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마젠자·오르고빅스·젬테사 허가…최초 제출 서류만으로 승인
올해 1월 버큐보·카베누바·루프키니스 승인…'첫' 치료제 타이틀 획득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 2020년 승인문을 닫았고 2021년 문을 연 6가지 치료제가 각 질환 치료제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FDA 허가를 획득한 치료제 6가지에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작년 12월 승인받은 치료제 마젠자(성분명 마제툭시맙-cmkb), 오르고빅스(렐루골릭스), 젬테사(비베그론)는 '최초' 제출한 서류(first cycle)만으로 한 번에 승인받아 추가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은 치료제다. 특히 오르고빅스와 젬테사는 각 기전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았다.

올해 1월 FDA 승인 문턱을 넘은 버큐보(베리시구앗), 카베누바(카보테그라비어/릴피비린), 루프키니스(보클로스포린) 역시 각 기전에서 '최초'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FDA 승인 한 번에 통과한 '마젠자'·'오르고빅스'·'젬테사'

미국 매크로제닉스의 마젠자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단일클론항체다. 과거 항HER2 요법을 2회 이상 진행했고 이중 최소 1회 전이성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았던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제로,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도록 지난해 12월 16일 승인받았다.

이번 허가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가 모집된 무작위 오픈라벨 SOPHIA 임상3상을 근거로 이뤄졌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마젠자+항암화학요법군은 허셉틴(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군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24% 유의하게 낮았다. 무진행 생존기간(중앙값) 역시 각 5.9개월과 4.9개월로 마젠자군이 더 길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아 추가적인 치료옵션이 필요한 상황에서, 마젠자는 허셉틴과의 1:1 비교를 통해 승기를 잡으며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가장 최신의 치료옵션으로 부각됐다. 

▲오르고빅스(성분명 렐루골릭스).
▲오르고빅스(성분명 렐루골릭스).

스위스 마이오반트 사이언스의 오르고빅스는 진행성 전립선암의 경구용 안드로겐 차단요법(ADT)으로 지난해 12월 18일 허가받았다. 이 계열에서 처음 승인받은 유일한 먹는 치료제다. 

오르고빅스는 경구용 성선자극호르몬분비 억제제(GnRH antagonist)로,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한다.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을 줄일 수 있으며, 특히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내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에게 치료혜택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르고빅스의 HERO 임상3상 결과에 의하면, 치료 48주 동안 화학적 거세 유지율은 현재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하는 주사제인 류프롤리드군이 88.8%였지만 오르고빅스군은 96.7%로 더 높았다.

이 결과에 따라 오르고빅스는 진행성 전립선암 치료에 ADT의 새로운 표준요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단, 일각에서는 위장관 흡수장애가 없고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만 해당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국 유로반트 사이언스의 젬테사는 절박성 요실금과 빈뇨 증상이 있는 과활동성 방광증후군 치료제로 지난해 12월 23일 승인받았다. 용량 적정이 필요하지 않고 매일 1회 복용할 수 있는 최초의 베타3 아드레날린 작용제다. 방광 배뇨근을 이완시켜 방광이 더 많은 소변을 배출하도록 해 과활동성 방광 증상을 줄인다.

젬테사는 EMPOWUR 임상3상 결과를 근거로 FDA 승인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과활동성 방광증후군 환자 약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젬테사는 일일 절박성 요실금과 배뇨, 절박성 에피소드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줄였다. 

게다가 젬테사는 위약과 비교해 고혈압 위험을 높이지 않았고, CYP2D6에 의해 대사되는 약물 상호작용도 없었다. 이번 승인에 따라 과활동성 방광증후군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에게 강력한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초' 치료제 탄생 '버큐보'·'카베누바'·'루프키니스'

FDA는 미국 머크(MSD)와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만성 심부전 치료제 버큐보(베리시구앗)를 지난달 19일 승인했다. 산화질소(NO) 신호전달 경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용성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GC) 촉진제로, 해당 기전에서 FDA 승인을 받은 심부전 치료제는 최초다. 

버큐보는 VICTORIA 임상3상 결과를 토대로, 박출률 45% 미만인 증상이 있는 만성 심부전이며 심부전 증상으로 입원 또는 외래에서 이뇨제 정맥주사가 필요한 환자들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카베누바(카보테그라비어/릴피비린).
▲카베누바(카보테그라비어/릴피비린).

GSK의 HIV 전문기업인 비브헬스케어의 카베누바는 월 1회 투여만으로 HIV를 관리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지난달 21일 FDA 승인을 획득했다. 보카브리아(카보테그라비어)와 에듀란트(릴피비린)를 병용하는 것으로, 경구용 보카브리아도 같은 날 FDA 허가를 받았다.

카베누바는 안정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학적으로 상태가 억제된 환자들에게서 현재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보카브리아 또는 에듀란트에 내성이 있다고 확인 또는 의심되지 않으며 치료 실패력이 없는 환자들만 카베누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이에 FDA는 카베누바 투약 전 보카브리아와 에듀란트를 한 달 동안 복용하면서 약물의 내약성을 확인하도록 주문했다. 과거 보카브리아, 에듀란트에 과민반응을 경험했거나 바이러스가 억제되지 않은 환자(HIV-1 RNA>50copies/mL)에게는 카베누바를 투약하면 안 된다.

카베누바는 치료 시작 전 바이러스학적으로 억제된 상태(HIV-1 RNA<50copies/mL)인 HIV 감염 환자 11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 가지 무작위 오픈라벨 임상연구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현재 HIV 환자의 표준치료는 매일 치료제를 1회 복용하는 것이지만, 이번 승인에 따라 일부 환자는 한 달에 1회 치료제를 투약해 질환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오리니아 파마슈티컬스의 루프키니스는 칼시뉴린 저해제로, 경구용 루푸스신염 치료제로 승인된 최초의 먹는 약이다. 지난달 22일 허가받았다. 활성 루푸스신염 성인 환자 치료 시 면역억제제의 병용요법으로 적응증을 획득했다.

루프키니스는 루푸스신염 환자 357명이 참여한 AURORA 임상3상에서 위약 대비 2배가량 높은 완전 신장반응을 보고하며 FDA 허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소변 단백질/크레아티닌 비율(UPCR)이 유의하게 감소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루프키니스가 위약보다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도전을 이어간 루푸스신염 치료제들은 완만한 치료 효과와 높은 독성을 보여 그동안 치료옵션이 제한됐던 상황. 이 때문에 임상에서는 이번 승인으로 루푸스신염 환자를 위한 중요한 치료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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