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 24일 개최
홍석경 책임연구원, 응급수술전담팀 제도 효과 평가 결과 발표
"인프라 부족·지역 불균형 고려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구축해야"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재무이사인 홍석경 정책연구 책임연구자는 24일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에서 국내외 응급수술전담(ACS)팀 효과 및 국내 외과응급의료체계 현황파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상황을 고려한 응급수술전담(acute care surgery, ACS)팀을 도입해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과응급질환은 최종 치료인 응급수술을 적시에 받아야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응급의료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 응급의료체계는 응급실 내 의료·장비·시설에 투자했다면, 앞으로는 외과응급의료체계를 갖추도록 응급수술 의료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는 24일 코엑스에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를 개최했다.

수가 없이 ACS팀 도입한 국내 병원, 예후 유의하게 개선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부회장(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그동안 정부 지원과 의료계 노력으로 국내 응급의료체계는 응급 상황 발생 이후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과정과 응급실 중심으로 발전했다"며 "그러나 응급 환자 치료가 결실을 보려면 응급실 도착 이후 단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등한시돼왔다"고 설명했다.

서양에서는 외과응급수술 시급성에 따라 응급수술, 중환자 집중치료, 외상 등 세 분야의 외과 내 중증 응급환자를 24시간 365일 동안 진료하는 ACS팀을 운영하고 있다. 긍정적 성과를 거둬 우리나라도 수가 없이 ACS팀을 운영하는 병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는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모델을 제시하고자 국내 ACS팀 효과를 분석하고 외과응급의료체계 현황 및 인식도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선진국 ACS팀 도입 성과를 39편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 소요 시간 △일과시간 외 시행된 수술비율 △합병증 발생률 △입원기간 등이 유의하게 개선됐다. 입원사망률과 퇴원 30일 내 재입원율은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악화된 결과지표는 없었다.

국내에서 ACS팀을 자체적으로 미리 도입한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영남대병원 등에서 도입 전·후 성과를 분석한 결과도 도입 이후 △응급실 내원 시점부터 응급수술 시작까지 걸린 시간 △수술시간 △응급실 내원 시점부터 외과 입원 결정까지 걸린 시간 △합병증 비율 등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 

그러나 28일 사망률과 병원 내 사망률은 ACS팀 도입 이후 오히려 늘었다. 이는 ACS팀을 도입하고 암환자가 많아지면서 사망률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학회는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고자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ACS팀 없는 병원, 전공의에 대한 응급환자 의존도 높아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재무이사인 홍석경 정책연구 책임연구자.

국내 외과응급의료체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 외과응급수술 시행률 차이가 확인됐다. 2021년 기준 일 평균 시행률은 서울 18.2%, 경기도 20.9%로 조사됐고, 그 외 지역은 10%를 넘지 못했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재무이사인 홍석경 정책연구 책임연구자(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지역별 하루 외과응급수술 시행률을 바탕으로 응급의료 인프라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추산할 수 있다"며 "그런데 필수의료라 할 수 있는 외과응급진료는 지역 간 편차가 심하다. 서울·경기 지역에 전공의가 대다수 모여있고 지방에는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외과계 응급의료체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ACS팀이 없는 병원에서 전문의보다 전공의에 대한 주간·야간·주말 응급환자 담당 의존도가 높았다. 이 같은 결과와 외과 전공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응급의료 공백은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에서 응급환자를 타 병원으로 전원한 이유가 중환자실 부족인 경우는 ACS팀이 있다면 100%, ACS팀이 없다면 83.3%, 수술실 부재인 경우는 각 88.9%와 80.6%였다. 집도의 부재로 응급환자를 타병원으로 전원한 경우는 ACS팀이 없는 곳이 있는 곳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의료인프라·인구 고려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모델은?

학회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모델을 제안했다.

먼저 의료인프라가 풍성하고 인구가 많은 곳은 외과응급전담의사 6인으로 구성된 ACS팀을 만들고 필요시 외과 전공의 부족을 고려해 수술보조인력이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근무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외과응급전담의사는 ACS팀에 소속돼 외과응급환자 진료 및 수술을 전담한다. 

시설은 △응급수술실 △중환자실 △일반병실, 장비는 △수술실·중환자실·일반실 운영을 위한 시설 △ACS팀을 위한 사무실 △응급전담의사들을 위한 당직실 등을 마련하도록 제시했다.

인구가 많고 의료 인프라가 있지만 ACS팀을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 외과응급전담의사 최소 3인을 포함해 외과응급당직의사가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ACS팀을 제안했다. 외과응급당직의사는 외과의사로서 평상시 정규업무를 하지만, 외과응급당직 시 정규업무는 하지 않고 응급실 업무에 몰입하는 인력이다. 필요시 인력과 시설, 장비 등은 앞선 모델과 동일하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권역(지역)은 외과응급전담의사 구축이 힘들다는 점에서 외과응급당직의사로만 인력을 구성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홍 정책이사는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권역(지역)은 순환당직의사를 구성해 ACS팀을 운영하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병원마다 의료인프라 구축이 어렵다면, 한 곳 병원으로 응급환자를 모으고 순환당직의사들이 해당 병원을 찾아 외과수술을 하고 이후 관리하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과응급의료는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필수응급의료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외과응급의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담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면서 "제한적인 외과 의료인프라와 지역적 불균형을 고려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는 24일 코엑스에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를 개최했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는 24일 코엑스에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를 개최했다.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구축 위한 정부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의학에 대한 병원 시스템은 잘 마련됐지만 우리나라 시스템은 옛날에 머물러있다. 일차적으로 정부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대형병원은 ACS팀을 구축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에 맞는 모델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김경종 미래헬스케어이사 겸 정보화추진이사(조선대병원장)는 "대형병원은 자체적으로 ACS팀을 운영할 수 있지만 작은 병원은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며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모델 개발 시 지방병원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ACS팀 구축에 정부가 많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단, 학회가 제안한 모델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상황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인력 및 재정에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제안한 순환당직의 경우 접근성이나 인력 확보 측면에서 가능할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ACS팀 구축에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김정회 실장은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ACS팀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수가가 없음에도 대형병원이 ACS팀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라며 "인력, 시설, 장비 등에 대해 권역(지역)별로 수용가능한 수준의 모델을 제시했지만,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모델을 제안한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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