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필수의료와 의료인 확보 위한 대토론 개최
의대증원·공공의대보다 의약분업 당시 감축된 정원 회복 제안

대한병원협회는 30일 제13회 KHC에서 필수의료와 의료인 확보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병원협회는 30일 제13회 KHC에서 필수의료와 의료인 확보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12월 중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역 의료전달체계 구축과 공공정책수가 및 필수의료 분야 인력 지원 유도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병원협회는 29일, 30일 양일간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13회 KOREA HOSPITAL CONGRESS 2022를 개최했다.

30일 '필수의료와 의료인 확보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상일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 위원장, 정의철 진주 제일병원장, 박현미 고려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부교수, 보건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 과장이 참여했다.

정의철 병원장은 필수의료 관련해 당장 치료받지 못하면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진료영역으로 전문 진료과 구분이 없어야 한다며, 생명 유지 기여도 및 중증도에 따라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병원장은 "중증도에 따라 수가 수준을 결정하고,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필수의료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지방 중소병원에 의사들이 오지 않는 것은 유인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수가가 있지만, 중소병원은 관련 수가가 없어 전적으로 중소병원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일 위원장은 필수의료를 위한 인력 확충을 위해 근본적인 선제 조건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군력 향상을 예로 든 김 위원장은 공군력 향상을 위해 조종사를 확대한다고 공군력이 배가되지 않는다며, 전투기를 확대하고, 제반 인프라를 확충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의사인력만 늘린다고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으며,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중소병원은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지만 의료진들의 번아웃으로 인해 개원가로 이탈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소병원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현재 보건의료체계의 틀을 깨야 필수의료가 살 수 있으며, 정부가 의료계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이사장은 "필수의료는 반드시 강화해야 하지만, 필수의료에 지원할 의료인력들이 없는 상황이며, 정부는 의사들에게 사명감으로 버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의료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현재의 의료체계 틀을 깨야 필수의료 영역으로 의료인력들이 유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라벨 보장 및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법적 보호 필요

영국 출신으로 영국에서 외과의사를 한 박현미 부교수는 영국 상황과 한국의 실정을 비교하면서 한국의 필수의료가 살기 위한 3가지 선제 조건을 제시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3가지 조건은 의료 인력들이 투자한 만큼의 대가 및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워라벨이 보장되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은 필수의료에 투자한 만큼의 대가가 없으며, 필수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진의 워라벨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신이 아닌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좋지 않은 결과로 인해 법정으로 끌려다니는 것을 의사들은 두려워 한다. 법적 보호가 없으니 누가 필수의료에 지원하겠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은철 교수는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회색 코뿔소에 대한 정부의 보건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안일한 대처를 질타했다.

박 교수는 "회색 코뿔소가 되는 필수의료에 대한 대책을 시급하게 수립해야 한다"며 "우선, 응급과 심장질환, 뇌졸중을 막아야 한다"며 "지방에 대한 지역 가산을 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를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병원계 및 학계의 지적에 대해 복지부 차전경 과장은 12월 경 발표 예정인 필수의료 관련 대책의 줄기를 설명했다.

차 과장이 밝힌 필수의료 대책 줄기는 지역 내 전달체계 확립과 공공정책수가로 필수의료 투자를 통한 효율적 보상, 의료인력의 필수의료 지원 유도 등이다.

차전경 과장은 "필수의료는 시간적 민감성이 높은 질환과 공급이 부족한 분야를 위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필수의료 대책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올해 말 1번 발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의료계 및 병원계와 논의를 통해 필수의료 관련 대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수의료 대책은 지역 내에서 골든타임에 맞춰 지역 완결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역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첫번째 대책이 될 것"이라며 "다음으로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필수의료에 재원을 투자해 필수의료의 효율화할 수 있도록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의료인력를 필수의료 분야로 유도하고, 새로운 인력들이 필수의료에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조건 의대 신설은 바람직하지 않아"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의견들도 제시됐다.

패널들은 공공의대 및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기존 소규모 의대의 정원을 확대하고,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된 정원을 원상회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 입학정원 10%을 감축한 이후, 20년이 지났다며, 지난 20년 동안 의료총량은 10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의사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 이사장은 "서남의대 사례를 보듯 무조건 의대를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 의대를 활용해 그동안 감축된 의대 정원 10%를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철 교수는 의대정원 50명 규모의 소규모 의대가 전국 의대 40개 중 17개에 달한다며, 소규모 의대를 다시 신설해 50명을 더 늘린다고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351명의 감축된 의대 정원을 지역과 의대 규모에 따라 증원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의 소규모 의대는 정원을 2배 늘리고, 수도권 소규모 의대는 10%, 지방 대규모 의대 10%, 수도권 대규모 의대 5% 수준으로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일 위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기 앞서 선결과제인 의사의 진료량 감소와 적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공의대 및 의대신설은 정치권과 지자체가 결탁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정치권 및 지자체의 결탁에 따른 공공의대 및 의대신설은 오히려 필수의료 개선을 방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의 진료량를 줄이는 대신 보상은 그대로 유지해 의사인력들의 워라벨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또, 필수의료 진료과목 수가 인상 이외 중증응급의료를 수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전경 과장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지난 2020년 정부와 의협 간 체결한 9.4 의정합의에 따라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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