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ity AD 임상3상, 1·2차 목표점 달성…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소견 확인
임상시험 오픈라벨 연장연구서 레카네맙 관련 사망자 2명 보고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 "레카네맙 FDA 허가 문제없을 것"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알츠하이머병 정복을 위해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레카네맙(lecanemab)이 효능에서는 유의한 결과를 얻었지만 안전성 문제가 감지돼 논란이 예상된다.

CLARITY AD 임상3상 결과,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레카네맙 투약 시 인지·기능 저하가 약간 줄었지만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ARIA)이 확인됐다. 게다가 레카네맙 투약 이후 사망한 환자 중 일부는 그 원인이 레카네맙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돼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CLARITY AD 임상3상 결과는 지난달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임상학회 연례학술대회(CTAD 2022)에서 공개됐고 NEJM 11월호를 통해 동시 발표됐다.

레카네맙군, 임상치매척도 점수 변화 적어…아밀로이드 축적 줄어

레카네맙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 약물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선발주자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개량된 형태다.

지난해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아두헬름은 20년 만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허가받아 주목받았지만 효능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 시장 퇴출 절차를 밟고 있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 근본적 치료 및 예방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아두헬름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기관 이중맹검 CLARITY AD 임상3상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또는 뇌척수액 검사에서 아밀로이드 축적 근거가 있는 50~90세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레카네맙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은 경도 인지기능장애 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치매로 정의했다. 평균 나이는 71세였고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4명 중 3명이 백인이었고 약 69%는 APOE4 대립유전자(allele)가 있었다. 

전체 환자군은 2주 간격으로 레카네맙 10mg/kg을 정맥투여한 군(레카네맙군, 898명)과 위약군(897명)에 무작위 배정돼 18개월 동안 치료받았다. 

1차 목표점은 등록 당시부터 18개월까지 임상치매척도(CDR-SB) 점수 변화로 정의했다. CDR-SB 점수 범위는 0~18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장애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CDR-SB 점수가 0.5~6점이라면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뜻하며, 등록 당시 평균 점수는 레카네맙군 3.17점, 위약군 3.22점이었다. 

주요 2차 목표점은 △PET에서 확인한 아밀로이드 침착 △알츠하이머병 인지평가척도 점수(ADAS-cog14) △알츠하이머병 종합점수(ADCOMS) △일상생활능력평가점수(ADCS-MCI-ADL) 등 변화로 설정했다. ADAS-cog14, ADCOMS은 점수가 높을수록, ADCS-MCI-ADL은 점수가 낮을수록 장애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등록 당시 대비 18개월째 보정한 CDR-SB 점수 최소 제곱 평균 변화를 조사한 결과, 레카네맙군은 1.21점, 위약군은 1.66점으로 확인됐다. 레카네맙군은 위약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0.45점 적게 변화했다(95% CI -0.67~-0.23; P<0.001).

주요 2차 목표점으로 698명 대상의 하위분석에서 뇌 아밀로이드 축적은 레카네맙군이 위약군보다 59.1센틸로이드(centiloids) 의미 있게 줄었다(95% CI -62.6~-55.6).

등록 당시 대비 18개월째 다른 평가지표도 레카네맙군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레카네맙군은 위약군보다 평균 △ADAS-cog14 점수 1.44점 △ADCOMS 점수 0.05점 등 유의하게 적었고, ADCS-MCI-ADL 점수는 2.0점 의미 있게 컸다(모두 P<0.001).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소견 발생률 12.6~17.3%

"장기간 연구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안전성 평가에서 레카네맙군의 주입 관련 반응은 26.4%에게서 나타났으나 위약군은 7.4%에 그쳤다. 

부종 또는 삼출(effusion)을 동반한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ARIA-E) 발생률은 레카네맙군이 12.6%였지만 위약군은 1.7%에 불과했다.

레카네맙군에서 ARIA-E는 일반적으로 치료 첫 3개월에 경미하거나 무증상으로 발생했고, 경미한 경우 치료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4개월 이내에 해결됐다. 

뇌 미세출혈, 뇌 거대출혈, 표면적 철침착증 등을 소견으로 한 ARIA-H 발생률은 17.3%, 위약군 9.0%로 조사됐다. ARIA-E와 ARIA-H는 두 가지 APOE4 대립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했다. ARIA로 인한 사망은 없었다.

단 이번 연구는 연구 기간이 짧고 중단율이 17.2%라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초기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레카네맙 효능 및 안전성을 판단하는 장기간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예일의대 Christopher van Dyck 교수는 "레카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18개월째 아밀로이드 마커를 줄이고 인지·기능 감소 진행을 지연시켰지만, 이상반응 발생과도 연관됐다"며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레카네맙 효능 및 안전성을 확인하는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은 "레카네맙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아두헬름보다 이상반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레카네맙 만큼 효과를 보인 약제가 없다는 점에서 FDA 정식 허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구 추적관찰 기간은 18개월로 레카네맙군의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약군과의 효과 차이가 벌어졌다"면서 "레카네맙 효과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2년 이상 추적관찰이 필요하며, 현재 이를 확인하려는 오픈라벨 연장연구가 진행 중이다.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항응고제·tPA 투약 환자 사망…레카네맙 인과관계 있나?

Clarity AD 임상3상에서 사망률은 레카네맙군 0.7%, 위약군 0.8%로 비슷하다. 이에 연구팀은 약물이 사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Science에는 오픈라벨 연장연구에서 레카네맙군 2명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보고서가 실려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1명은 경구용 항응고제인 엘리퀴스(아픽사반)을 복용 중인 심방세동 환자였고, 1명은 급성 뇌졸중으로 정맥내 혈전용해제(tPA)를 투약하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1명은 레카네맙과 연관된 심각한 뇌출혈로, 1명은 약물 관련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이는 레카네맙을 격주로 투약한 이후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약해지면서 뇌출혈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Clarity AD 임상3상 안전성 결과를 발표한 미국 신경외과 병원 BNI(Barrow Neurological Institute)의 Marwan Sabbagh 박사는 "레카네맙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렵고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람들은 일부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항응고제 투약 환자는 레카네맙 투약 여부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자이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사망자 2명은 동반질환과 항응고제 투약을 포함한 위험요인이 있었다며, 사용 가능한 안전성 정보를 토대로 레카네맙이 전체 또는 특정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 이사장은 "연구에 모집된 환자군이 고령이므로 사망 원인이 레카네맙인지 입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레카네맙이 사망 원인이라면, FDA 허가를 받더라도 광범위한 사용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고령은 부정맥 등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들은 항혈소판제로 약제를 바꾸거나 레카네맙 투약이 어려울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레카네맙 관련 이상반응으로 사망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만약 항응고제 복용 환자에게 레카네맙이 위험하다면, FDA 허가 시 적응증이 달라져 이들 환자를 피하도록 경고문이 부착될 것이다. 그러나 레카네맙의 FDA 허가는 문제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FDA는 가속승인 프로그램에 따라 레카네맙의 허가를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1월 6일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허가받는다면 두 번째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로 이름을 올린다.

레카네맙은 장기간 연장연구 외에도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대한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AHEAD 3-45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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