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 문케어 재정관리 잘됐지만 장기 재정 고민 필요
10년간 진행된 양적 보장성 강화, 이제는 내실 다질 때

보건복지부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
보건복지부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사 출신으로서 보헙급여과장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및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주무를 맡았던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이 오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로 1년 단기 파견을 간다.

박근혜 정부부터 10년간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을 맡아왔던 손 심의관을 복지부 출입 전문기자협의회가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손영래 심의관은 정부와 의료계가 건강보험 재정이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큰틀에서 상호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장성 강화를 활용한 부분이 있지만, 수가와 인력구조 등 과감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필수의료 분야도 갈수록 전공의 기피현상을 심화될 것이다. 큰틀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구조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로 인해 5~6년이 지나면 의료비 상승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돼 건강보험이 전체적으로 여력이 있는 현재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영래 심의관은 지난 10년간 보장성 강화 추진과 관련해 큰틀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했다.

보장성 강화는 박근혜 정부부터 선별급여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제 입장에서는 보장성 강화는 10년 동안의 프로젝트였다. 현재는 일단락됐다고 본다"며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비급여는 논란거리"라고 진단했다.

당초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근골격계 MRI 급여화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 계획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그는 "근골격계 등은 해당 과에서 조차 의학적으로 볼 때 효과 논란이 있다"며 "급여항목 중 수가가 낮아 의학적 타당성이 떨어져도 비급여로 실시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비급여에 대한 급여화 여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개원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수치료 및 각종 영양제 등을 급여화할 것인지 여부가 정부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손 심의관은 한국의 보장성은 지난 10년간 일정 수준 이상 향상됐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본인부담 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 3중체계가 작동해 더 이상 의료빈곤 문제로 가계가 파탄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양적으로 확대된 만큼,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내실을 다질 때라고 진단했다.

손 심의관은 문재인 정부가 보장성을 강화했지만, 보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보장률 지표를 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보장률, 비필수 비급여 부분 제외하고 보장률 지표 분리돼야

보장률은 비급여와 본인부담금으로 구성되지만 비급여 중 비필수적인 비급여까지 포함돼 있어 보장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외래 30%, 입원 20%의 본인부담금을 낮출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비급여 중 70~80%는 비필수 비급여로, 비필수 비급여까지 포함할 것인지 여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인실 및 특실 등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없는 의학적 필요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보장률 집계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손 심의관은 "현재의 보장률은 모든 비급여가 포함돼 있다. 1인실, 특실, 제증명수수료 등은 보장률에서 제외하는 것이 의료계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보장률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떤 비급여를 제외할지 발표하는 것은 자의적인 분석이 될 수 있어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영래 심의관은 윤석열 정부가 기존 급여화됐던 보장성에 대해서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 입장을 전했다.

다만, 급여화된 부분 중 개선 요소가 있는 부분에 대해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급여 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케어로 급여화된 항목을 비급여로 다시 전환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보장성 강화가 양적으로 확대됐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 남용되는 부분을 막자는 것이 이번 정부의 취지"라고 말했다.
 

문케어 건보재정 악화 요인 아니고, 노인의료비 급증이 과제 

특히 문재인케어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야기했다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문케어를 처음 시작할 때 2022년까지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사용해 10조원은 남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료이용이 감소되면서 현재 건보재정 누적 적립금이 18조원을 기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은 단기재정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측에서는 건강보험의 중장기 재정 부분이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의료비가 급증하고 있어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단기재정 측면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노인 증가에 따른 노인의료비 급증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심의관은 "문케어로 건보 재정이 악화됐다면 문케어를 중단하면 재정이 남을 것인지는 확답하기 어렵다. 현재 여당도 그렇게는 보지 않을 것"이라며 "10년 뒤 중장기적으로 노인의료비 증가 속도를 봤을 때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영래 심의관은 지난 28개월 간의 코로나19 사회전략반장으로서 활동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브리핑 대응만으로도 쉽지 않았다"며 "2020년 1월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어리둥절했고, 대구 확산 당시에는 혼비백산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공공의대 및 의대정원 확대 이슈로 의료계 총파업 당시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했을 때는 응급실 진료 공백이 우려됐다"며 "그 때는 조마조마했다. 그 당시는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