회에서 학회 김성균 총무이사(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는 '국민 콩팥 건강 개선안 2033(KHP 2033)'을 발표했다.

학회는 KHP 2033에서 2033년까지 예상 만성콩팥병 환자 10% 감소, 당뇨병성 말기콩팥병 환자 비율 10% 감소, 말기콩팥병 환자 재택치료(복막투석+이식) 33% 증가를 미션으로 삼았다.

학회가 이처럼 나선 데는 한국도 말기콩팥병 환자의 급격한 증가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학회 등록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9명 당 1명으로, 약 46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진단 및 진료를 받은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2021년 기준 약 27만 7000명으로 5년 동안 46% 급증했다.

이 같은 말기콩팥병 환자 증가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신장데이터시스템(USRDS) 2022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20년 국내 말기콩팥병 환자 발생은 연평균 인구 100만명 당 18.8명으로, 태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로 인해 2021년 투석을 받는 말기콩팥병 환자는 10만명이 넘어섰고, 연간 3조원의 의료비가 치료에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다.

말기콩팥병의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신장이식이다. 그러나 부족한 공여자 수로 대다수의 환자가 투석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복막투석, 혈액투석 등 투석 방법 선택은 환자의 의학적, 사회경제적, 개인적 상황에 따라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말기콩팥병 환자 중 78%가 재택복막투석을 고려할 수 있는 환자군이지만, 재택복막투석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체 투석환자의 94.6%는 혈액투석을 선택하고 있다.

재택복막투석을 받는 환자 비율은 2006년 31.1%에서 5.4%로 감소했다.

물론 정부와 학회도 재택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해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재택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한 의료환경 조성과 정책적 지원 필요성 여전하다.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개별 질환별로 목소리를 낼 게 아니라 만성질환 전체적인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김한숙 과장은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고령화를 겪고 있고, 메르스와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면서 만성질환 유병률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개별 질환별로 각자의 목소리를 낼 게 아니라 예방관리 등 만성질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만성콩팥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또 건강보험재정 지출 감소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KHP2033 역시 다른 질병 정책과 동일하다. 건강보험 제도를 검토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도 같이 논의한다면 좋은 대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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