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의사회, 노키즈 진료과목 트레이닝 센터 조성…신청자 700명
현직 의사들 “현재도 소청과 대부분 성인 진료 같이 해”
과목 이동 성공 사례 늘어나면 의사들 움직임 더 많아질듯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폐과를 선언, 다른 진료과목으로의 대이동을 예고했다.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폐과를 선언, 다른 진료과목으로의 대이동을 예고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진료과목 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700명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청과 현직 의사들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예고됐던 분위기”라며 병원들이 소청과 간판을 떼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토로했다.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폐과를 선언, 다른 진료과목으로의 대이동을 예고했다. 저수가와 저출산으로 직원들 월급조차 주기 어려울만큼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5년간 소청과 병원 662개가 폐업했다”며 “법원은 소청과 의사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일부 보호자들은 의사에게 과실 치상으로 형사 고소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의사회에서 조성하는 트레이닝 센터는 피부 미용이나 하지정맥류, 만성질환 등 노키즈존에 해당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시설이다.

신청자는 19일 기준 700명에 달한다. 너무 많으면 교육이 불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의사회는 800명 선에서 모집을 마감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대이동이 소청과 개원의들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개원의 A씨는 “소청과 60~70%는 이미 성인 진료를 함께 하고 있다”며 “간판을 바꾸느냐 안 바꾸느냐는 요식 행위다. 이미 내과 패턴으로 바뀐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개원의 B씨 역시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윤리적 명분으로 운영하기에는 어려운 게 소청과”라며 “다른 진료과목으로 옮기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굳이 왜 소청과에 있으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소청과는 아이들을 진료하는 특성 상 다른 과목보다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다. 수가는 낮은데 지출만 높은 셈이다. 예전에는 희생 정신으로 감당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선을 넘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나이 많은 의사들만 과목 이동이 어려울 뿐, 젊은 의사들은 옮길 수 있다면 옮길 것”이라고 말했으며, B씨 역시 “주변에서 과목 이동에 자리잡은 사례가 하나둘씩 생겨나면 옮기지 않던 의사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시간 문제다”라고 말했다.

개원의 C씨도 “제도적으로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안 돌아올 것”이라며 “의사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국가 시스템으로 인해 벌어진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로써 남은 건 정부의 역할뿐이다. 남아있는 의사들을 붙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싸움이 아닌 경청과 수용의 태도라고 의료계는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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