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제제 CVOT 메타분석 결과, 오젬픽만 당뇨망막병증 위험↑
오젬픽 초기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로 망막병증 악화 추정
美 연구팀 "치료 전 면밀한 안과적 모니터링 필요…환자 상태 인지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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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노보노디스크의 피하주사형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항당뇨병제 오젬픽이 당뇨망막병증 위험을 높이는 유일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계열 약제로 지목됐다.

GLP-1 제제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를 메타분석한 결과, 유의한 당뇨망막병증 위험 증가는 오젬픽에서만 관찰됐고 다른 GLP-1 제제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젬픽의 당뇨망막병증 위험은 초기 강력한 혈당 강하에 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임상에서는 오젬픽 치료 시작 전과 이후 지속적인 눈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타분석 결과는 Diabetes & Metabolic Syndrome: Clinical Research & Reviews 1월호에 실렸다.

오젬픽 투약 시 당뇨망막병증 위험 1.73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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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젬픽의 당뇨망막병증 위험은 CVOT인 SUSTAIN-6에서 처음 제기됐다. 오젬픽 투약 시 당뇨망막병증 발생 위험이 위약 대비 1.76배 유의하게 높았던 것이다. 

이번 메타분석은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GLP-1 제제 계열에서 나타나는 문제인지 또는 혈당 강하와 연관됐는지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메타분석에 포함된 7건의 CVOT에는 총 5만 6004명의 당뇨병 환자가 모집됐다. 등록 당시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은 9~31%였다.

조사 결과, GLP-1 제제 투약에 따른 의미 있는 당뇨망막병증 위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RR 1.09; P=0.36). 반면 당뇨망막병증 위험은 오젬픽을 투약한 군에서만 1.73배 의미 있게 상승했다(RR 1.73; P=0.02).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위험은 GLP-1 제제 치료 시 유의하게 감소했다. 당화혈색소 강하는 MACE 위험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는 긍정적 결과가 확인됐지만(P=0.014), 당뇨망막병증 위험 증가와도 의미 있는 연관성이 나타났다(P=0.076).

이에 따라 이번 연구에서는 총 1만 1894명 당뇨병 환자가 등록된 세마글루타이드 관련 11개 연구에 대한 2차분석이 이뤄졌다. 6개 연구(5610명)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인 리벨서스, 5개 연구(6284명)는 오젬픽 관련 연구였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제 투약 시 새롭게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가능성은 1.218배 증가했다(RR 1.218; P=0.049).

당뇨망막병증 위험은 오젬픽 치료기간이 1년 이상이면 1.559배(RR 1.559; P=0.022), 당화혈색소가 1.0% 이상 감소하면 1.59배(RR 1.59; P=0.016) 커졌다. 반면 리벨서스는 이 같은 위험이 관찰되지 않았다.

아울러 GLP-1 제제 투약 시 한 명의 환자에게서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기 전까지 치료해야 할 환자 수(NNH)는 1000명, MACE 관련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최소 치료 환자 수(NNT)는 77명으로 분석됐다. 이와 비교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제는 각 77명과 43명으로,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GLP-1 제제 계열 내에서 높았다.

치료 초기 혈당 크게 감소해 망막병증 위험 증가 추정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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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젬픽 투약 후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상승한 원인은 오젬픽이 다른 GLP-1 제제보다 치료 초기에 당화혈색소를 강력하게 낮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치료 초기부터 혈당을 강력하게 조절하면 당뇨망막병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슐린 치료에 따른 합병증 예방 효과를 평가한 DCCT(Diabetes Control and Complication Trial) 연구에서 확인된다(Arch Ophthalmol 1998:116;874~886). 

미국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인슐린 집중치료를 받은 환자는 혈당이 크게 감소했지만 치료 초기에 당뇨망막병증이 악화됐다. 이는 세포 내 혈당이 높은 상태에서 혈액 내 포도당이 부족해지면 세포 안으로 포도당이 적게 이동하면서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세마글루타이드 관련 임상연구인 SUSTAIN 프로그램을 토대로 등록 당시 당뇨망막병증 동반 여부에 따라 하위분석한 결과, 초기에 혈당이 크게 감소한 환자군에서 당뇨망막병증 악화 소견이 보고됐다(Diabetes Obes Meta 2018;20:889~897).

고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는 "GLP-1 제제 중 오젬픽의 혈당 강하 효과가 가장 크다"며 "SUSTAIN-6에서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증가한 이유는 당화혈색소가 치료 초기에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GLP-1 제제 계열이 망막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는 논란이 있다"며 "다른 메커니즘이 개입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혈당 강하 효과에 비례해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젬픽의 초기 혈당 강하 효과로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강력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고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도 이 같은 우려가 동일하게 나타날지 관심이 모인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마운자로의 심혈관계 영향 연구 SURPASS-CVOT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마운자로의 SURPASS-CVOT에서도 오젬픽과 같은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마운자로의 혈당 강하 효과가 큰 만큼 비슷한 경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혈당 조절되면 망막병증 호전될 것"

오젬픽의 당뇨망막병증 위험에 따라 임상에서는 치료 결정 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눈검사를 진행하고 치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젬픽 제품 라벨에는 당뇨망막병증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투약 시 당뇨망막병증 진행을 모니터링하도록 명시됐다. 

김 교수는 "오젬픽, 마운자로 등 관련 임상연구에서는 환자 모집 시 망막병증을 확인하고 진행성 증식성 당뇨망막병증 환자를 배제했다"며 "실제 임상에서도 치료 결정 시 당뇨망막병증을 확인하고자 눈검사를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분석을 진행한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Stewart G. Albert 교수는 "당뇨망막병증 위험은 이미 망막병증이 있던 당뇨병 환자에게서 증가했다"며 "이 때문에 약물 치료 시작 시 면밀한 안과적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환자의 망막병증 상태를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 오젬픽 치료 이후 초기에 당뇨망막병증이 나타났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혈당 조절을 통해 이 같은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DCCT 연구에서 당뇨망막병증 악화는 치료 5~10년이 지나면서 개선됐고, 영국에서 진행된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경구용 GLP-1 제제를 복용한 환자군은 치료 시작 후 6개월~1년 동안 증가한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1년 이후에 감소했다(Diabetes Care 2018;41(11):2330~2338).

김 교수는 "오젬픽의 초기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가 망막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하기에, 이 같은 효과가 모두 영향을 미친 이후에는 망막이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혈당이 조절되면서 궁극적으로 당뇨망막병증이 호전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단, 진행성 증식성 당뇨망막병증 환자라면 오젬픽 치료 초기에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약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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