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부터 P-CAB까지 각축 중
P-CAB의 등장, GERD 시장 지각변동 일으켜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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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위식도역류질환(GERD) 시장에서 프로톤펌프 억제제(PPI)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는 다른 치료 옵션으로 공존할 전망이다. PPI는 그동안 오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란소프라졸, 에스오메프라졸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이어지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2018년 P-CAB의 등장으로 시장 판도는 바뀌었다.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시장에 출현하면서 부터다. 실제 케이캡은 작년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GERD 치료제 시장 총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P-CAB 제제가 시장 잠식에 나서면서 PPI 제제를 보유한 회사들은 제산제를 추가한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등 방어에 나서고 있어 두 계열 간 공방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① PPI부터 P-CAB까지 각축 중...P-CAB, GERD 시장 지각변동 일으켜
② PPI, 개량신약 개발로 점유율 확보...P-CAB·PPI, 결국 ‘함께할 것’

GERD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약물은 1989년 국내에 출시된 오메프라졸이다. 오메프라졸은 H+, K+-ATPase 특이적 저해제로 위산생산 마지막 단계를 저해해 위산분비자극경로에 상관없이 위산 분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라니티딘과 같은 H2수용체길항제(H2RA)는 효과 발현이 빠른 반면 2주 이상 사용 시 내성(tachyphylaxis)으로 인해 효과가 감소한다.

이런 가운데 GERD 환자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위산분비 억제제로는 PPI라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오메프라졸은 출시 후 한해에만 수조원의 전 세계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약물이 됐다.

이후 에스오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란소프라졸 등 효과 측면에서 각기 다양한 장점을 지닌 PPI 신약들이 대거 등장했다.

오메프라졸의 거울상이성질체(enantiomer) 형태인 에스오메프라졸은 오메프라졸보다 간에서 느리게 대사돼 혈장 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더 개선된 위산 분비 차단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메프라졸에 비해 환자 간 효능 편차가 적다.

1998년 에자이가 처음 발매한 라베프라졸은 타 PPI 대비 투약 중지 후 산분비 회복이 비교적 빠른 장점을 갖고 있다. 이는 분비세관 내 분비된 글루타치온에 의해 양자펌프와의 결합과 분리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제일약품이 다케다에서 원료와 기술제휴 및 라이센스인을 통해 1999년 국내에 선보인 란소프라졸은 이중지연방출(Dual Delayde Release, DDR) 기술이 적용돼 약효지속성이 타 PPI 대비 높다.

이처럼 환자 프로파일에 맞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PPI는 발매 후 10여 년 이상 동안 꾸준한 매출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PPI라면 피할 수 없는 제한점으로 CYP450 매개 약물상호작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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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알려진 약물상호작용으로 PPI와 항혈소판제 클로피도그렐을 함께 복용하면 클로피도그렐의 약효가 억제돼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가이드라인마다 차이는 있으나 PPI가 CYP2C19를 억제시켜 클로피도그렐 활성화를 억제해 활성 대사 산물의 혈청 농도를 감소시키고 잠재적으로 항혈소판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P-CAB 제제는 이 같은 PPI의 한계를 보완하며 시장에 등장했다. GERD는 증상이 두드러지는 질환으로 환자에게 빠른 약효 발현과 반감기는 매우 중요하다. 심한 위염과 위궤양의 경우 과다한 산 분비는 엄청난 고통을 야기한다.

PPI는 약효 발현까지 6~7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반해 P-CAB은 복용 즉시 효과가 나타나고 임상 결과를 통해 PPI 대비 개선된 산분비 억제 효과를 보였다.

또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대부분의 PPI 제제와 달리 P-CAB은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해 환자 복약 편의성을 개선했다. 무엇보다 P-CAB은 클로피도그렐 등 CYP2C19 대사경로에 의존하는 약제와의 약물상호작용 발생 위험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펙수클루는 CYP3A4 효소에 의해 대사 돼 CYP2C19 관련 약물상호작용이 적었다”며 “P-CAB은 PPI의 장점은 가져오고 단점은 극복하는 등 GERD 치료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CAB, 폭발적인 시장 점유율 보여

2018년 7월 허가 받은 HK이노엔 케이캡은 P-CAB을 가장 먼저 출시한 다케다의 보신티(성분명 보노프라잔)보다 국내 시장에 먼저 진입했다.

보신티는 이미 일본 시장 출시부터 베스트셀러로 진입해 있어, 2019년 3월 국내 허가 승인 이후 케이캡과 함께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품.

하지만 당초 신청했던 적응증 중 하나인 십이지장궤양의 임상이 국내에서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여기에 판권 문제로 3년이 넘도록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캡은 보신티보다 빠르게 출시되며 P-CAB 시장뿐만 아니라 GERD 전체 시장의 파이를 빠르게 흡수했다.

HK이노엔에 따르면 케이캡은 2019년 310억원, 2020년 761억원, 2021년 109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일 품목 기준 GERD 치료제 매출에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소화기 시장 6000억원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성적이다.

케이캡에 대한 HK이노엔의 자신감의 근거는 효과다. P-CAB은 활성형 펌프와 비활성형 펌프 모두에 작용하며 빠른 약효 발현과 긴 위산 억제 시간을 보이며, 음식섭취와 관계없이 복용이 용이하다.

이에 더해 HK이노엔은 구강붕해정도 출시하며 환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처방까지 고려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에 대한 적응증 추가 연구 및 GERD 환자를 위한 복약편의성 개선에도 꾸준히 나서며, 지금의 성장 속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P-CAB의 세번째 주자 대웅제약도 판매 준비를 마쳤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펙수프라잔)는 지난 2020년 임상3상 데이터를 공개하며, P-CAB 시장에 뛰어들었다.

공개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펙수클루는 8주까지 99%의 내시경상 점막 결손 치료율을 보였으며 환자가 약을 복용할 때 불편함이나 부작용이 적은 양호한 내약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투여 초기부터 주, 야간 상관없이 즉시 가슴쓰림 증상 개선을 보였으며, GERD의 비전형적 증상 중 하나인 기침 증상도 호전됐다. 특히 증상이 심한 환자 대상 투여 시, 비교군인 에스오메프라졸 대비 가슴쓰림 증상이 3배 이상 개선됐다.

다만, 펙수클루의 제한적인 적응증은 한계라 할 수 있다. 현재 펙수클루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에만 적응증을 허가받은 상황이다.

케이캡이 승인받은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 치료, 위궤양 치료, 소화성 궤양 및/또는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에서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등과 같은 적응증 추가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상을 통해 GERD 환자 대상 안전성과 효과 측면에서 유효한 결과를 확인해 추가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한 임상이 진행 중”이라며 “중남미 · 동남아 국가 등 해외에도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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