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청과의사회, 29일 의협회관서 대국민 작별 기자회견 개최
향후 다른 진료 과목 공부할 수 있는 ‘트레이닝 교육 센터’ 조성 예정
“어린이청 신설 시급한데 복지부 응답 없어, 희망 없다 판단”

소청과의사회는 임현택 회장을 필두로 29일 의협회관에서 소청과 폐과 및 대국민 작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청과의사회는 임현택 회장을 필두로 29일 의협회관에서 소청과 폐과 및 대국민 작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폐과를 선언했다. 현재 시행되는 정책으로는 아이들 진료를 이어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향후 노키즈존에 해당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 교육 센터를 조성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원의 90%가 폐과에 동조하는 만큼 센터 구축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임현택 회장을 필두로 29일 의협회관에서 소청과 폐과 및 대국민 작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문재인 케어를 실시하는 동안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8%가 줄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소청과를 지탱하던 예방 접종이 정치인들의 마구잡이 선심 정책으로 인해 100% 국가 산업으로 저가에 편입되면서 지난 5년간 소청과 병원 662개가 폐업했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소청과 의사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일부 보호자들은 중이염이 있는지 보려는 의사에게 과실 치상으로 형사 고소를 하고 있다”며 “저는 그동안 수도 없이 소청과 전문의들 면회를 갔고, 그분들을 위해 법률 지원을 했고, 의사들을 이렇게 대우하면 결국 과가 없어질 것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소아 진료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관련 부처의 신속한 지원을 요청했던 일을 언급하며, 이는 어느 대통령도 하지 않았던 귀하고 통찰력있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막상 정책을 실시하는 보건복지부가 소청과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빈 껍데기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며, 이는 복지부가 대통령을 버젓이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감정이 북받치는지 몇 번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어 “복지부와 질병청,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대책들만 양상하고 있고, 소청과 의사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의견 일치를 본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임 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상당수 소청과 의사는 이미 기존 병원을 폐과하고 통증이나 피부·미용 클리닉, 일반 의원 등을 개원해 진료하는 실정이다.

소청과의사회에서 추진하는 트레이닝 교육 센터는 소청과 의사들이 다른 분야에서 자리를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임 회장은 “소청과의사회 회원이 5000명인데 이 중 활성화된 인원이 3500명”이라며 “이들 가운데 90%가 동조하고 있다. 못해도 절반 정도는 (계획에)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폐과 후 일반 의원 개업하는 소청과 의사들
어린이청 신설 시급 강조

소청과 의사들이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한 것은 정책 골든타임을 이미 지나쳤다는 판단에서다.

임 회장은 “10년간 보건복지부, 질병청, 기획재정부와 대화했다. 제가 참여한 회의도 100번이 넘는다. 그러면 (정부 측에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연구 사업으로 하자고 한다. 나중에 사업을 시행하려고 하면 제 말에 동조했던 담당자들이 전부 바뀌어있다”며 “다행히 복지부·질병청과 얘기된다고 해도 기재부에서 막힌다. 계속 이러니 더 이상은 저희가 손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현재 복지부에서 시행 예정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와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와 달빛어린이병원 확충 등을 비판했다.

해당 지원책들이 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와 상급병원 탈락 등 채찍에 무게를 두고 있고, 특히 소아암 병원은 전문의와 전공의 개인에 대한 보상과 민·형사 면책이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내용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어린이 전담 기구를 설립해 지방 정부와 협업하고, 지역마다 다른 대책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이러한 설계는 공무원 머리에서 나올 수 없다. 현장에 있는 의사들 말을 들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으니 자꾸 엉터리 대책만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청과 전문의지만 진료 시간의 30%는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 만성질환에 쓰고 있다는 정승희 회원은 “저출산으로 인해 환자가 줄은 것도 있지만, 의사들이 정당한 수가조차 받지 못해 소청과가 어려워진 것”이라며 “말을 안해서 그렇지 주변 소청과 전문의들이 폐과 후 일반 의원으로 많이 바꾼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의사들이 아무리 얘기해도 통일된 전담 부서가 없으니 계속 (정책에) 끌려다니는 상황”이라며 임 회장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청 신설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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