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CET에 임상2b/3상 연구 결과 공개...필고티닙 200mg군, 임상적 관해 도달률↑
국내외서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시장 경쟁...JAK 억제제 'CV 위험성' 한계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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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앞서 최종 보완 요구를 받고 개발을 중단했던 길리어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필고티닙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야누스 키나아제(Janus Kinase, JAK) 억제제 필고티닙은 앞서 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수염, 포도막염에 대한 임상연구를 중단하고 염증성 장질환으로 개발 방향을 돌린 바 있다.

최근 LANCET에는 런던 LHSC(London Health Sciences CentreBrian) G Feagan 박사 연구팀이 진행한 필고티닙의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유지요법으로서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2b/3상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필고티닙은 이번 임상에서 위약보다 임상적 관해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개발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임상2b/3상 연구는 2개의 유도연구와 1개의 유지연구가 포함됐다. 연구에는 40개 국가 341개 센터에서 최소 6개월 동안 중등도~중증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을 가진 18~75세 환자 2040명이 모집됐다.

우선 첫 유도연구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또는 면역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고 종양괴사인자(TNF) 길항제, 베돌리주맙 등 생물학적제제에 순응하는 환자 659명이 포함됐다. 

두 번째 유도연구에는 TNF 길항제, 생물학적제제에 불내성을 보이며, 스크리닝 전 8주 이내에 TNF 길항제 또는 베돌리주맙을 사용한적 없지만 생물학적제제 경험이 있는 환자 689명이 분류됐다. 

환자들은 각각 필고티닙 100mg 투여군, 200mg 투여군, 위약에 2:2:1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 결과, 치료 10주차 필고티닙 200mg 투여군은 두 유도연구에서 위약군보다 임상적 관해 비율이 높았다.

자세히 보면 첫 유도연구에서 필고티닙 200mg 투여군의 임상적 관해율은 26.1%로 필고티닙 100mg 투여군(15.3%), 위약군(10.8%) 보다 높았다(95% CI 2.1-19.5; P=0.0157).

두 번째 유도연구에서도 필고티닙 200mg 투여군은 다른 군에 비해 임상적 관해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컸다(11.5% vs 4.2% vs 7.2%; 95% CI 1.6-12.8; p=0.0103).

치료 10주차 이상반응도 필고티닙 200mg 투여군(4.3%)은 100mg 투여군(5.0%), 위약군(4.7%)과 유사했다. 

이어 연구팀은 유지연구를 위해 필고티닙으로 임상적 관해 또는 Mayo Clinic Score 반응을 달성한 참가자를 선별, 다시 무작위 배정했다. 필고티닙 유도요법을 받은 환자군은 계속 필고티닙을 투여 받았고, 위약군은 그대로 위약군에 재배정돼 첫 10주간 위약을 투여받았다.

유지연구 결과, 치료 58주차에 필고티닙 20mg 투여군 37.2%는 임상적 관해를 달성했다. 이는 위약군 11.2%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95% CI 16.0-35.9; p<0.0001).

특히 유도연구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필고티닙 100mg 투여군의 경우 유지연구에서는 23.8%의 임상적 관해를 달성하면서 위약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95% CI 0.0-2.07; p=0.0420).

연구팀은 "필고티닙 200mg는 내약성이 우수했고 중등도~중증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임상적 관해를 유도하고 유지하는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필고티닙은 지난해 열린 아시아염증성장질환학회(AOCC)에서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낸 바 있어 신약 탄생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경희대병원 김효종 교수(염증성장질환센터장)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91명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1일 1회 필고티닙 200mg을 52주동안 투여하자 37.2%에서 임상적 관해에 도달했다. 반면 위약군은 11.2%에 불과했다.

당시 김 교수는 "필고티닙 등장으로 중등도~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치료제 선택 폭이 넓어져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K 억제제, 궤양성 대장염 분야 경쟁...CV 위험성은 한계

필고티닙이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의 부활 신호탄을 쏘면서 국내외에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시장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은 증상이 심할 경우 수술이 고려되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약물 치료를 근간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1차 치료에는 메살라진이 보편적이며 이후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으로 인해 지속적인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스테로이드 의존성 또는 스테로이드 불응성 환자는 아자치오프린 등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제제 투여 환자 중 최소 30%는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면역원성에 의한 약효 소실 등 한계가 있어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이 있었다.

이에 증상의 빠른 개선을 강점으로 내세운 젤잔즈(토파시티닙)가 주목 받았다.

젤잔즈는 OCTAVE(Oral Clinical Trials for tofAcitinib in ulceratiVE colitis) 글로벌 임상 프로그램과 OCTAVE Open 연구를 근거로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 대한 효과를 입증했다.

OCTAVE 글로벌 임상 프로그램은 중등도~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젤잔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OCTAVE induction 1, OCTAVE induction 2, OCTAVE sustain 임상3상 연구가 포함돼 있다. 

또 OCTAVE Open은 OCTAVE sustain 연구에서 치료를 완료했거나 실패한 환자 또는 OCTAVE induction 1 또는 2 연구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젤잔즈 효과를 시험한 장기 연장 임상 연구다.

OCTAVE Induction 1 또는 2 연구는 이전에 기존 치료제에 실패한 궤양성 대장염 환자 각 598명, 541명에게 젤잔즈 10mg을 1일 2회 투여하는 위약 대조 연구로, 치료 8주 시점 관해율은 두 연구 모두에서 위약군 대비 개선된 수치를 나타내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18.5% vs. 8.2%, P=0.007 / 16.6% vs. 3.6%, P<0.001). 

또 OCTAVE Induction 1 또는 2 연구에서 임상적 반응에 도달한 환자 593명을 대상으로 젤잔즈(5mg/10mg) 1일 2회 유지 요법을 평가한 OCTAVE Sustain 연구에선 젤잔즈 5mg, 10mg 투여군의 치료 52주 시점 관해율이 각 34.3%, 40.6%로 위약군 11.1% 대비 높았다(P<0.001). 이를 통해 젤잔즈는 국내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이후 시장에는 인터루킨(IL) 억제제, JAK 억제제, 인테그린 억제제 등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가 새롭게 등장했다.

우선 IL-12/23 억제제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는 한국에서 1종 이상의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저해제 또는 인테그린 억제제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 또는 이런 치료법이 금기인 중등도~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된다.

이는 스텔라라의 유도 및 유지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UNIFI 임상3상 연구가 기반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8주차에 스텔라라 최대 6mg/kg 투여군의 임상적 관해율은 15.5%로, 위약군(5.3%) 보다 유의하게 높았다(P<0.001).

유도 연구에서 임상적 반응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지 연구에서는 스텔라라 90mg을 12주마다 투여한 환자의 38.4%, 8주마다 투여한 환자의 43.8%는 투여 44주차에 임상적 관해에 도달했다. 이는 위약군(24.0%) 대비 유의하게 높은 수치다(P<0.001).

또 생물학적 제제 실패군에서 12주마다 투여한 환자의 22.9%, 8주마다 투여한 환자의 39.6%도 치료 44주차에 임상적 관해를 나타냈다.

인테그린 억제제 킨텔레스(베돌리주맙)도 국내에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1차 치료제 급여 적용된다. 

중등도~중증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아달리무맙과 효과를 직접 비교한 VARSITY 임상3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료 52주차 임상적 관해 비율은 킨텔레스군과 아달리무맙군 각각 31.3%, 22.5%로 나타나 킨텔레스가 우월함을 보였다(P=0.006). 

특히 스텔라라와 킨텔레스는 장 점막 치유 효과를 강조한다. 

스텔라라는 UNIFI 유도 연구에서 치료 8주차에 스텔라라 최대 6mg/kg 투여군의 18.4%가 직학적-내시경적 점막 개선을 보였고, 유지 연구 44주차에 스텔라라 90mg을 12주마다 투여한 환자군 38.8%, 8주 투여군의 45.9%도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VARSITY 연구에서 킨텔레스의 장 점막 치유 효과는 39.7%로 아달리무맙(27.7%) 대비 통계적으로 우월한 결과를 보였다(P<0.001).

궤양성 대장염의 새로운 치료제 등장도 예고되고 있다.

JAK 억제제 린버크(우파다시티닙)는 지난해 궤양성 대장염 임상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받았다. 

844명의 중등도~중증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린버크 45mg 투여군은 26%에서 임상적 관해(CR)를 달성했다. 반면 위약군은 5%에 불과했다.

아울러 이달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제포지아(오자니모드)를 궤양성대장염 치료제로 승인했다. 제포지아는 스핑고신1-인산(S1P) 수용체 조절제다. 

중등도~중증 궤양성대장염 환자 6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Ture North 임상3상 연구 결과, 제포지아는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임상적 관해를 보였다(18% vs 6%).

한편, JAK 억제제 계열 궤양성대장염 치료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FDA가 젤잔즈 고용량 제품의 심혈관 안전 문제에 류마티스관절염에 이어 궤양성대장염에서도 블랙박스 경고 추가를 지시한 바 있다. 같은 JAK 억제제 계열인 린버크와 필고티닙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국내와 미국에서는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젤잔즈 용량은 5mg과 10mg 두 가지 제형으로 허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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