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2023 백신·치료제 지원 가이드북', 암·당뇨병 등 난치병 치료백신 유망
개발사, 만성·생활습관 질병 백신 개발 목표로 연구·투자 계획 수립 예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백신 개발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기술 발전에 따라 감염병에 이어 등장하게 될 질환 예방용·치료용 백신에 관심이 모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 백신·치료제 지원 가이드북'에 따르면, 백신산업은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성장, 고령화 등에 따라 백신산업의 고성장이 지속돼, 글로벌 백신 시장 규모는 2019년 228억달러(한화 약 29조 5900억원)에서 2028년 1035억달러(약 134조 343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향후 감염병 관련 미개발 백신에 더해 암·당뇨병 등 난치병 치료백신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백신 신 수요영역 선도기술을 개발하고자 올해 암, 중추신경계질환, 대사성 또는 면역성질환 등 백신을 포함한 미래성장 고부가가치 백신개발사업에 90억원(정부안)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8월 발간한 '글로벌 백신시장 현황 및 전망'에 의하면, 백신 개발사들은 고소득 국가에서 암·당뇨병 등 만성·생활습관 관련 질병 백신 개발을 목표로 연구·투자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감염병에 이어 암, 난치성질환, 만성질환 등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술 발전과 그동안 쌓인 연구를 발판 삼아 이들 질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목표에 묵묵히 다가가고 있다.

본지는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감염병 외 암,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비만 등 백신 개발 현황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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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백신 시장 성장 전망…'예방용 백신' 개발 활기

암 백신 시장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암치료용 백신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암 백신 시장 규모는 2020년 33억 4500만달러(약 4조 3420억원)에서 2027년 73억 300만달러(약 9조 4720억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암 치료용 백신은 면역항암제의 일종으로 암 병력이 있는 환자의 암 예방과 치료에 같이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암 예방용 백신은 암에 걸린 적 없는 건강한 사람에서 암 발생을 막는다.

암 치료를 위해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하는 백신 개발 연구는 오래전부터 이뤄졌다. 최근에는 치료용에 이어 암 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초기 종양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예방용 백신을 개발하는 임상시험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암 예방용 백신은 초기 종양세포를 공격하도록 면역체계를 자극하고자 암세포 단백질 또는 항원 조각을 전달하는 개념이다. 간염, 자궁경부암 등 바이러스로 유발되는 특정 암을 예방하는 백신은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암은 비바이러스성이라는 점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임상시험 중인 암 종류는 △유방암·난소암·전립선암 △삼중음성유방암 △췌장암 △결장암·자궁내막암 등이 대표적으로, 현재 개발 초기 단계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암 병력이 없거나 관해(remission) 상태인 BRCA1 또는 BRCA2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유방암·난소암·전립선암 등에 대한 예방용 백신 후보물질 INO-5401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INO-5401 단독 또는 INO-9012 병용투약 시 안전성과 백신 투여법을 조사한다. 

INO-5401은 hTERT, PMSA, WNT1을 표적항원으로 하는 DNA 백신이다. INO-9012에는 신체 면역체계 일부인 IL-12 유전자가 포함됐으며, 이를 INO-5401에 추가하면 백신에 대한 면역반응이 증가할 수 있다. 임상1상은 2025년 12월 종료될 예정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후 관해 상태인 재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알파락트알부민(α-lactalbumin)을 표적한 삼중음성유방암 예방용 백신 임상1상을 시행 중이다. 

알파락트알부민은 임신 후기와 모유 수유 중에만 생성되지만,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70% 이상에서 발견되는 유방세포 단백질이다. 연구에서는 백신 최대내약용량과 최소유해용량을 확인한다. 올해 9월 연구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은 유전적 돌연변이 또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돌연변이 KRAS 펩타이드를 포함한 백신의 안전성 및 면역반응을 평가하는 임상1상에 돌입했다. 2026년 5월 연구가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MD 앤더슨암센터 연구팀은 자궁내막암, 대장암 등 발생 위험이 높은 유전질환인 린치증후군 환자의 암 예방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2상을 지난해 시작했다. 암 병력이 없거나 관해 상태인 린치증후군 환자가 대상이다.

연구에서는 린치 종양에서 발견되는 190개 프레임이동(frameshift) 신생항원에 대한 DNA를 전달하도록 변형된 바이러스로 구성된 백신의 면역반응과 종양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2025년 7월 연구가 종료될 예정이다.

단, 암 예방용 백신 효능을 판단하고자 종양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 백신 승인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한계다. 이에 건강한 사람에게서 종양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대체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타아밀로이드·타우 표적 알츠하이머병 백신 개발 中

알츠하이머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대표적 난치질환이다. 고령화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막는 전략으로 주목받는 것이 백신이다.

알츠하이머병 백신은 질환을 확인하는 즉시 투약해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을 표적하는 알츠하이머병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축적된다. 알츠하이머병 백신은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하는 항체를 만들어 이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인체 면역체계를 훈련시킨다. 

베타아밀로이드 타깃 알츠하이머병 백신 후보물질은 ALZ-101, ABvac40, UB-311 등이 있다. 

스웨덴 알치노바AB사가 개발 중인 ALZ-101은 안전성과 내약성, 면역원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1b상이 핀란드에서 이뤄지고 있다. 뇌척수액(CSF) 바이오마커로 확인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26명 모집을 목표로 한다. 

전체 환자군을 ALZ-101 투약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하고 20주 동안 4회 근육주사해, 1차 목표점으로 백신 접종 이후 1년 동안 이상반응, 주사부위반응,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ARIA), 인지·기능 악화 등 발생을 조사한다. 연구는 올해 7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스페인 그리폴스사가 개발하는 ABvac40는 베타아밀로이드40(Aβ40) 펩타이드의 C-말단 부위를 표적하는 백신이다. 뇌의 베타아밀로이드40 농도가 높으면 노인반(senile plaques)이 발견되지만 인지기능이 정상인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근거로 개발되고 있다. 

임상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고, 이 같은 결과가 기억성 경도인지장애(a-MCI) 또는 아주 경한 알츠하이머병(vm-AD) 환자에게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백시니티사가 개발 중인 UB-311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지난해 5월 패스트트랙을 지정받은 베타아밀로이드 표적 백신이다.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대상 임상2a상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모든 인지 관련 목표점에서 인지저하가 줄었다. 개발사는 현재 임상2b상을 진행할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 

타우 단백질 표적 백신은 신경섬유다발(NFT) 형성 과정을 막도록 개발되고 있다. 타우 단백질은 과인산화로 NFT를 형성해 뉴런 기능을 교란시킨다. 

스위스 에이씨이뮨사가 개발하는 항타우 알츠하이머병 백신 ACI-35.030은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임상1b/2a상에서 다른 백신 후보물질인 단백접합백신 JACI-35.054보다 효과가 좋았고, 타우 단백질을 타깃하는 항체 생성 반응이 크고 지속적으로 유도됐다. 백신 관련 안전성 문제도 관찰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 백신이 개발돼 임상에 도입된다면, 가장 큰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 증상이 심해지기 전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관리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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